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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우조선 갈등 불씨 '손배소'...어차피 못 갚을 노조에 "갚아라" 왜?
"노조무력화 의도" vs "배상 불가피"
사측은 배임죄 처벌 우려 들며 불가피성 주장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동조합 파업이 노사 간 극적인 합의로 타결됐지만, 막판 쟁점이던 손해배상 청구 문제가 갈등의 불씨로 남았다. 사측은 불법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수천억원에 달한다며 손해배상 청구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실제 배상 능력이 없는 근로자를 상대로 한 이런 행위는 보복 수단일 뿐이라고 비판한다.

▶손배소 문제 합의문에 미포함=23일 노동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 하청업체 노사는 전날 오후 경남 거제 대우조선 금융동 6층에서 파업 종료에 합의했다. 사측을 대표한 대우조선해양 사내협력사협의회와 대우조선 하청노조가 발표한 합의문에는 임금 4.5% 인상, 명절 휴가비 50만원, 여름휴가비 40만원 지급 등 주요 의제가 두루 담겼다. 그러나 막판까지 팽팽한 이견을 보인 손해배상 소송 문제는 의견차를 좁히지 못해 합의문에 포함하지 못했다.

사측은 불법 파업에 따른 책임을 묻지 않으면 나쁜 선례로 남을 수 있고, 사측이 업무상 배임죄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반면 노동계는 손해배상 청구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억압하기 위한 악질적인 수단이라고 주장한다.

손해배상과 관련한 규정은 민법 제750조에 나와 있다.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가 그것이다. 이번의 경우 하청노조 파업의 위법·불법성이 쟁점이다. 노동계는 파업이 합법적인 쟁의행위인 만큼 손해배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실제 헌법 제33조는 ‘근로자는 근로조건의 향상을 위해 자주적인 단결권·단체교섭권 및 단체행동권을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조합·노동관계조정법 제3조도 ‘사용자는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해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해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고 명시한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백번 양보하더라도 직장 점거행위가 불법일 수는 있지만, 파업 자체가 불법이 될 수는 없다”며 “하지만 현재 사측은 파업으로 인한 모든 손해를 하청노조가 배상하라고 강경하게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갚을 능력 없는 노조에 왜? "무력화"=노동조합 파업에 대한 민형사상 소송과 관련해서는 국가별로 판단이 조금씩 다르다. 영국은 1906년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의 규율을 위한 법률’을 통해 노조에 대한 불법행위 소송을 전면적으로 금지했다. 반면, 한국 대법원은 1994년 동산의료원 노조 파업과 관련해 회사가 노조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전액을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문제는 노조가 손해 배상을 할 능력이 없다는 점이다. 소송 비용도 감당하기 힘든 근로자들은 전세 자금, 선산 등에 대한 가압류가 이뤄지면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실제 2011년 한진중공업 투쟁 당시 손해배상 청구를 당한 노조 간부 최모 씨는 이듬해 ‘자본 아니 가진 자들의 횡포에 졌다’는 내용의 유서를 남기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조경배 순천향대 교수는 “파업을 한 근로자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소송은 노동 선진국에서는 있기 힘든 일로, 근로자와 노동조합을 길들여 무력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고 비판했다. 민주주의 법학연구회 소속 윤애림 박사도 “조정 절차를 거친 끝에 합법적 파업으로 노무 제공을 하지 않은 데 대한 손해배상 청구는 있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 원청노조 대우조선지회의 민주노총 전국금속노조 탈퇴 찬반 투표 결과도 주목된다.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는 중복투표 등 부정투표 의혹 때문에 파행으로 치달았다. 이에 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2주간의 하계휴가가 끝나면 법원 판단 및 지회 내부 논의를 거쳐 재개표 여부를 정할 방침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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