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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안받으면 바보"라는 연 1.7% 공짜 생활비 대출…대학가 ‘빚투’ 만든다
기준금리 2.5%보다 낮은 저금리
“필요없어도 받아두자” 확산
소득 상위에서 대출 늘어
대학가 ‘빚투’ 부추겨
전문가들 “선별 강화해야”
서울 서초구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빗썸 고객센터 시세 현황판. [연합]

[헤럴드경제=김광우 기자] #대학생 김모(25) 씨의 한 달 소득은 용돈과 아르바이트 급여를 합쳐 약 180만원 정도다. 그런 A씨가 최근 150만원의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돈이 부족한 때문은 아니다. A씨가 대출을 받은 이유는 ‘1.7%의 초저금리’, 목적은 ‘주식 투자’다. A씨는 “1.7% 금리면 안 받는 게 바보 아니냐. 남은 학기도 계속 대출받아 주식에 넣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학생 송모(24) 씨는 지난 학기에 이어 올해 2학기에도 생활비 대출을 받았다. 대출 목적은 역시 투자다. 송씨는 “지난 학기 대출금 150만원을 몽땅 코인에 넣었다가 반토막이 났다”며 “이번 대출금은 적금에 넣어 이자 수익을 얻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생활비가 부족한 대학생을 위해 초저금리로 제공하는 정책상품이 오히려 대학가 ‘빚투’를 확산시키고 있다. 대학생 커뮤니티에선 한국장학재단의 ‘생활비대출’을 “안받으면 바보”라고 일컬을 정도다. 이 상품은 소득 구분 없이 일정 요건만 충족하면 1학기당 150만원까지 연 1.7%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금리가 기준금리 2.5%보다도 낮아, 3%대 은행 예적금에만 넣어놔도 수익을 얻는다.

소득 상위 30% 대학생, 5년간 생활비 대출 2.6배 ↑…‘빚투’에 쓰인다

학자금(생활비) 대출은 소득이나 사용 목적에 관계없이 모든 대학생에게 제공한다. 국가 장학금의 경우 대출 신청자의 소득 분위를 따져 장학금액을 차등 지급하지만, 생활비 대출은 ‘취업 후 상환’(소득 하위 20% 제외) 등의 제한 조건만 있을 뿐, 금리와 대출금액에 차등을 두지 않는다.

서울 소재 대학에 재학 중인 A씨는 “대출받아 배당주에만 투자해도 이득”이라며 “재테크하는 사람들 생활비 대출 안 받고 뭐 하냐”고 말했다. 최근 생활비 대출을 신청했다는 B씨는 “물가상승률만 봐도 이득이다. 대출금 받으면 바로 투자할 생각”이라고 했다.

[연합]

실제 한국장학재단 생활비 대출은 최근 5년간 저소득층은 대출 규모가 감소하고 고소득층은 증가했다. 이 대출 상품의 소득구간별 대출공급액을 살펴보면, 기초생활수급자의 대출 규모는 최근 5년간 430억원(2017년)에서 338억원(2021년)으로 21.4%가 감소했다. 반면 소득 상위 30%(7~10분위)의 생활비 대출 규모는 같은 기간 315억원에서 815억원으로 2.6배나 급증했다.

‘깜깜이’ 선별 생활비 대출…모럴해저드 논란

전문가들은 학자금 대출이 학업으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지만, 소득 구분 등 선별 대책을 강화해 ‘모럴 해저드’를 방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생긴 일종의 부작용에 따라 ‘생활비 대출로 주식 투자를 했다’는 등의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 것”이라며 “부작용을 바로 잡고 정책 취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국가 장학금 지급에 사용하는 소득 통계를 더 철저히 활용해 선별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

교육부는 지난 7월 올 2학기 학자금 대출금리도 1.7%로 동결한 바 있다. 교육부는 “최근 높은 물가와 고금리 시대로 힘든 서민 가계의 안정화와 학생·학부모의 이자 상환 부담 완화를 위한 것”이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대학 안 간 청년은 4.0%인데 대학생은 1.7%…“고졸 차별” 논란도

금리 인상기 대학생만을 대상으로 한 초저금리 정책상품이 대학에 진학하지 않은 청년과 차별을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생활비 대출은 학자금 대출에 포함돼 대학(원)생만 혜택을 볼 수 있다. 대학생이 아닌 청년이 받을 수 있는 대표 정책 대출상품인 ‘햇살론 유스’의 금리는 미취업자 기준 연 4.0% 정도다.

대학교를 진학하지 않고 요리사로 일하는 최모(24) 씨는 “최근 한 은행의 비상금 대출을 통해 200만원을 대출받았는데 금리가 5%였다”며 “1.7% 금리면 공짜 수준인 것 같아 상대적 박탈감이 든다”고 말했다.

[연합]

실제 대학생을 위한 정책금융상품은 학생 신분이 아닌 20대 청년과 비교해 훨씬 다양하게 마련돼있다. 서울시 등 지자체에서는 생활비 대출을 포함한 학자금 대출의 이자비용을 지원하는 사업도 시행 중이다. 해당 혜택을 받으면 학기당 150만원씩 생활비 대출을 받으며 무이자 혜택도 누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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