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테라파워에 3000억 투자
차세대 원전 등에서도 협업 강화
빌게이츠(오른쪽 두번째)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 공동 이사장과 최태원(왼쪽 두번째) SK그룹 회장, 최창원(오른쪽 끝)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왼쪽 끝)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이 16일 서울 여의도에서 회동을 가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 제공] |
[헤럴드경제=서경원 기자]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 공동 이사장이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회동을 가졌다. 감염병 국제 공조 목적으로 방한한 빌 게이츠는 이날 국회·대통령실 일정을 마친 후 최 회장과 만나 글로벌 공중보건 증진 등을 위해 협력하는 방안을 모색했다. 더불어 차세대 원전 등 미래 사업에 대한 논의도 오갔을 것이란 관측이다.
이날 회동에는 최 회장의 사촌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안재용 SK바이오사이언스 사장 등도 배석했다. SK바이오사이언스와 게이츠 재단은 지난 2013년부터 이어져 온 협력 관계를 확장해 향후 글로벌 공중보건 문제 해결을 위한 방안을 지속해서 함께 모색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다음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백신과 치료제 연구개발도 이어가기로 했다.
한편, SK그룹은 투자전문 지주회사인 SK㈜와 에너지부문 핵심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이 지난 15일 빌 게이츠가 창업한 소형모듈원자로(SMR) 설계기업 테라파워의 7억5000만달러(약 9795억원) 규모 투자 유치에 빌 게이츠와 함께 공동 선도 투자자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SK는 최근 미국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 승인을 받아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의 지분 투자를 완료했다. 테라파워의 이번 투자 유치는 차세대 원전 업계에서 현재까지 이뤄진 단일 기업 투자액 중 최대다. SK그룹이 테라파워와의 협력을 공식화한 것은 지난 5월인데, 세부 투자 내용을 이날 발표한 것을 두고 다음날 최 회장과 빌 게이츠의 회동을 염두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SK그룹의 테라파워 투자 소식이 처음 전해진 건 지난 4월로, 이후 줄곧 두 사람의 만남을 예상하는 전망이 지속 제기됐지만 끝내 성사되지 못했다. 지난달 최 회장이 미국을 방문했을 당시에도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날 만남은 처음으로 최 회장과 빌 게이츠가 감염병 대응 및 SMR 부문에서의 미래 연맹을 첫 대면 확인하는 자리여서 의미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빌 게이츠는 2014년 SK케미칼의 장티푸스 백신 임상 연구에 490만달러를 전달했고, 재작년에는 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 개발에 360만달러와 1000만달러를 순차 지원한 바 있다. 이번에는 SK그룹이 빌 게이츠 회사에 투자한 것인데, 양측이 서로 다른 부문에서 상호 투자를 진행하는 모습으로 향후에는 더 다양한 영역에서의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테라파워는 지난 2008년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가 설립했으며 차세대 원자로의 한 유형인 소듐냉각고속로(SFR) 설계기술을 보유한 원전 업계의 혁신 기업이다. SFR 기술은 고속 중성자를 이용한 핵분열을 통해 발생한 열을 액체 나트륨 냉각재로 전달하고 이 과정에서 증기를 발생시켜 전기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테라파워의 SFR 기술(나트륨)은 미국 에너지부 지원 하에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실증 사업을 진행 중이다.
최 회장이 SMR 사업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원전이 탄소를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 친환경 에너지원이라는 점 때문이라고 한다. 여기에 SMR은 전통 원전의 취약점인 안정성을 해결할 수 있고 경제성도 더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사업 진출의 결정적 요인이 됐다. 특히 테라파워의 SFR 기술은 기존 SMR보다 안전성·경제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테라파워는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인 ‘악티늄-225(Ac-225)’ 생산 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악티늄-225는 정상세포 손상 없이 암세포를 표적·파괴하는 표적 알파 치료제 원료 중 가장 효과가 좋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SK는 테라파워와 기존에 투자한 바이오 기업들 간 협력을 통해 치료제 개발 및 위탁생산 등 바이오 영역에서도 여러 사업기회를 발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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