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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주·설악산·옛성...가을바람 따라 ‘교복추억’ 그 곳
나팔바지 휘날리며...‘수학여행의 재발견’
흔들바위·울산바위…성취감 컸던 설악산
해방감 만끽하며 불국사 배경 인생샷 ‘경주’
경복궁·창경궁·청와대로 서울 수학여행
예나 지금이나 인기만점 민속촌·에버랜드
‘백제문화’ 공주·여수서도 추억 새록새록

공산성 금서루

“흔들바위 추락사건 발생”

2002년 4월1일 이 속보에 얼마나 많은 국민이 애간장을 태웠던가. 대한민국 가짜뉴스 1호라 할 수 있는 이 뉴스는 그 이후에도 4월 첫날이면 간간이 들렸다. 지금이야 아무도 속지 않지만 첫 가짜뉴스의 이후 예닐곱 해 까지 속는 국민이 적지 않았고, 안타까운 탄식을 자아냈다. 흔들바위 추락이라는 가짜뉴스에도 속이 타는 이유는 바로 내 학창시절 추억이 아로새겨진 장소이기 때문이다.

울산바위와 흔들바위

▶설악의 흔들바위 여전히 건재하다=교복이나 교련복을 입고 설악산에 당도하면 육성회비가 잘 걷히는 학교는 권금성 케이블카를 이용했고, 대부분의 학생들은 걸어서 신흥사로 향했다. 신흥사는 652년(진덕여왕 6) 자장율사가 ‘향성사’라는 이름으로 창건한 고찰이다. 경내에 극락보전, 목조아미타여래삼존좌상 등 보물로 지정된 문화재가 남아 있다. 10년간 공들여 만든 높이 14.6m 통일대불은 설악의 랜드마크이다. 1992년 미얀마 정부가 기증한 부처님 진신 사리 3과와 다라니경, 칠보 등 복장 유물이 봉안됐다.

2022년 가을, 흔들바위는 여전히 건재하다. 진짜뉴스다. 계조암(繼祖庵) 앞 와우암(臥牛岩) 위에 있다. 100여 명이 함께 식사할 만큼 넓어 식당암(食堂岩)이라고도 하는 반석 끄트머리다.

공처럼 둥근 바위가 절벽 끝에 위태롭게 서 있기에, 누구든 “저렇게 여럿이 흔들대다 떨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는 가짜뉴스 양산의 빌미가 된다. 풍화작용으로 기반암과 분리된 핵석, 전문용어로 토르(tor)라 한다. 등산 종점인 울산바위 정상에서 청소년기 큰 성취감을 맛본다.

설악산 입구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5분이면 닿는 권금성은 땀성비가 가장 높은 산악 전망대이다. 드라마 ‘가을동화’의 핵심 소품, ‘갯배’의 낭만이 있는 아바이마을의 오징어순대, 런던아이를 벤치마킹한 ‘속초아이’ 해변 대관람차, 문화유산방문캠페인 ‘관동풍류의 길’ 낙산사, 코리안 라군(Lagoon) 청초호, 영랑호, 관동팔경 청간정을 체험하면 설악의 수학여행이 완성된다.

추석이 가까워지면서, 추억이 다시 찾아든다. 한국관광공사는 ‘수학여행의 재발견’이라는 이름의 9월 추천여행지 6곳을 국민에게 소개했다. 남쪽학교는 중부의 설악이나 창경궁으로 가고 중부지방 학교는 남쪽의 경주와 공주로 몰려갔다.

수학여행 1번지 불국사의 가을

▶ “눈 깔아라” 타교와 신경전하던 경주=경주는 수학여행의 스테디셀러이다. 일제 잔재를 비웃 듯 검정색 옛 교복 윗옷 호크와 단추를 풀고 경주 왕릉의 기(氣)를 뒷배 삼아 껄렁하게 사진 찍은 모습은 서울, 경기, 강원도 중고생 가정의 집안 내력이 되었다. 형도, 나도, 동생도 다 그랬다.

불국사 청운교, 백운교, 다보탑, 석가탑에서 “어느 학교여?”, “야, 눈 깔아라”, “이쁜이들, 우리랑 놀자”, “니네 인천짠물 칠공주한테 맞아볼래?” 타학교 동년배와 밀당하느라 그때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이 어마어마한 국보들을 제대로 향유하지 못했다.

대웅전(보물)으로 가는 길목의 돌계단 앞 우뚝한 범영루를 중심으로 양쪽에 있는 청운교와 백운교(국보) 계단 극락전으로 향하는 안양문 앞 연화교와 칠보교(국보) 계단은 현실과 천국을 이어주는 매개체이다. 자세히 보면 아치 구조에 역(逆)아치 구조물이 박혀 있는데, 아치 문명의 발상지 메소포타미아 후예들 조차 놀란다.

다보탑-석가탑(국보)는 크리스트교로 치면 하느님과 예수의 관계이다. 다보여래는 석가모니 이전의 영원히 살아 있는 자비의 세상을 관장하는 본체 법신불이다. 석가모니는 자비로운 절대자의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재림한 메신저이다. 자세한 설명은 학창시절 처럼 땡땡이 치지 말고 현장 해설사 선생님의 말을 잘 듣자. 석가탑에서는 사리장엄구 외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목판인쇄물로 ‘무구정광대다라니경’도 발굴됐다.

전통 유적임에도 MZ세대가 더 좋아하는 황남대총, 첨성대, 계림 옆엔, 한옥 먹거리 아케이드 황리단길이 자리한다.

▶청와대와 경복궁=서울로 수학여행을 가면, 첫 손은 창경궁이었다. 일제가 동물원, 식물원으로 격하시켰던 곳인데, 좁은 곳에 볼거리가 많아 시골학생들의 서울 첫 목적지가 되었다. 그리고 나서 경복궁으로 향한다.

박석을 깐 근정전(국보) 마당에 서면 인왕산과 백악산(북악산)이 한 눈에 담긴다. 연못 앞 수정전(보물)은 훈민정음을 반포한 집현전이 있던 자리다. 왕비의 숙소인 교태전, 대비의 거처인 자경전의 굴뚝도 보물로 존중된다. 향원정(보물) 너머 건청궁은 고종이 머물던 가옥으로, 국내에서 처음 전기가 들어왔다.

경복궁 신무문을 지나면 청와대 정문과 연결된다. 청와대 본관 내부와 옛 관저, 녹지원 등을 관람할 수 있다. 북악산 남측면 탐방로가 올봄 개방됐고, 한양도성 백악구간은 백악마루와 청운대를 거쳐 숙정문, 혜화문까지 이어진다. 윤동주 하숙집 터, 인왕산 수성동계곡(서울기념물)이 있는 서촌 옥인길도 정겨운 휴식을 선사한다.

한국민속촌 민속퍼레이드

▶민속촌, 에버랜드, 공주, 여수=공주는 여학교에만 인기있는 수학여행지가 아니다. 왕을 꿈꾸던 남학생들도 좋아한다. 백제의 두 번째 도읍으로, 옛 이름은 웅진이다. 공주 여러 곳에서 찬란한 백제 문화의 흔적을 볼 수 있는데, 공주 무령왕릉과 왕릉원(사적)이 대표적이다.

1971년 여름 송산리 5호분과 6호분 배수로 공사 중, 온전한 형태로 발견돼 세상을 놀라게 했다. 삼국시대 왕의 무덤 가운데 유일하게 주인이 정확히 알려진 곳이다. 문화재청의 영구 비공개 결정에 따라 전시관에서 무덤 구조와 유물 모형을 관람한다.

금강과 공주 시내를 조망하는 공주 공산성, 무령왕릉과 왕릉원은 유네스코 세계유산이다. 교과서에도 나온 계룡산 갑사와 동학사도 빼놓을 수 없는 추억 속 수학여행지이다.

용인에 있는 한국민속촌과 에버랜드는 단골 수학여행지로, 많은 이에게 추억을 안겨줬다. ‘오징어게임’을 가장 먼저 현실에 도입해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던 한국민속촌은 소통형 민속 퍼레이드 ‘얼씨구 절씨구야’도 추가했다. 야간 개장과 함께 멀티미디어 공연 ‘연분’을 선보인다.

에버랜드 할로윈 테마가든

에버랜드는 요즘 추석한마당 만들기로 분주하다. 민속놀이도 하고 판다 구경도 하며, 할로윈데이도 함께 즐기는 9월이다. 1950~1960년대 미국을 모티프로 한 아메리칸어드벤처의 ‘락스빌’이 인기다. 방탄소년단 ‘다이너마이트’ 영상물을 찍은 곳이다. 대표 정원 ‘포시즌스 가든’과 회전목마 ‘로얄 쥬빌리 캐로셀’은 사진 명소다. 퍼레이드가 시작되면 곳곳에 있던 구경꾼들이 광장으로 몰려든다.

여수 오동도 역시 수학여행 톱10에 드는 곳이다. 동백나무 숲을 지나 정상에 오르면 1952년 처음 불을 밝힌 오동도등대가 있다. 푸른 신우대와 나무줄기가 둘로 갈라진 모습이 꼭 닮은 ‘부부나무’도 눈길을 끈다.

2010년에 개장한 이순신광장에는 위풍당당한 충무공 동상과 원형에 가깝게 재현한 거북선이 있다. 거북선대교 아래 낭만포차거리에서 여수밤바다의 정취가 절정에 이른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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