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급등에 거래건수·거래금액 급감세
업무상업시설 거래 지난해 33% 수준
가격 오름세도 급랭...투자매력 떨어져
“대출이자 못 버티는 급매물 쏟아질 것”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하면서 수익형 부동산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사진은 1~2층은 상가로, 윗층은 주택으로 활용하는 꼬마빌딩. 사진은 기사와 무관. 서영상 기자 |
#정년을 앞둔 60대 남성 김모 씨는 평생 꿈꾸던 건물주에 대한 꿈을 최근 포기하기로 했다. 김씨의 당초 계획은 지어진 지 4년 안팎의 대지면적 250㎡에 이르는 의정부 4층짜리 상가주택 건물을 23억원에 매입하는 것이었다. 4층에는 본인이 들어가 거주하고, 1층 상가와 2~3층 투룸에서 나오는 보증금을 합하면 8억원에 이르는 만큼 가지고 있는 여유자금 6~7억원과 은행에서 10억원을 빌리면 노후를 편안하게 보낼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융자에 대한 이자도 1층 상가 등에서 나오는 월세 300만원으로 감당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최근 대출금리가 5% 이하로는 절대 불가능하다는 것을 확인하고선 꿈을 접어야 했다. 10억원에 대한 월 이자 약 400만원이 상가에서 나오는 월세로 감당이 안 되기 때문이다. 또 추후 금리 인상까지 생각하면 퇴직 후 특별한 소득이 없는 김씨로서는 하우스 푸어를 면치 못할 것이 불 보듯 뻔해 보였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0%포인트(p) 인상하는 ‘빅스텝’을 사상 처음으로 단행하자 수익형 부동산 시장도 그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와 마찬가지로 전반적인 거래가 감소하고 있는가 하면 최근 몇 년 사이 크게 올랐던 상가 빌딩들의 가격 오름세도 주춤하고 있다. 특히 김씨와 같이 대출을 통해 꼬마빌딩을 구입하고 임대와 거주목적을 한방에 실현하려 했던 실수요자들이 수요층에서 이탈하면서 상가 빌딩들의 가격 조정이 불가피해졌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18일 토지건물 전문업체 벨류맵에 따르면 올 초부터 6월까지 서울 업무상업시설 거래건수는 1459건으로 집계됐다. 일년 중 절반밖에 지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해도 지난해 전체 거래건수 4356건의 33%에 불과한 수준이다. 업무상업시설은 빌딩을 비롯해 상가, 숙박시설, 오피스 등이 포함되는 데 수익형 부동산 시장에도 금리 급등에 따른 거래절벽이 찾아온 것으로 분석된다.
주로 레버리지를 통해 건물을 구입하는 경우가 많은 상업시설은 최근 수년간 저금리를 거치며 호황을 맞고 꾸준히 거래가 증가하는 추세였다. 서울 상업시설 부동산 거래는 2019년 2867건부터 2020년 3714건, 지난해 4356건으로 크게 늘어왔다.
하지만 올 초부터 금리가 상승하자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도 거래 건수가 크게 줄어드는 것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1~6월까지의 거래건수는 전체 2438건 매달 평균 406건에 달했다. 하지만 올해는 6월까지 400건을 넘긴 달이 한 번도 없을 정도다. 6월까지 거래건수는 합계 1459건으로, 평균 243건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거래금액도 지난해 상반기 동안은 21조 6275억원에 이르렀지만, 올해는 같은 기간 14조 4593억원에 그치고 있다.
상업시설들의 가격 오름세도 빠르게 식고 있다. 2020년 서울 상업시설 3.3㎡당 가격은 6533만원을 거쳐 지난해 7867만원까지 20% 수준까지 오르더니, 올해는 8594만원으로 9% 오르는 데 그치고 있다.
대한민국 부동산 ‘바로미터’로 불리는 강남구 업무상업시설의 거래도 비슷한 수준을 나타내고 있다. 강남구 업무상업시설은 지난 2018년 260건 거래된데 이어 이후 316건, 468건, 509건으로 매년 크게 늘어나더니 올해 상반기 동안은 171건 거래되는데 그쳤다. 재작년 수준보다도 작은 거래건수를 나타내고 있다. 총거래면적과 총거래금액 또한 지난해 전체의 3분의 1 정도 수준이다.
금리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 빌딩시장의 경우 금리 상승기에는 임대수익률은 물론 시세차익마저도 기대하기 어려워져 투자 매력이 감소한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한다. 더군다나 최근 몇년간 업무상업시설들의 값이 크게 올라가며 수익률이 2% 수준에도 못 미치는 수익형 부동산들이 많아 투자에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조언한다.
이창동 벨류맵 리서치팀장은 “추후 지가가 오를 것을 기대하고 건물을 사더라도 현재와 같은 고금리 상황에서 은행 이자를 부담하며 수익 실현 때까지 버티는 것은 쉽지 않다”며 “상황이 더 안 좋아지면 대출이자를 못 버티는 급매물들이 나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당분간은 현금이 많은 자산가가 아니고서는 빌딩시장 접근이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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