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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268개의 녹색 초콜릿 보홀...힐링성지된 ‘밀림 속 세부’
한국인 최애관광지 ‘세부~보홀’을 가다
선선한 고지대 부사이 마을 부촌 형성
낯선 레아신전 등 눈호강 하이랜드투어
부사이산 전망대 오르면 황홀한 야경천국
200만년 전 산호초로 형성된 ‘초콜릿힐’
건기엔 초록-우기 땐 갈색으로 탈바꿈
K-팝 등 한류붐에 여행객에 촬영요청도
세부 보홀섬에 있는 초콜릿힐은 200만년 전 해수면 아래 있던 산호초 지형이 융기해 침식 과정을 거치면서 지금의 모습을 이뤘다. 고분처럼 생긴 언덕 1268개가 밀집돼 있다. 하나의 산호군락지가 한 봉우리로 이뤄진 초콜릿힐은 8월 우기때 초록빛을 띤다.

‘엘레강스 세부’ ‘녹색 초콜릿 보홀’. 앞으로 ‘한국인의 스테디셀러’ 세부-보홀로 여행 가면 예전처럼 리조트에만 머물지 말고 밤이든 낮이든 밖으로 나가지 않으면 안 되겠다.

2020년 새로 단장해 국제 어워드를 받은 필리핀 세부공항이 이제야 제 맵시를 뽐내더니 시내엔 여행자들을 위한 초현대식 건물이 어느새 여럿 들어서고 산들바람 시원한 부사이산(山) 일대 부촌 하이랜드엔 숨은 매력들이 대거 등장해 도시 전체가 세련미를 더했다.

노랑색 미소, 연둣빛 친절, 때론 세심하고 때론 발랄한 세부퍼시픽 승무원들의 ‘착륙 임박’ 알림에 창 밖을 보니 세부해협 주변이 몰라보게 현대 감각으로 변신했다. 광안대교와 인천대교를 합쳐놓은 듯한 세부-코르도바 대교, 첨단 기술로 치장하면서도 전통 초콜릿체험장도 마련한 누스타카지노리조트가 최근 지어졌고, SM아레나, 오션파크, 세부의과대, SRP타워, 바이호텔 등이 ‘스마트 세부’ 해안을 장식했다.

보홀 팡라오섬의 석양.

▶하이랜드 투어=세부의 잠 못 드는 밤, 루프톱 디제잉 풀사이드바로 유명한 바이호텔에서 하룻밤을 묵은 뒤 트랜센트럴하이웨이를 따라 북쪽 산지로 올라가니 지대가 높아질수록 부촌이 나온다. 부사이 바랑가이(마을)다. 시원해서 부촌이다. 북쪽의 시아로가든부터 레아신전까지 6㎞ 반경에는 세부에 가봤던 한국인조차 생소한 ‘신상’들이 밀집해 있다. 지대가 높아 이곳 여행을 ‘하이랜드 투어’라 한다.

말루복산(Mt.Malubog) 서쪽 자락에 있는 세레니티팜앤리조트는 원래 농장이었다. 산기슭에서 북쪽을 등진 채 서쪽으로 수디안국립공원과 라바산이 지키고, 정면인 남쪽으로 목가적인 농산촌 풍경이 여행자의 마음까지 푸르게 만든다. 동남쪽으로는 산과 산 사이 V자형 골에 시내로 가는 곡선 도로와 멀리 세부해협이 눈에 들어온다. 테라스에 앉아 청정생태를 감상하며, 세레니티팜의 리엘키친에서 목을 축이고 미식을 흡입하는 곳이다.

세레니티팜에서 남쪽으로 3㎞만 가면 사별한 부인을 그리며 지은 레아(Leah)신전이 세부 시내와 바다를 내려다본다. 필리핀의 유명 여배우 엘렌 아다르나의 조부가 53년을 함께한 아내 레아 알비노 아다르나의 사망 직후 2012년 지은 사랑의 신전이다. 신전 앞마당엔 세 여신의 나신이 조각된 분수대가 있고, 황금사자의 호위를 받으며 중앙 계단을 올라 신전에 들어서면 어느 악사의 바이올린 연주가 이어지는 가운데 실내 계단 위에 레아의 금동조각상이 앉아 있고 그 옆엔 다정한 부부 사진이 걸려 있다. 화려한 샹들리에 아래 스테인드글라스 성화 앞에서 부부·연인 여행자들이 인증샷을 남긴다.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면서….

라푸라푸장군상(왼쪽)과 마젤란십자가. 마젤란은 포교엔 성공했지만 라푸라푸군과 싸우다 전사했다.

▶세부의 잠 못 드는 밤=부사이산 꼭대기 세부 톱(Tops) 전망대는 꼭대기를 원형으로 조성됐고, 진입로와 주차장이 있는 북쪽엔 단층짜리 선곳술집들이 둥글게 늘어서 있다.

한낮에 시내, 막탄, 올랑고의 천촌만락을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일부러 오후 5시30분 석양이 깃들기 직전부터 자정 이후까지의 야경, 정취, 취중낭만을 즐기려는 여행자도 적지 않다. 일부 한국인은 밤 비행기로 세부에 내리자마자 이곳으로 그랍택시를 대절해 달려와서는 술 한 잔 마시고 세부의 밤 낭만에 빠진다. 오래도록 정을 나누고 싶은 사람과 손을 포개 함께 치는 종도 매달려 있다. 이곳에서 고불고불 북쪽 산길을 따라 차로 20분쯤 가면 노랑, 분홍, 보라, 흰색 꽃과 연두색 수목 사이에 네덜란드식 풍차와 한국 시골풍 원두막, 리우식(式) 예수상, 다낭식 손바닥전망대, 미국식 카우보이 모자 전망대 등이 들어선 시아로(Siaro)가든을 만난다. 우리나라 에버랜드나 북해도의 시키사이노오카처럼 장쾌한 화원은 아니지만 소규모 꽃밭마다 포토존이 있어 몇 걸음 옮기다 금세 사진 찍고 싶은 마음이 들곤 하는 사진맛집이다. 시내로 오면 마젤란십자가, 마젤란의 침입에 대항한 라푸라푸장군 공원, 산토니뇨성당, 스페인 코루냐와 같은 이름의 산페드로요새 등 역사 탐방도 흥미롭다.

▶완전 초록 초콜릿=세부의 외국인 관광객 1위인 한국인은 버진아일랜드, 발리카삭 다이빙과 청정생태로 유명한 보홀도 많이 찾는다. 세부 이웃 섬이다. 보홀 팡라오섬 끝자락에 있는 밸부리조트의 안토니라다가 CMO는 “세부퍼시픽 등을 통해 세부에 내린 한국인들이 보홀을 찾아주는 덕분에 서서히 숨통을 트고 있다. 한국밖엔 믿을 데가 없고, 잘 준비했다”고 구애한다. 리조트를 떠나 초콜릿힐로 오르는 밀림 사이 S자 도로변엔 마호가니나무, 야자수 등 건강한 숲이 초록빛 힐링을 선사한다. 거북이처럼 생긴 보홀섬의 한복판 루아이마을에서 54㎞ 북쪽, 카르멘 지역엔 높이 30~50m짜리 고분처럼 생긴 언덕 1268개가 밀집돼 있다.

200만년 전까지만 해도 해수면 아래에 있던 산호초 지형이 융기하면서 약한 부분은 침식되고 봉분 모양으로 형성된 것이다. 해수면 속 하나의 산호군락지가 한 봉우리다.

현지인들은 언덕이라는 뜻의 ‘부드’라고만 불렀다. 우기엔 초록빛을 띠다가 건기엔 산호가루 사이로 물이 모두 빠지며 갈색빛으로 변하기에 서양인들에 의해 초콜릿힐이라고 부르게 됐다. 건기인 2월에 갔을 때엔 초록과 갈색의 비율은 5 대 5 정도였고, 우기인 8월에 방문했더니 온통 초록빛이다. ‘필리핀의 아마존’ 로복강은 강변의 울창한 야자수가 강물 쪽으로 기울여 거북선을 호위한다. 주변엔 강과 정글을 무대로 전통을 지키며 살아가는 민속촌도 있다. 로복강 크루즈뷔페에는 닭볶음, 돼지고기, 필리핀 야채볶음 등 10여가지 음식이 차려져 있다. 거북선을 닮은 크루즈 버스킹 때엔 필리핀, 미국, 한국 노래가 번갈아 흘러나온다.

세부 전통 아몬드초콜릿 제조법 체험행사.

▶한국·필리핀 서로 스며들다=6년 전 방문했을 때엔 ‘강남스타일’이 그렇게 많이 흘러나오더니 이번엔 필리핀의 20대 가수가, 올해로 71세 된 은희의 1971년 노래 ‘사랑해 (당신을)’를 부른다. 한국 문화에 대한 필리핀 사람들의 폭넓은 관심이 느껴진다.

세부에서 가족여행을 온 자라(15)-자렐(12) 베트니 자매는 K-팝, 특히 방탄소년단(BTS) 광팬임을 고백했다. 자라는 노래 한 곡을 부른 뒤 한국 여행객들과 기념사진을 청했다.

우아해진 세부, 청정생태 보홀은 그렇게 한국을 좋아하고, 한국 여행자는 세부-보홀에 스며들고 있었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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