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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 될까...10년만에 논란 수면 위로
尹정부 ‘국민제안’ 57만7415건 동의, 의미는
쿠팡·마켓컬리 쇼핑 급증 영향
전통상권 활성화 효과 줄어들어
온라인 국민투표 1위로 마감
국정 반영 방침...공은 국회로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국민제안 온라인 투표에 부치자 마트노조, 소상공인 단체가 반발하는 등 논란이 일고 있다. 사진은 31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연합]

한 달에 두 번씩,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10년 만에 폐지될 가능성이 커졌다. 윤석열 정부가 앞장서 규제 개혁을 거듭 강조하는 데다, 폐지에 우호적인 여론이 형성되면서다. 윤석열 정부가 쏘아 올린 공은 올 하반기 국회로 넘어갈 전망이다.

1일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정부가 국정에 반영할 ‘국민제안’ 온라인 국민투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가 10개 안건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 57만7415개의 ‘좋아요’를 받으면서 국민제안 1순위 안건으로 꼽힌 것이다. 이런 중대사안을 인기투표 방식으로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맞느냐는 비판이 거세지만, 정부는 지난달 21일부터 열흘간 투표에 부쳐 선정된 상위 3건 안건을 국정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2012년 시행된 유통산업발전법은 오전 10시부터 자정까지 영업시간을 제한하고 매월 2일 의무 휴업일을 지정하며 전통시장 반경 1㎞ 내 3000㎡ 이상 점포 출점을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영업시간 제한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지난 2018년 대형마트 7곳이 낸 헌법소원에서도 합헌 결정이 났다. 하지만 의도와 달리 전통상권 활성화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이 잇따르는 가운데, 대통령실이 대형마트 의무휴업 폐지를 온라인 투표에 부치면서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국민제안 투표에 앞서 6월 말부터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들이 의무휴업일과 심야시간대에 온라인 배송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규제 개선 과제에 포함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협의 중이기도 하다.

대형마트들은 드러내놓고 여론전을 펼치지는 않지만 크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당장 실적 개선이 전망되는 데다, 온라인 배송 사업 확대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 유통 3사의 매출이 쿠팡에 역전되면서, 국내 대형마트 중심의 유통시장의 주도권 재편이 예상을 뛰어넘는 속도로 전개되고 있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한다고 해서 전통시장 매출이 느는 것이 아니라, 쿠팡과 마켓컬리 등과 같은 온라인 쇼핑을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오히려 마트가 겪고 있는 역차별에 대한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월 2회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최소 1~2% 수준에서 최대 7~8% 수준까지 매출 성장세가 예상된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휴일 매출액은 대략 300억~400억원 정도로 추산된다. 이에 따라 월 2회 의무휴업을 폐지하면 월간 600억~800억원, 연간 약 7000억~1조원의 매출 증대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유정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카드 수수료, 인건비 소폭 증가분 등을 제외해도 영업이익이 500억~1000억원 이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고 예상했다. 특히 이마트의 매출과 이익 증가가 두드러진다. NH투자증권 리서치본부는 이마트의 연간 매출이 9600억원, 영업이익은 1440억원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영업이익 순증액만 증권사가 올해 예상하는 영업이익(2630억원)의 절반을 넘어선다. 롯데마트는 이마트보다 점포수가 적지만 연간 매출은 3480억원, 영업이익 499억원이 각각 증가할 것으로 추산된다.

교보증권도 대형마트 월 2회 의무휴업 폐지 시 이마트와 롯데쇼핑의 연매출 증대는 각각 1조원, 4000억원으로 봤다. 이와 함께 이커머스 사업 확장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정소연 교보증권 연구원은 “의무휴업과 영업시간 제한이 폐지되면 대형마트의 기존 물류창고를 온라인 주문용으로 활용할 수 있어 온라인 매출 확대와 비용 절감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반대의 목소리도 크다. 소상공인연합회는 성명서를 통해 “대형마트 의무휴업은 건전한 유통질서 확립, 근로자의 건강권 및 대규모 점포 등과 중소유통업의 상생발전을 위한 최소한의 안전망이자 마지노선”이라며 “새 정부는 국민투표를 통해 최후의 보호막을 제거하고 재벌 대기업의 숙원을 현실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마트 노동자들도 “한 달에 두 번 있는 마트 노동자의 휴일을 빼앗으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이영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지난달 28일 국회 업무보고에서 “코로나19 이후의 영향평가 없이 바로 (의무휴업 폐지를) 강행하면 안 된다”고 반대 의사를 밝혔다.

무엇보다도 의무휴업 폐지는 여야 합의를 거쳐 국회에서 유통산업발전법을 개정해야 하는 사안인만큼 시일이 걸릴 것이라는 관측이다. 다만 대형마트의 주말 매출 규모는 평일 대비 2배 크다는 점에서 법 개정 없이 조례 개정만으로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에서 평일로 조정될 가능성도 있다.

이정아 기자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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