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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광장] 권위의 적(敵), 권위적
조현용 경희대 교수

세상의 언어를 보면 세상을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이 사용하는 말을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사용하는 말을 보면 스스로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말이 거칠어지면 세상이 거칠어졌다고 우려하는 것입니다. 험한 말을 쓰는 사람이 온순한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딱딱하고 건조한 말을 사용하는 사람은 감정적인 것을 싫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어떤 말을 쓰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저는 세상이 민주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세상에서 차별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일입니다. 민주라는 말과 평등이라는 말은 아주 다른 말이 아닙니다. 종종 사람들은 민주와 평등을 다른 말처럼 사용하기도 합니다. 민주를 자유와 같은 말처럼 사용하면서 자유로우려면 어쩔 수 없이 평등이 희생되는 것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저는 자유의 올바른 의미는 평등과 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내가 자유로우려면 그도 자유로워야 합니다. 서로 평등할 때 진정한 자유와 민주는 성립이 될 겁니다. 배려와 존중은 중요한 민주의 가치입니다.

민주주의 사회라고 해도 언어는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저는 ‘명령’이라든지 ‘지시’라든지 하는 말은 기본적으로 민주에서 먼 언어라고 생각합니다. 민주와 가까운 말은 ‘당부’라든지 ‘부탁’이라는 말일 겁니다. 실제로 가족 내의 언어생활에서도 명령은 많이 사라졌습니다. 요즘에는 부모가 아이에게 일방적으로 명령하지 않습니다. 부모도 아이에게 부탁하고, 당부하고 때로는 의논합니다. 심부름을 시키는 경우도 명령의 언어보다는 부탁의 언어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방향적인 명령의 사회는 수많은 부작용을 나타냅니다. 전에는 ‘어른 말하는 데 어디 토를 다느냐’고 나무라기도 했습니다. 의견을 말하는 것이 토를 다는 것으로 취급받아서는 안 됩니다. 이유를 말하는 것이 핑계를 대는 취급을 받는 것도 곤란합니다. 명령의 필요성으로 일의 효율성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군대와 같은 조직에서는 명령과 복종이 최고의 가치인 것처럼 이야기합니다. 상명하복을 마치 아름다운 전통이나 가치로 이야기하는 조직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도 그랬습니다.

급박한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는 명령이 필요한 순간도 있겠죠. 가족도 위험한 상황에서 부탁을 하지는 않을 겁니다. ‘빨리 피해!’라는 명령은 자연스럽습니다. 당연한 것이기도 합니다. 그럴 때는 명령이 상대를 위하는 일이기도 하니까요. 군대도 마찬가지겠죠. 그렇지만 모든 것을 명령하고 지시하는 것은 요즘 세상에 맞지 않는 언어입니다. 지시라는 말은 원래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것을 말합니다. 손가락으로 가리키면서 일을 시키는 사람은 누구일까요? 그런 명령을 받으면 기분이 어떨까요? 하고는 싶을까요? 더 문제는 그렇게 명령하고 지시한 사람이 책임은 아랫사람에게 미루는 것입니다. 최악이지요. 명령이나 지시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이 책임입니다.

자신의 일을 열심히 노력하고 책임을 다하면 ‘권위’가 생깁니다. 권위는 내가 인정하는 가치가 아니라 남이 인정해 주는 것입니다. 권위 있는 학설이나 권위 있는 대회라는 말은 내가 하는 게 아닙니다. 권위를 남에게 인정받으면 권위자가 됩니다. 권위자라는 사람들은 늘 부끄러워합니다. ‘아직 다 이루지 못했는데, 아직 갈 길이 먼데’라고 말을 합니다. 자신의 주장을 우격다짐으로 몰아붙이지 않습니다. 주장하기 전에 스스로의 행동을 반성합니다. 그런 사람이 권위가 있는 사람입니다.

권위는 좋은 것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좋은 권위에도 적(敵)이 있습니다. 조금 먼저 알았다고 해서, 조금 위에 있다고 해서 다른 사람을 무시하고, 명령하고, 지시하고,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입니다. 부끄러움도 없습니다. 그런 사람을 우리는 권위적이라고 합니다. 권위자가 되기 위해서 노력하고 권위적이지 않기 위해서 반성하는 삶이 이 시대에 필요한 가치를 지키는 삶입니다. 자신이 사용하는 언어를 살피면서 스스로 권위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아야 합니다.

조현용 경희대 교수

bigroo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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