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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샤워실의 바보, 그리고 부동산 정책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 밀턴 프리드먼의 ‘샤워실의 바보’란 개념이 있다. 샤워실의 물 온도를 조절할 때 성격이 급한 사람이 온수와 냉수의 손잡이를 빠르게 돌리다 물에 데거나 찬물에 놀라 샤워실을 뛰쳐나오는 모습을 즉흥적인 정부 정책의 개입 타이밍에 빗대 우회적으로 비판한 표현이다. 프리드먼은 이 개념을 통해 정부가 도를 넘게 시장에 개입하거나, 상황에 따라 돌변하는 변덕스러운 행태를 보일 때 시장에 역효과를 가져다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시점에서 ‘샤워실의 바보’ 이야기를 꺼내든 데는 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 개념이 시사하는 바가 적잖을 것이란 생각에서다. 전 정부의 부동산 실정(失政)에 힘입어 정권 교체를 이뤄낸 새 정부는 부동산 정책의 ‘180도’ 뒤집기를 시도 중이다. 턱밑까지 차오른 가계부채 폭증의 위기감을 감안한 대출 규제를 제외하고는 종합부동산세로 대표되는 부동산 세제와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의 규제, 임대차 정책 등에서 대대적인 변화를 천명한 상태다.

당장 정부는 최근 발표한 ‘2022년 세제개편안’에서 종부세 과세 체계를 주택 수 기준에서 가액 기준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정비사업의 대못 규제로 꼽히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와 안전진단 규제 완화 또한 ‘250만호+α’ 공급 대책에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로 대표되는 임대차2법도 폐지 수준의 개정을 공언한 상태다.

이런 급격한 변화는 정부 정책 시행의 타이밍 관점에서 우려를 낳기에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종부세와 임대차2법 개정은 변화의 타이밍에서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다주택자를 악으로 몰던 종부세제는 분명 변화가 필요한 대목이었으나, 시장이 이제 막 하향 안정화되는 초기에 급격한 변화를 가해야 하는지 평가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지난 정권에서 핍박 받던 다주택자들을 보호하겠다는 메시지를 주기에 충분하다.

임대차2법 개정을 공언한 데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2년 전 임대차법이 개정되며 시장은 한 차례 큰 홍역을 앓았다. 당시 워낙 큰 사회적 비용을 치렀기에, 법 개정 2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우려했던 전세대란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이미 제도 변화의 부작용이 시장에 녹아는 상태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시장이 바뀐 제도에 적응해 가는 현시점에서 2년 전으로 정책을 되돌려 또 다른 부작용을 낳아야할지 의문이다. 이런 변화는 정책의 미세 조정이 아닌 뒤집기와 같다. 지난 정권의 정책을 되돌려야 한다는 강박에 시장에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을 곱씹어볼 대목이다.

무엇보다 9일 발표하려다 중부지방의 기록적인 폭우로 미뤄진 주택 공급 계획에 이같은 우려가 감안돼야 할 것 같다. 시장은 정부가 과거의 기계적인 물량 공급의 한계를 벗어날 것을 주문한다.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가 공급 부족에서 기인했다는 문제의식에서 자칫 더 많은 공급량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을까 우려한다. 숫자에 매몰된 공급 대책이 아닌, 시장 기능에 따라 자율적으로 공급이 조정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는 게 더욱 중요한 시점이다.

마치 ‘샤워실의 바보’처럼 정권 교체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부동산 정책이 더는 되풀이돼선 안 된다. 정책이 정치가 되는 악순환을 국민은 더는 보고 싶지 않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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