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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MM, 사모펀드나 외국기업에 넘기진 않을 것” [인터뷰-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
‘시장 기능 활성화’ 정부 역량 집중
주식 전환시 공공지분 74.1% 가능성
물류난 겪으며 국적선사 필요성 인식
대기업 매각 등 다양한 선택지 고민
진해신항부터 완전자동화 항만 예정
‘한국형스마트항만’ 초일류 경쟁력 확보
리스크 분산 차원 ‘선주사’ 도입해야
추후 펀드형 등 여러 형태 고민할것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이 세종정부청사 집무실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갖고 있다. 조 장관은 이 자리에서 국적선사인 HMM의 민영화와 관련해 사모펀드나 외국기업에는 매각할 수 없다며 “민간에 경영권을 이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해양수산부 제공]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하는 경우 공공부문이 가진 HMM 지분이 74.1%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상황에선 (민간에) 경영권을 넘길 방법이 없다. 결국 매각해야 하는데, 사모펀드에는 팔 수 없다. 국민 동의도 어려울 것이다. 외국 기업에게 넘기는 것도 곤란하다. 이 두 가지가 HMM 매각에 있어 제가 가진 두 가지 큰 틀의 원칙이다.”

조승환 해양수산부 장관은 26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국적선사이자 국내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HMM의 매각과 관련해 “민간에 경영권을 이양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민간을 중심으로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고, 항만물류산업의 부가가치를 높임으로써 세계를 선도하는 해상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새정부 해양수산 주요 정책방향 중 하나”라면서 “해운산업은 공공 주도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고, 시장 기능 활성화에 정부의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공공부문이 가지고 있는 HMM 지분은 현재 45.7%(산은 20.7%, 해진공 20.0%, 신보 5.0%)다. 만일 채권을 전액 주식으로 전환한다면 2025년에는 74.1%(산은 36%, 해진공 35%, 신보 2%)까지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 사모펀드와 해외자본에 지분을 매각하지 않는다면 남는 선택지는 국내 대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포스코 등 해운산업에 관심이 있는 기업들이 거론된다.

이와 관련 조 장관은 “(염두한 기업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없다”면서도 “기업들 입장에서는 엉뚱한 생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해운산업에 관심이 있는 대기업 혹은 물류 회사 등이 있을 수 있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이어 “심플하게 말한다면 한 10조원짜리 투자인데, 그걸 어느 회사가 투자하겠느냐고 물을 수도 있겠지만 경영하는 분들은 아이디어가 많기 때문에 어떤 방식을 만들어서 매각을 이뤄낼 수도 있지 않겠느냐”며 “우리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조 장관이 사모펀드나 해외자본에 HMM을 넘기지 않겠다고 밝힌 이유는 국적선사의 중요성에 기인한다. 그는 “한진해운 사태와 코로나 물류대란을 겪으면서 물류에 대한 인식이 달라졌다”며 “옛날엔 물류란 당연한 인프라라고 생각했고, 또 화주도 ‘국적선사가 없으면 어때’라고 생각했다면 공급망 혼란 사태를 겪으며 국적선사가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매우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HMM 매각이 단시일 내에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 조 장관은 “관계기관과 지속 협의하여 자본시장 상황, 해운시황, 시장 충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유연하게 추진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해운산업이 코로나19 사태의 충격에서 벗어나며 호황을 맞고 있지만, 아직 안정기에 접어들지 않았다고 봤다. 시장 불확실성 등 현실적으로 지켜봐야 할 요인들이 많다는 것이다. 조 장관은 “해운산업 르네상스라는 표현엔 동의하기 어렵다”며 “코로나19 사태나 유동성 확대로 인한 물량, 그리고 보틀넥(병목) 현상이 일어나면서 운임이 비정상적으로 올라갔다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HMM이 일단 탄탄해져야 한다”며 “한진해운 파산 전에 100만 TEU(20ft 컨테이너) 정도 물량을 소화했는데 지금은 그 정도를 회복한 수준이기 때문에 120만 TEU 선복량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HMM은 2026년까지 15조원을 투자하여 컨테이너 선복량 120만 TEU를 추가 확보하는 등 자체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는 “(HMM이 많이 컸다고 하지만) MSC(Mediterranean Shipping Company)나 다른 해외선사는 코로나 팬데믹 위기를 거치며 더 훌쩍 컸다”며 “해운산업은 국제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결국 경쟁력은 선박이기 때문에 큰 선박, 또 친환경 선박이 확보돼야 하는데, HMM이 지금 그 경지에 올라섰느냐고 묻느냐면 답은 ‘아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이에 선박금융시장이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선박 조세리스 제도 등 민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지원제도 마련을 추진하고, 현재 21억 달러 규모인 한국해양진흥공사 등이 참여하는 정책펀드를 36억 달러까지 확대한다.

항만물류산업도 한국형 스마트항만구축과 항만 서비스 다양화로 초일류 경쟁력을 확보하겠단 계획이다. 광양항을 시작으로 부산항 진해신항을 최첨단 스마트항만으로 구축하고, LNG벙커링, 수리조선소 설치 등 항만 서비스 다양화도 도모한다. 자율운항선박·친환경선박 등 미래 선박시장 선점을 위한 기술개발도 지원한다.

조 장관은 “항만은 지금까지 반자동화 수준에 머무른 측면이 있다”며 “우리나라 사람들이 워낙 손재주가 좋아 자동화가 늦어진 측면이 있는데, 코로나를 거치면서 하역 노동자 건강 문제와 이로 인한 물류 대란 등의 문제점이 드러나 진해신항부터는 완전 자동화 항만으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운산업의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선주사’ 개념도 속히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궁극적으로 선박의 보유는 선주사가, 운영은 해운사가 하는 분리형태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엔 민간 선주사가 들어와야겠지만, 당장엔 해양진흥공사에서 선주사 역할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조 장관은 “배를 만들면 보통 12년 동안에 걸쳐 (그 배를 운용한 수익금으로) 갚아야 하는데, (지금 구조에서는) 결국 용선료와 함께 이자비용이 동시에 들어가 부담이 커지는 것”이라며 “선주사라는 개념이 들어오면 이자비용은 선주사가 부담하고, 해운업계는 용선료만 부담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선주사는 배를 운항하지 않고 선박의 소유와 관리에 집중한다. 선박을 낮은 가격에 매입하고 높은 가격에 매각하는 전문기업이다. 우리나라 해운기업은 외국의 경쟁기업에 비해 불리한 높은 금융비용 등으로 재무구조의 악화를 막지 못한다. 선주사와 운항사를 겸하는 구조의 한계다. 불경기 때는 재무구조도 나빠져 저가 선박을 매입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호경기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다.

조 장관은 “해운경기가 나빠지면 용선료는 떨어지고 이자 부담은 늘어나 해운업에서 받는 압박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선주사 개념이 들어오면 이자 부담이 일부 분담되니 리스크 분배 차원에서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당장 그 역할은 해진공에서 하는 것이 맞고, 추후에 펀드형 선주사라든지, 조선소 선주사라든지 여러 형태를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리=홍태화 기자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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