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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빅스텝에도 ‘이자장사’ 경고에 눈치보는 銀…복잡해진 경영셈법
은행, 수신금리 인상폭>기준금리 인상폭
은행 금리인상 수혜 오롯이 받기 어려워
효율 경영, 이자수익 의존도 낮추기 추진
[연합]

[헤럴드경제=박자연 기자]한국은행의 사상초유의 ‘빅스텝’ 단행으로 은행들의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통상 금리 인상은 은행의 예대마진을 높여 수익성 확대로 이어지지만 금융당국의 취약차주 보호 메시지, 예대금리차 공시 강화로 인해 웃지만은 못할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9월 종료가 예정된 만기 연장, 원금 상환 유예 조치에 대해서도 은행 자율(?)로 재차 연장하도록 하는 등의 정부가 내놓은 민생안정 금융대책에도 은행들은 상당한 역할을 책임져야 한다. 부실 우려가 높아지는 만큼 충당금을 추가 적립해야 하는 등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이자이익 증가 당연하지만…예대금리 ‘눈치싸움’

은행들은 금리 인상 소식에 미소를 지어야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간과 다르게 녹록지 않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은 늘어나기 마련인데 이익 추구에 따른 비판이 정치권, 금융당국을 중심으로 피어나면서 고민이 커진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이달 11일 취임식 직후 “고객이 어려운데 은행이나 금융회사가 돈을 많이 번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것이냐는 질문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기준금리 인상 폭보다 예·적금 금리를 더 크게 올리고 있다. 이번 빅스텝에 시중은행들은 수신 상품 금리를 최대 0.9%p 인상했다. 하나은행 3·6·9 정기예금 금리는 0.85%p 올랐고 우리은행과 NH농협은행은 적금 금리를 각각 최대 0.8%p, 0.6%p 높여 적용 중이다. 신한은행은 이달 8일 선제적으로 예·적금 금리를 최대 0.7%p 올렸으며 수신금리 추가 인상도 검토하고 있다. KB국민은행 역시 내주 초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다만 이들 은행은 예금 금리를 올린 만큼 대출금리를 올리는 것은 주저하고 있다. 계속되는 금융당국의 ‘이자장사’ 경고에 세간의 관심이 은행권 예대금리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다음 달부터는 새로운 예대금리 공시제도가 시행될 예정이기도 하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금리는 높일 수 있을 만큼 올리고, 대출금리는 낮출 수 있을만큼 내리는 게 최근 경향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은 지난달 말부터 대출 금리를 인하하는 자체 취약차주 지원 프로그램도 가동 중이다. 5대 시중은행의 경우 대출금리를 내리고 가산금리 지원, 우대금리를 높이는 조치를 속속 발표하고 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현재 조정 가능한 가산금리 등을 최대한 낮춰놔 내부적으로는 더이상 깎을 여유분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상황”이라면서 “저비용 수신으로 대출금리 지원분을 상쇄하면서 가고 있는데 하반기 만기연장한 여신들이 도래하면 재무상황에도 압박이 가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부실 책임도 금융회사에…銀 여신 관리 박차, 이자 의존도 낮추기

금융위원회는 민생안정대책의 일환으로 소상공인 코로나19 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 종료를 금융기관에서 책임져 대출 부실을 최소화하는 ‘주거래금융기관 책임관리’를 시행키로 했다. 만기 연장·상환 유예 지원을 받은 차주가 희망하면 은행권 자율로 전체의 90~95%에 대해 추가로 만기 연장이나 상환 유예를 해주는 것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민생안정대책 발표 후 브리핑에서 “경제가 더 어려워진 상황에서 아무 대책 없이 무작정 원칙적인 이야기만 할 수는 없다”며 “1차적인 책임은 금융회사가 져야 하고, 정부도 여러 시스템을 통해 문제를 해결토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조치와 은행권 충당금 적립 강화 등으로 기준금리 인상 수혜를 오롯이 받지 못하게 된 은행들은 효율 경영 방안까지 들여다보는 상황이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도 주주가 있는 민간회사다 보니, 예상 수익이 줄어드는 부분을 보전해야 한다”며 “시장 조달 비용을 낮추고, 여신을 촘촘히 나눠 부실률을 관리하는 식인데 특히 여신 관리의 경우 회수 가능성을 따져 고객군을 세분화하는 작업이 계속 이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이자 수익 의존도를 낮추는 방안도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한 시중은행 경영전략 담당자는 “WM, 글로벌, 자본시장 등 미래 성장 분야와 더불어 마이데이터와 같은 디지털 신사업에 경영 역량을 집중해 수익구조를 다각화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nature68@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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