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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투자뉴스 뒤풀이] 60:40 분산투자는 끝?…분산투자의 기초 이해

7월 말에 골드만삭스에서 재미난 보고서가 올라왔습니다. 전통적으로 분산투자의 대명사로 여겨지던 주식과 채권의 60대 40 분산투자가 올해들어 최악의 성과를 보였단 것입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S&P500과 10년 만기 미국 국채를 60대 40 비율로 투자했을 때 올해 상반기 수익률은 약 -20%라고 합니다.

사실 60대 40 분산투자는 엄격한 공식이나 추론에 따른 것이 아닙니다. '이러면 어떨까'라는 단순한 생각에 따른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단순하기 짝이 없는 포트폴리오는 코로나19 이전 10년 간 위험조정 수익률의 3배에 달하는 성과를 보여줬다고 골드만삭스는 강조했습니다. 골드만삭스는 주식과 채권으로만 구성한 이 60대 40 포트폴리오가 위험대비 보상을 극대화하는데 1900년 이후 평균적으로 최적의 비율이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만큼 유용했던 셈이죠.

하지만 올해는 치솟은 인플레이션이 주식과 채권의 분산효과를 거의 없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인플레이션은 채권을 짓누른 동시에 성장 약화를 의미해 주식시장에도 악재였죠.

골드만삭스는 다만 60대 40 포트폴리오가 이제 쓸모 없어진 것이냐는 물음에는 '아니'라고 답했습니다. 최근의 경제 환경이 영원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플레이션 위험이 큰 현재 상황에서 60대 40 포트폴리오에 안주하면 안된다고 강조합니다. 주거용 부동산, 귀금속 등 실물자산은 인플레이션이 높은 사이클에서 도움이 되는 것은 확실합니다.

골드만삭스는 주식과 채권, 실물자산을 거의 동일한 비율로 편입한 포트폴리오가 2차 대전 이후 최적의 자산 배분 결과를 냈다고 밝혔습니다.

▶다른 곳도 아니고, 그 유명한 골드만삭스의 보고서이니 이제 당장 주식과 채권, 실물 자산을 1대 1대 1의 비율로 섞으면 자산 관리는 끝난 것인가요?

다시 골드만삭스 보고서를 볼까요. 연구진은 60대 40의 포트폴리오에 대해 "모든 사람에게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은퇴가 가까운 사람은 채권을 더 원할 것이고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주식 편입을 높이는 게 현명할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고정된, 누구에게나 최상인, 보편적인 포트폴리오는 없다는 것입니다. 1대 1대 1의 포트폴리오 역시 전반적으로, 역사적으로 그렇다는 것일뿐 각 개개인의 투자 솔루션일 순 없습니다.

▶자산 배분의 기본은 분산투자입니다. 이걸 모르는 분은 없겠죠?

그렇다면 분산투자를 하는 게 왜 좋을까요?

투자의 기본은 '고위험-고수익, 저위험-저수익' 입니다. 수익을 더 많이 내고 싶으면 그만큼 위험을 더 많이 짊어져야 합니다. 만약 위험이 같은데 수익을 조금 더 낼 수 있다면? 혹은 반대로 수익은 같은데 위험을 좀 낮출 수 있다면, 선택을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분산투자는 바로 이런 효과를 줍니다.

(한글도 영어도, 글씨 쓰기 연습 좀 하겠습니다^^;)

A자산과 B자산을 묶어 하나의 포트폴리오(P)를 만들었다고 하면, 기대수익률은 두 자산의 비중에 따라 결정됩니다.

중요한 건 포트폴리오의 위험입니다. A, B자산의 상관관계(correlation)이 중요합니다. 만약 A자산과 B자산이 거의 동일하게 움직일 수록 상관관계는 1에 가까워집니다. 둘의 관계가 반대라면, 즉 A자산 가격이 올라갈 때 B자산 가격은 내려간다면 둘은 음의 상관관계(negative correlation)을 보입니다.

손쉬운 예가 바로 우산장수와 신발장수를 둔 어머니 이야기입니다. 비가 올 땐 신발장사가 안될까 걱정하고 날이 좋을 땐 우산장사가 안되니 늘 걱정을 달고 사는 어머니가 있었죠. 그러자 지혜로운 이웃이 비가 오면 우산장사 아들이 돈 많이 벌고, 날이 좋으면 신발이 잘 팔리니 언제나 행복하지 않냐고 말하죠. 투자 관점에서 우산장사와 신발장사는 완벽한 분산투자가 된, 즉 상관관계가 -1에 가까운 포트폴리오를 구성한 셈입니다.

그렇다면 A자산과 B자산 간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인 게 왜 중요할까요.

위험은 표준편차로 표시됩니다. 수익률이 평균에서 동떨어져서 널뛰는 정도가 심할수록 위험이 높다고 말합니다.

두 자산의 상관관계가 마이너스라면 전체 포트폴리오 위험은 낮아집니다. 만약 두 자산이 서로 완벽히 동일해서 상관관계가 +1이라면 위험은 전혀 낮아지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자산을 섞을 때 기대수익률은 동일하면서 이왕이면 상관관계가 마이너스인 것을 골라 섞으면 위험이 낮아지니 좋습니다.

때문에 제아무리 주식종목을 여러개 들고 있어도 상관관계가 높은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면 분산투자를 잘하고 있는 게 아닙니다.

▶물론 개개인이 투자를 할 때 일일이 종목 간 상관관계를 확인해서 최적의 포트폴리오를 도출해내는 건 쉽지 않습니다. 불가능하죠. 기관투자자들은 매우 치밀하게 이런 걸 다 고려해서 수치화해 투자하겠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분산투자의 기본 태도입니다.

흔히 분산투자라고 하면 주식 종목을 얼마나 들고 있을지만 생각합니다. 하지만 골드만삭스가 언급한 60대 40 포트폴리오도 그렇고, 분산투자는 단순히 종목 몇 개의 문제가 아닙니다.

분산투자를 제대로 하려면 톱다운 방식으로, 즉 인생의 큰 그림부터 그리고 그 다음에 자산 간 분산, 그 다음에 자산 내 종목 분산으로 내려와야 합니다.

개인 투자자가 기관 투자자와 가장 크게 다른 것은 '유한한 인생'이 있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나이에 따라, 직업에 따라, 부의 정도에 따라 투자 방법이 모두 달라야 합니다. 같은 기업에서 일하더라도 20대 신입사원과 50대 부장님의 포트폴리오는 달라야 하고, 같은 20대라도 건물주와 직장인의 포트폴리오는 달라야 하는 것입니다.

때문에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하는 것은 내 직업, 인생의 위험도 입니다. 프리랜서나 비정규직, 성과급 비중이 큰 직업을 갖고 있다면 소득 불안정성이 높습니다. 자연히 투자는 안정적으로 하는 것이 맞습니다. 반면 공무원이나 대학교수 같은 안정적 직업을 갖고 있다면 좀더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겠죠. 이 부분을 많은 분들이 헷갈려 하십니다. 안정적 직업을 가지신 분들은 착실히 한푼 두푼 모아 저축을 하고 소득이 불안정한 분들이 '한탕'을 노리고 빚투에 나서곤 하죠. 하지만 명심하세요. 인생이란 큰 그림에서 직업을 바꾸긴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투자 방식을 직업에 맞춰야죠.

만약 내가 20대 사회 초년생에 별다른 보유 자산도 없다고 하면 무리하게 공격적으로 투자하기보단 안정적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축해야 합니다. 주식보다는 채권일 것이고 굳이 주식을 한다면 배당 등 인컴(income)에 집중해야 한다는 조언을 드립니다.

빚까지 내 청약을 한 직원들은 업황 악화와 이에 따른 주가 하락으로 직업 안정성이 흔들리는 것은 물론 투자손실의 이중고를 겪게 됩니다.

주식투자를 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 중 하나는 '잘 아는 업종'을 고른다면서 자신이 몸담고 있는 직업과 관련이 있는 종목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종목을 잘 알고 투자하는 것은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조선회사에서 일하는 분이 투자까지 조선주를 하면 포트폴리오가 조선업에 너무 많이 의존하게 됩니다. 조선업황이 안 좋아지면 당연히 성과급 떨어지고 정리해고 소문도 들리면서 직업 안정성이 떨어집니다. 그런데 주가까지 떨어지면 정말 최악이겠죠?

진짜 최악의 경우가 사내결혼을 하고 둘 다 정년까지 일할 생각을 하면서 보유자산은 우리사주로만 구성돼 있는 경우입니다. 회사에 대한 충성심은 인정을 받겠지만 인생의 큰 그림에서 본 분산투자의 관점에선 전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올해 주가가 하락하면서 상장 과정에서 빚까지 내 주식을 산 우리사주들이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것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자산 분산이 아닌 '팩터' 분산도 명심해야 합니다. 팩터(factor)는 금리, 시장위험, 경기 등 수익률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들입니다.

만약 내가 열심히 분산투자를 한다고 해서 S&P500이랑 미국 국채를 들고 있다고 합시다. 여기에 일본 리츠까지 투자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주식과 채권, 부동산까지 알차게 분산투자를 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환율'이란 팩터에 모두 노출돼 있습니다. 팩터 분산 측면에선 부족합니다.

예전 초등학생 시절 급식 때 흰쌀밥에 국으로는 떡국이, 반찬으로는 떡볶이가 나왔던 것이 생각나네요. 분명 밥과 반찬 가짓수는 많지만 탄수화물 파티를 벌이면서 영양학적으로 '분산'은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이죠.

사실 팩터는 개념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실제 현실의 투자활동에선 아직 보편적으로 쓰이진 않습니다. 영양소 균형 맞추는 것에 비해 일단 어렵고, 실제 팩터 투자를 할 수단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분산투자를 한다면 한번쯤은 투자 자산들이 어떤 팩터에 노출이 돼 있는지, 적절히 팩터들은 분산이 돼 있는지 살펴본다면 보다 완벽한 분산투자를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헤럴드경제에서 증권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CFA 자격증을 취득한 뒤 CFA한국협회 금융지성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정보를 알기 쉽게 전달해야 하는 기자로서 사명감에 CFA의 전문성을 더해 독자 여러분께 동화처럼 재미있게 금융투자 뉴스를 설명드리도록 하겠습니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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