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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 집 사고 건물주도 꿈꾸지만…넷 중 한 명은 ‘내집 마련’ 포기했죠 [Z세대 금융생활]
소득 절반 모아도 서울 아파트 30년
“월세 낼 때면 땅에 돈 버리는 기분”
치솟는 집값에 Z세대는 애초부터 ‘내 집 마련 계획’도 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월세를 땅에 돈을 버리는 기분”이라며 주거비를 가장 아까운 지출로 바라보고 있기도 하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은 전월세 시세표 앞을 한 시민이 걸어가고 있다. [연합]

“월세만 아니었어도 벤츠 뽑았다.”

서울 동대문구에 거주하는 김모(27) 씨는 8년간 자취를 한 ‘프로 자취러’다. 김씨가 그간 월세로 지출한 총액은 약 4800만원. ‘드림카’로 꿈꿔오던 차량의 가격과 같다. 그러나 김씨는 내 집 마련 계획이 없다. 그는 “가능하다면 집을 몇 채 사서 월세 받으며 살고 싶지만 현실은 작은 집 하나 사는 것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Z세대도 ‘내 집 마련’, 나아가 ‘건물주’의 꿈을 꾸고 싶다. 문제는 꿈꾸기조차 어려운 현실이다. Z세대 4명 중 1명은 주택 마련 계획을 일찌감치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다수는 주택 구매를 포기한 이유로 ‘현실적인 여건’을 꼽았다. 이를 증명하듯 Z세대는 지출 중 주거비를 가장 아깝게 여겼다. 동시에 Z세대 3명 중 1명은 소득이 상승하면 부동산 투자를 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Z세대 100명을 대상으로 한 심층 설문조사에서 ‘주택 마련 계획이 없다’고 답한 응답자는 25%에 달했다. 주택 마련 계획이 없는 응답자 중 약 88%가 ‘현재 소득으로는 주택 마련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중소기업에서 근무하는 박모(26) 씨는 “소득 절반을 모아도 서울의 아파트 하나를 장만하려면 최소 30년은 걸린다는 계산이 나왔다. 애초에 불가능한데 어떻게 계획을 세우겠나”라고 말했다.

이 밖에 주택 마련 계획이 없는 이유로 ‘집 구매의 필요성을 못 느껴서’가 32%, ‘집값 하락을 예상해서’가 8%를 기록하며 뒤를 이었다.

주거비 지출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다수였다. 지출이 가장 아까운 항목을 묻는 항목에 전체 응답자의 절반에 가까운 49%가 ‘주거비’를 꼽아 1위에 올랐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등 주거비 지출이 없는 경우를 고려하면 실제 주거비에 대한 부정적 의사는 더 강할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60만원 상당의 월세를 지불하며 오피스텔에 거주하는 이모(26) 씨는 “월세를 낼 때면 땅에 돈을 버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며 “월세가 내 집 마련을 더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다음으로 응답률이 높았던 ‘식비’는 23%를 차지하며 주거비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 밖에 응답은 교통비(18%), 의복 및 미용(5%) 순으로 나타났다.

내 집 마련은 어렵다 할지라도 Z세대의 부동산 투자 의사는 비교적 높았다. 현재보다 소득이 늘었을 때 투자처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34%가 부동산 투자를 꼽았다. 이번 설문에 응답한 Z세대 절반 이상이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는 데에 반해 부동산 투자는 없다는 점을 고려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의지가 상당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결과가 막 사회에 진입한 Z세대에 부동산 가격 상승이 큰 부담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마련 계획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는 ‘살 능력이 없어서’인 경우가 많아 문제”라며 “적어도 안정적인 소득과 직업이 있는 경우 자산 축적을 통해 주택을 마련할 수 있을 정도의 경제 여건은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내 집 마련에 대한 Z세대의 관심이 점차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주택 구매에 더 많은 돈이 소요될수록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확산할 수 있다”며 “지금처럼 미래 설계가 불가능한 상황이 지속되면 주택 구입을 포기하는 젊은 층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박자연·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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