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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플랫폼이 되려는 금융… 사방서 골목상권과 갈등 예고
네이버·카카오에 금융 중개 허용
금융사는 알뜰폰·헬스케어·중고차 진출
기존 사업자와 갈등 불가피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정부가 금융산업을 플랫폼화하려고 함에 따라 곳곳에서 플랫폼 사업자와 골목상권 등 기존 사업자 간의 갈등이 예고되고 있다. 정부는 ‘금융판 BTS’라 할 수 있는 ‘글로벌 플레이어’를 키우겠다는 목표지만, 자칫 우물 안에서만 강한 포식자 개구리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금융위원회는 23일 금융규제혁신회의를 열고 금융산업의 플랫폼화 계획을 밝혔다. 예금·보험 등 금융상품을 네이버·카카오와 같은 플랫폼 기업이 중개(비교·추천)할 수 있게 하고, 기존 금융사는 플랫폼 기업이 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다는 것이다. 플랫폼이 금융산업으로 들어오는 문턱과 금융이 플랫폼산업으로 나가는 문턱을 각각 낮추는 셈이다.

금융산업의 역량을 높임으로써 글로벌 시장에서 겨룰 수 있는 사업자를 육성하겠다는 목표지만, 당장 국내 기존 사업자의 영역을 잠식한다는 반발이 나온다.

▶플랫폼에 침공당한 금융= 플랫폼 기업이 보험을 비교·추천할 수 있게 한 것을 두고는 보험대리점과 설계사들이 반발 중이다. 가입자 3600만명의 카카오페이가 당장 올해 내에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보험상품 비교 서비스를 시작했다가 금융당국의 저지로 무산된 바 있다.

한국보험대리점협회와 보험대리점업계 및 보험영업인노동조합연대는 지난 22일 대통령실 앞에서 집회를 열고 보험설계사의 고용 및 소득 감소를 야기할 것이라 우려하며 “온라인플랫폼의 보험대리점 진출을 철회해 줄 것을 간곡히 호소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은행과 보험사에서도 종국에는 플랫폼에 예금·보험 상품을 납품하는 하청업체로 전락해 빅테크에 예속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해 대환대출 플랫폼이 무산된 것 역시 이같은 우려 때문이었다.

금융위는 플랫폼의 영향력이 과도하게 확대되지 않도록 업무범위를 판매가 아닌 비교·추천으로만 제한하고,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등 보완장치를 뒀다는 입장이다.

반면 한 은행 관계자는 “보완장치는 플랫폼 진출 초기에나 의미가 있는 것”이라며 “플랫폼이 초기에는 금리 등 상품 가격 인하 효과를 내겠지만, 지배력이 강해지면 독점 사업자로서 금융사와 소비자 양쪽에서 이윤을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은 플랫폼이 돼 다른 영역 침공= 금융사는 반대로 스스로 플랫폼이 되어 다른 업역을 넘보는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금융위는 은행은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모든 금융서비스를 하나의 앱에서 제공하는 것)’로, 보험사는 ‘헬스케어 플랫폼’으로, 카드사는 ‘생활밀착 플랫폼’으로 만들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금융위는 해외 사례로 싱가포르 DBS가 부동산 매물 추천, 중고차 중개, 어린이 대상 학습프로그램 판매 등을 판매하는 ‘마켓플레이스’ 서비스를 예로 들었는데, 국내에서 시작할 경우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일만한 영역들이다.

당장 갈등이 현실화된 곳은 알뜰폰 사업이다. 알뜰폰은 KB국민은행이 혁신금융사업자로 지정돼 서비스 중이고, 토스도 최근 알뜰폰 업체를 인수했다. 이에 알뜰폰 협회는 12일 금융위를 방문해 “거대 금융기업이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도매대가 인하의 파격적인 요금제를 출시하고 과도한 경품으로 가입자를 유인하고 있다”며 “금융기관의 알뜰폰 시장 진입을 불허해달라”고 요청했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도 의료단체와의 갈등이 잠재돼 있다. 금융위는 ‘의료행위’와 ‘비의료행위’의 판단 기준을 명확히 세워 보험사가 헬스케어를 할 수 있게 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의료계는 보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가 많아질수록 유사 의료행위도 허용될 것이라 보고 있다.

김대종 세종대 교수는 “4차 산업혁명에 따라 플랫폼 산업의 진출 장벽을 허무는 것은 산업의 혁신을 위해서나 소비자의 후생을 위해서나 바람직한 일이다”라며 “다만 우버가 호주에 진출하면서 이익의 일부를 택시기사 지원을 위해 내놓은 것처럼 구조적 실업 등 피해자를 위한 상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paq@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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