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 침체 진입…韓 수출에 치명타
韓 수출·소비 부진 우려…긴축재정 기조에 마땅한 대응 카드 없어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우리 경제가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3고(高)’ 위기로 휘청거리는 상태에서 코로나19 6차 대유행이라는 대형 악재에 직면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매주 2배로 늘어나는 ‘더블링’으로 8월엔 하루 확진자가 20만명대를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것이 가뜩이나 위축된 소비심리를 냉각시켜 경기침체는 물론 소상공인 등의 위기가 가중될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한국은행의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으로 고물가보다 경제 침체를 더 걱정해야 하는 시점에 코로나 대확산이 진행돼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물가 상승에 대응하고자 기준금리를 인상하면 소비가 위축돼 실물경제 둔화를 촉진할 수 있는데 엎친데 덮친 격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최대 교역국인 미국과 중국을 포함한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로 그동안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수출에도 빨간불이 커진 상태다. 내수와 수출, 금융과 실물, 제조업과 서비스업이 동시에 타격을 받으면서 경기 침체 속 물가 상승을 의미하는 ‘S(스태그플레이션)의 공포’가 증대되고 있다.
19일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의 ‘국내총생산(GDP) 나우’에 따르면 2분기 미국의 실질 GDP 성장률은 연율 기준 -1.2%로 예상됐다. 예상대로라면 미국은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기록해 기술적으로 경기침체에 진입한 것으로 판정된다. 지난달 중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고물가를 잡기 위해 28년 만에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단행한 이후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번지는 모습이다.
최근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내년에 전 세계적인 경기 침체가 닥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조만간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IMF는 지난 4월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4.4%에서 3.6%로 0.8%포인트 하향 조정한 바 있다.
미국을 포함해 전 세계가 경기 침체를 겪는다면 우리 경제에 대한 우려도 커질 수밖에 없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미 수출은 둔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6월 수출은 1년 전보다 5.4% 증가하는 데 그쳐 16개월만에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내려왔다.
우리경제는 방역 조치 해제 등으로 민간 소비가 경제를 견인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가 상승세가 확대되면서 소비가 위축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6.0% 올라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11월(6.8%)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수출 증가세가 조정을 받고 투자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소비마저 꺾인다면 경기침체 진입은 빨라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앞서 13일 사상 처음 기준금리를 한꺼번에 0.50%포인트(p)나 높였다. 4월, 5월에 이어 이날까지 세 차례 회의에서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금리 인상은 이자 부담을 높여 기업의 투자를 감소시키고 가계의 소비도 위축시킬 수 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한은의 빅 스텝은 소비나 투자에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인플레이션보다는 실물 경제 침체를 더 우려해야 하는 상황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태에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하는 코로나 6차 대유행은 우리경제에 결정타를 날릴 가능성이 많다. 정부는 당장 거리두기 강화 등에 나서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소비심리 위축은 불가피하다. 가뜩이나 고물가로 소비가 조정을 받는 상황에서 코로나 대확산은 이를 더욱 냉각시킬 가능성이 많다.
게다가 소비가 활기를 찾는 여름 휴가철과 이른 9월 추석을 앞두고 코로나 6차 대유행이 피크를 이룰 가능성이 높다. 하루 확진자가 20만명을 넘어 코로나 공포가 고조되고 거리두기 강화 조치가 시행될 경우 자영업자들은 결정적인 타격을 맞을 가능성이 많고, 경기침체 속도도 빨라질 수 있다.
정부도 마땅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고민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하지만 방역에 실패할 경우 경제도 실패한다는 것이 지난 2년반 코로나 시대의 교훈이었다. 고통스럽더라도 철저한 방역을 통해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해소해야만 경제 충격도 최소화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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