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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포커스] 역대정부의 부동산정책에서 지혜를

수년간 민생을 짓눌렀던 집값 폭등 쓰나미가 지나간 듯하다. 오히려 낙폭이 커지는 모양새에 과거에도 겪었던 집값 디플레 후유증을 걱정할 정도다. 우려됐던 전세대란은 급등한 대출금리와 같은 대외적 요인으로 피할 수 있게 됐지만 부동산경기의 급속 위축에 따른 이른바 ‘깡통전세’와 ‘하우스푸어’, 금융채무불이행자 급증과 금융부실 위험성 등 여러 문제가 속출할 수 있다. “집값 더 떨어져야~” “경착륙 막을 선제적 대책 마련해야~” 등 다양한 목소리가 분출되고 있는 마당에 마땅한 대책을 책임질 정부의 고민도 상당할 것이다.

타 분야와는 달리 부동산은 여러 특성으로 인해 수급불균형이 빈발하며, 이에 대응한 규제나 지원 형태의 정부 개입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적기를 놓치거나 지나친 개입은 오히려 집값의 급등락과 거래실종과 같은 많은 부작용을 초래한다. 발등의 불을 끄려는 단기성 정책이나 일관성 없는 대응 역시 문제의 심각성을 키울 뿐이다. 지금까지의 부동산정책들에서 그러한 측면을 엿볼 수 있다.

역대 정부의 부동산정책을 보면 일정한 패턴을 읽을 수 있다. 시장 과열과 투기를 막으려는 억제책과 경기부양을 노린 규제 완화가 반복적으로 지속됐다. 호황기에는 어김없이 억제정책을, 안정기나 침체기에는 부양정책을 펴왔다. 노태우 정부(1987~1993년)에서는 토지공개념 도입 등 강경한 부동산 투기억제 대책을 추진했는데 그 여파가 김영삼 정부(~1998년) 후반기에 부동산경기가 얼어붙는 배경의 하나로 작용했다. 김대중 정부(~2003년)에서는 IMF 위기극복에 부동산시장을 활용했는데 각종 부양책을 쏟아내면서 임기 말 시장의 과열을 초래했다. 이어진 노무현 정부(~2008년)에서는 달아오른 부동산시장을 누르기 위해 초강력 규제책을 총동원했지만 임기 내내 집값 폭등과 같은 부작용에 시달려야만 했다. 이어진 이명박 정부(~2012년)와 박근혜 정부(~2017년)는 침체된 부동산경기의 부양을 위한 규제 완화에 주력했다. 직전 문재인 정부(~2022년)에서의 수요억제 중심의 부동산정책도 그러한 반복되는 정책 패턴의 하나로 이해할 수 있다.

문제는 대책의 효과가 길게는 수년의 시차를 두고 발생함에도 집권기간 내 가시적인 결과를 얻기 위한 무리한 시도가 많았다는 점이다. 일례로 김대중 정부에서의 부양책의 효과는 정부 말기가 다 돼서야 나타나기 시작해 이어진 노무현 정부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던 것이다. 당시 정부 대응은 가관이었다. 여러 억제책에도 가시적 효과가 없자 조급해진 정부는 점차 더 강한 규제책을 쏟아부었고, 임기 말까지 전혀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에서 부동산경기가 꽁꽁 얼어붙는 부작용을 초래했다.

이 같은 정책 판단의 바람직하지 못한 반복은 가급적 피해야 한다. 역대 정부에서의 정책 성패에서 볼 수 있듯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적 대책에는 부동산의 특성과 시장 반응의 시차 등으로 인해 심각한 부작용이 초래됨을 잊어서는 곤란하다. 현 정부의 주택정책 역시 이러한 역대 정부의 정책 사이클에 무관하지 않은 측면이 있다. 예측이 가능하되 일관된 정책 방향과 지속성을 통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경제 주체들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종인 여의도연구원 경제정책2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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