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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경제위기 극복, 버냉키의 교훈

“뱅크런(Bank run)이 결국 대공황을 초래했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올해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업적을 압축하면 이렇다. 1931년 영국은 금 본위제를 포기하고 파운드를 발행해 경기를 부양한다. 미국은 금 본위제를 고수, 시장에 달러를 추가 공급하지 않는다. 은행들은 대출을 회수해서 개인과 기업들은 예금을 인출해 달러 확보경쟁에 나선다. 대출 부실로 은행들이 회수하는 달러가 부족한데 예금 인출이 급증하자 결국 은행들이 줄도산한다. 은행 파산으로 금융 시스템이 치명상을 입고 경제는 나락으로 추락하게 된다.

대공황의 정확한 원인에 대해서는 여러 학설이 존재하지만 버냉키 의장이 가장 많은 연구업적을 내놓은 것만은 분명하다. 2006년 연준 의장에 취임한 버냉키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부실로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가 파산하자 유동성 경색을 막기 위해 시장에 대규모로 달러를 공급한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를 대공황보다 짧은 기간에 극복할 수 있었다는 평가를 얻는다.

최근 노벨 경제학상은 우리가 고민해야 할 주제에 대한 연구업적을 주로 평가하고 있다. 그래서 공동 수상이 많다. 경제학상은 노벨재단이 아닌 스웨덴 중앙은행이 수상자를 선정한다. 스웨덴 크로나(Krona)는 세계 주요 통화 중에서도 안전하다고 정평이 났지만 최근 1년 새 달러 대비 가치가 28% 넘게 하락했다.

전 세계 경제가 지금도 어렵지만 내년에는 더 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미 생활물가가 치솟고 이자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부동산 등 자산가격 하락의 충격까지 겹칠 가능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오랜 초저금리로 자산시장은 사상 유례 없는 장기 호황을 누렸다. 영원할 수는 없다. 자산가격도 조정을 받아야 다시 오를 탄력을 갖게 된다. 반등하려면 시장이 살아 있어야 한다.

경제가 어렵다고 모두가 제 살길만 찾는다면 시장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며 더 큰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기업이 허리띠를 졸라매면 가계소득도 줄어 경제활동 전반이 위축된다. 소득이 줄면 대출 부실로 금융 시스템이 받을 충격도 커진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 같은 ‘악순환 고리’를 막을 대책이다. 불황으로 당장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 기업들이 긴축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 살림에 여유가 있는 기업들까지 과도하게 씀씀이를 줄인다면 우리 경제가 더 위축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기업에 있어 비용은 임직원과 거래처 등 같은 생태계에서 공존하는 이들에게는 에너지원이다. 비효율 제거는 필요하지만 지나치면 경제를 더 위축시키는 촉매가 된다.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특히 자산시장 기반을 지탱해야 한다. 근로소득만으로는 저출산·고령화의 경제적 부담을 감당할 수 없다. 증시 지지 기반을 강화해 국민의 자본 손실을 최소화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 자산시장이 무너지면 연금자산이 타격을 받게 되고 국민 상당수가 노후위기에 노출된다. 공매도 한시 금지도 하나의 선택이 될 수 있다. 집값도 거품은 제거돼야 하지만 지나치게 단기 급락하도록 방치하면 금융 시스템에 충격을 주게 된다. 완충장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공포가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도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포기와 좌절 보다는 용기와 인내다.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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