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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수원 세 모녀는 왜 '생계·의료비' 지원 포기했나..."문턱 높은 지원금"
보사연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접근성 강화방안' 보고서
"서류 많고 절차도 복잡…중도포기 않도록 접근성 높여야"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정부 복지 혜택에서 소외돼 있던 수원 세모녀처럼 기초생활보장제도에 대한 문턱이 높아 복지 혜택을 스스로 포기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것이란 지적이 제기됐다.

25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암과 희귀질환 투병 중이던 ‘수원 세 모녀’는 소득·재산 기준을 충족할 경우 3인가구 기준 125만8400원의 생계 지원비와 1인당 300만원의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생계·주거급여 등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수급자도 될 수도 있었지만, 세 모녀는 수급자가 아니었다.

이들은 왜 국가의 복지혜택을 포기했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복지부에 제출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접근성 강화방안 연구’(김태완 외) 보고서를 보면 복지 사각지대 발생의 주요 원인으로 신청의 어려움이 꼽힌다. 보고서는 “신청주의가 원칙이어서 신청자가 준비해야 하는 서류가 많다”며 복잡한 절차로 인한 중도 포기, 이해 부족에 따른 제도 진입의 어려움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저소득 가구의 가구원, 친족, 기타 관계인이 직접 신청하는 것이 원칙이다. 법이 정한 신분확인서류, 사회보장급여 신청서, 본인 금융정보, 부양의무자 금융정보 제공 동의서(일부 급여), 임대차계약관계 증빙 서류 등을 제출해야 한다. 이렇게 많은 서류는 제도 진입을 가로막는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15년 생계, 의료, 주거, 교육 등으로 나눈 맞춤형 급여가 도입됐는데, 준비 서류는 이전보다 더 많아지고 복잡해졌다. 반면 법이 정한 처리 시한은 30일~60일로 전보다 2배가량 늘어나 즉각적인 지원은 어려워졌다. 보고서는 “가족단절, 이혼 등 가족사적 문제로 관련 서류를 받지 못해 신청을 포기하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신청자 스스로 관련 서류를 제출하기 어려운 경우 정부가 대신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청자가 수급 신청 과정에서 가질 수 있는 ‘낙인감’도 신청을 꺼리는 이유다. 빈곤에 대한 사회적 낙인에 두려움을 느끼는 것이다. 상담자 경력이 많지 않거나 사회복지직이 아닌 공무원이 상담할 경우 신청자가 불쾌감이나 낙인감 등을 경험하는 경우가 있다. 지자체들은 신청자가 느끼는 주변 시선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민센터 등에 상담실을 설치하고 있지만, 상담실이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면담 과정에서 상담자는 자신의 자리에 있는 사회보장통합전산망에 기초해 상담을 진행하지만 상담실에는 이런 전산 자료가 없어 상담에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도 한다. 보고서는 이와 관련 “업무 담당자에 대한 상담과 사례 기초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며 “상담실 사용이 어려우면 제3의 장소에서 모바일, 태블릿PC 등을 통한 상담이 가능하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급여 신청이 자신의 권리라는 인식이 부족해서 신청을 못 하는 경우도 있다. 신청자가 막연히 주변 지인들과 비교한 후 막연히 선정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해 수급을 포기하는 사례가 많다. 보고서는 “위급상황임에도 제도를 잘 몰라서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며 “특히 저학력자, 노인, 일용근로자 중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정부가 운영 중인 희망복지지원단 같은 조직을 적극 활용해 신규 수급자를 발굴해야 한다”며 “제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분들을 위해 적극 홍보하고 주변 지인 등을 통한 위기 상황 발굴에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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