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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더스칼럼] 추석, 지속가능한 지구를 위하여

민족의 대명절이라는 한가위가 성큼 다가왔다. 한가위는 여러 명절 중에서도 가장 풍족하고 즐거운 때다. 한 해 농사를 무사히 지낼 수 있게 해준 조상에게 감사하고 내년의 풍년을 바라는 마음으로 갓 수확한 농산물로 만든 음식을 가족, 친지, 이웃들과 나눠 먹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거의 해마다 가뭄, 폭우 등 이상 기후가 발생하면서 농산물 작황을 위협하고 있다. 미국 서부는 2000년대부터 꾸준히 감소해온 후버댐 저수량이 30% 아래로 떨어지고 농사를 포기하는 농장까지 생겨나는 등 1200년만에 최악의 가뭄을 맞이했다. 유럽 지역의 가뭄과 폭염도 500년만에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중국 중부지역은 40도에 이르는 폭염이 지속된 반면, 남부지역은 한 달 넘게 폭우가 이어지기도 했다. 지난달 서울에는 기상관측 사상 115년만에 최악의 폭우가 쏟아졌다.

인류의 역사는 기후변화에 따라 전환점을 맞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국가의 흥망성쇠는 기후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로마제국은 안정적인 기후가 지속된 풍년기에 정치·사회가 전성기를 맞았고, 중국은 기후변화로 흉년이 들 때면 왕조가 바뀌었다. 급격하고 거대한 기후변화는 국가가 아닌 종(種)의 소멸을 좌우한다. 지금까지 지구는 5차례의 대멸종을 거쳤다. 그동안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물들이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특히 3차와 4차 대멸종의 원인은 급격한 지구온난화로 추정된다. 그리고 최근의 기후위기로 인해 지구의 6번째 대멸종의 주인공은 인간이 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기후위기의 주범은 인간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온실가스다. 온실가스는 지구온도를 상승시켜 빙하를 녹게 만들고 갑작스런 폭우와 가뭄의 원인이 된다. 지구의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후 1도 이상 상승했다. 지구 온도가 2도 상승하면 해수면이 7m 상승해 대다수의 해안도시가 사라지게 된다. 이산화탄소가 바다에 흡수되어 해양생물이 죽게 되고, 6000만명이 말라리아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온도가 3도 오르면 아마존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화재가 빈번해진다. 정상적인 농업 생산이 어려워지면서 기근으로 최대 300만명이 사망할 수도 있다. 탄소배출은 화석연료 등 에너지 분야의 비중이 크지만, 먹거리에서 배출되는 탄소도 전체의 31%를 차지한다. 우리가 어떤 식생활을 하느냐에 따라 탄소배출을 3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뜻이다.

추석을 전후해 ‘과식, 다이어트, 남은 음식 활용법’ 등이 화제로 자주 오르내린다. 과거에는 먹거리가 부족해서 추석의 의미가 더욱 각별했지만 요즘은 음식이 너무 풍족해서 먹거리의 소중함을 간과하게 되는 것 같다. 음식을 필요한 만큼 조리해서 남기지 않고 먹으면 개인의 건강에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탄소배출을 줄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 시대가 바뀌어서 내가 또는 내 이웃이 직접 수확한 농산물을 먹을 수는 없지만 추석의 본래 의미를 되살려 인근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을 활용하는 것도 저탄소 식생활 실천이 될 수 있다. 먹거리 선물이 많은 추석에 과대포장을 지양하고 간소화하는 노력도 필요하다. 이렇게 생산부터 유통, 가공, 소비에 이르기까지 탄소배출을 줄이려는 노력이 건강한 추석, 건강한 지구를 만들 수 있다.

우리가 기후위기에서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고 한다. 그것은 우리가 추석 명절을 기쁘게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세대라는 뜻도 된다. 다음 세대가 아름답고 소중한 지구에서 감사한 마음으로 추석을 맞을 수 있게 만들어줄 책임이 우리 모두에게 있다.

김춘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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