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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연주의 현장에서] 명절선물, 포장쓰레기 걱정이 먼저라면

추석을 앞두고 선물을 받으면 기분이 좋지만 한편으로는 ‘배부른 고민’이 함께 쌓인다. 바로 저 포장들을 어떻게 버릴 것이냐 하는 문제다. 명절이 지나면 언론에 종종 보도되는 사진 중 하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선물세트 포장재 사진이다. 종이는 말할 것도 없고 수많은 스티로폼 박스와 스티로폼과 합성수지로 제작된 과일을 받치는 ‘난좌’ 등 각종 완충재가 뒤섞여 있다. 정부는 해마다 명절 전후로 과대 포장 단속에 나서지만 크게 달라진 점이 없는 듯하다.

유통기업들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 강화에 맞춰 명절에도 저마다 친환경 행보를 강조한다. 대표적인 것이 종이포장재로 바꾸는 것이다. 내부 칸막이 소재도 종이로 교체하고 아이스팩도 생분해가 가능한 식물성 젤타입을 활용하는 식이다. 그러나 자체적으로는 점차 다양한 품목으로 친환경 포장을 확대하고 적극적으로 홍보하지만, 일부 상품을 제외하고는 여전히 과대 포장으로 가득한 선물세트를 납품받아 판매하고 있다. 정부의 과대 포장 규정도 제품의 낱개 포장은 포장횟수에 제외되고, 제품을 반만 싸는 받침접시도 포장횟수에서 제외된다. 우리가 흔히 과대 포장이라고 생각하는 상당수 선물세트가 법적 규제 기준으로는 과대 포장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친환경 가치를 위해 교체한 포장재도 이정도면 그린 워싱(Green Washing. 위장 환경주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다. 스티로폼 박스에서 보랭가방으로 진화하고, 일회용 오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보랭가방은 더 품질이 고급스러워지고 반복 사용이 용이하도록 어깨끈까지 들어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명절마다 이런 선물 한두 개를 받다 보면 쌓여만 가는 보랭가방은 처치 곤란이다. 보랭재인 토이론은 재활용이 어려워 일반쓰레기로 분류되는데 멀쩡한 가방을 바로 쓰레기봉투에 넣어서 버리자니 찜찜한 기분이 든다. 바로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마련인 부직포가방과 비교하면 공들여 더 비싼 쓰레기를 만든 셈이다.

물론 유통가의 친환경 노력도 진화하는 중이다. 롯데백화점은 아예 보랭가방 회수 이벤트를 벌인다. 올 추석에만 16만개 이상의 보냉가방이 사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를 재활용해 업사이클링제품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선물세트를 신선하게 전달하기 위해 보랭가방을 안 쓸 수는 없으니 이후 단계의 재활용까지 직접 챙기는 것이다.

최근 유통업체들은 포장뿐만 아니라 내용물도 ESG에 방점을 찍은 제품들을 선보이고 있다. 한우만 해도 유기농, 동물복지 인증 등을 내세운 상품이 나오고 수산물도 지속 가능한 양식어업을 의미하는 국제 인증 상품까지 등장했다. 이 상품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소비자가 변했기 때문이다. 친환경 가치 소비를 실천하고자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 보면 반가운 일이지만 포장재 문제만 해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친환경 선물세트를 강화한다고 홍보만 할 것이 아니라 다음 단계까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o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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