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례 대책 발표에도 물가 정점은 아직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올해 상반기(1~6월) 물가가 고공행진을 이어간 가운데 김밥, 쇠고기, 자장면 등 소비자 체감이 큰 외식 물가가 큰 폭으로 뛰어오르면서 서민들의 부담이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5월 29일), 민생 안정 대책(5월 30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6월 16일), 당면 물가 안정 대책(6월 19일),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 안정 방안(7월 8일) 등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물가 안정 과제를 발표했으나, 그럼에도 물가 정점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17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6월) 외식물가 지수는 전년 누계 대비 6.7% 상승했다.
전년 누계 대비 변동률은 올해 1월부터 6월까지의 물가 수준 평균을 전년도 같은 기간 물가 수준 평균치와 비교한 수치다.
품목별로 보면 대표적인 서민 외식 메뉴인 삼겹살 물가가 7.4% 상승했다. 외식으로 사 먹는 쇠고기(8.5%)와 돼지갈비(7.9%) 가격도 함께 올랐다. 자장면 가격은 상반기에만 9.1% 치솟았고, 짬뽕은 8.2%, 탕수육은 6.1% 각각 올랐다.
여름 보양 메뉴인 삼계탕(4.4%)과 냉면(7.6%) 가격도 눈에 띄게 올랐다. 역시 대표적인 가족 외식 메뉴인 치킨 가격은 8.8%, 피자 가격은 8.4% 각각 상승했으며, 김밥(9.1%), 떡볶이(8.0%), 라면(8.6%) 등 분식 가격까지 한꺼번에 치솟았다.
여기에 저렴하게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구내식당 식사비(3.5%)는 물론, 도시락(7.4%) 가격마저 함께 올랐다. 식후에 마시는 커피(외식)(4.2%) 한 잔 또한 부쩍 부담이 늘었다.
이외에도 올해 상반기 물가 조사 대상인 39개 외식 품목들이 일제히 올랐다. 외식 등 개인 서비스와 석유류를 비롯한 공업제품의 가격 급등세가 이어지며 상반기 물가는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 상승률(4.6%)을 기록했다.
작년 상반기 물가 상승률이 2.0%, 재작년이 0.5%에 그친 점을 고려하면 그야말로 천정부지로 물가가 치솟은 것이다.
급기야 점심(런치)과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을 결합한 '런치플레이션'이란 신조어가 등장하는가 하면, 기업들이 가격을 유지하면서 용량을 줄여 실질적으로 가격을 올리는 '슈링크플레이션'(shrink+inflation) 현상까지 나타났다.
이와 함께 소비자들의 지갑은 점점 더 얇아지고 있다. 소득 수준이 동일하게 유지되더라도 물가가 오르면 가계의 실질적인 구매력이 떨어진다.
올해 1분기 특별시·광역시 등 도시에 거주한 2∼4분위 중산층 근로자 가구의 명목소득은 늘었지만, 물가 영향을 고려한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달 주재한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물가가 오르면 실질임금이 하락하니 선제적 조치를 통해 서민의 어려움을 덜 방안을 찾으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최근 물가 상승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요인이 촉발한 측면이 큰 만큼, 정부로서도 즉각적인 효과를 낼 만한 물가 대책을 마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출범 이후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5월 29일), 민생 안정 대책(5월 30일),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6월 16일), 당면 물가 안정 대책(6월 19일), 고물가 부담 경감을 위한 민생 안정 방안(7월 8일) 등을 통해 다섯 차례에 걸쳐 물가 안정 과제를 발표했으나, 그럼에도 물가 정점은 아직 멀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고물가 상황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oskym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