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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뚝뚝 떨어지는 전세...서울은 지금 ‘세입자 모시기’ 전쟁중
금리인상에 얼어붙은 전세시장
전세대출 금리인상에 수요 급감
전셋값 부담 여전, 여력없는 세입자
“안팔리니 전세라도 놓자”...매물 급증
강남3구 매물, 한 달 사이 10% 늘어나
2년전 가격보다 하락 ‘역전세난’ 가속
가파른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세 시장에서 역전세난이 심화되고 있다. 이에 임대차2법 이전 수준으로 전세 가격이 회귀하는 곳도 속출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중구 매봉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연합]

#. “예전에는 세입자를 구할 때 몇 명이 사는지, 아이들은 몇 살인지까지 챙겨봤다는데 요즘은 월세 잘 내줄 직업만 있으면 뭐든 좋죠. 오히려 안정적인 세입자면 선물을 주고서라도 모셔와야 합니다.”

서울 서초구 반포동의 한 중형 아파트를 보유 중인 남모(55·여) 씨는 요즘 새로운 세입자를 구해야 하는 상황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말했다. 기존 세입자가 나가게 되면서 세입자를 다시 구해야 하는데 반전세 매물을 찾는 세입자가 좀처럼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찾아간 공인중개사는 남 씨에게 “요즘 매물이 너무 쌓여서 세입자가 골라보고 간다. 특히 반전세 매물은 지불 능력이 되는 세입자가 오히려 소수라 큰일”이라고 했다.

전세 시장이 최근 뚜렷한 하락세를 보이면서 세입자를 구하기 어려운 이른바 ‘역전세난’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 2020년부터 시행된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 상한제 등 임대차 2법 시행으로 크게 올랐던 전세 가격이 급해진 집주인들이 가격을 경쟁적으로 낮추면서 최근 시행 전 수준으로 하락한 곳이 속출하고 있다.

▶ 임대차2법에 급등했던 전세가 법 시행 이전으로 회귀=임대차2법 시행 이후 달아오르던 전세 가격은 최근 2년 전 가격으로 회귀하는 흐름이 뚜렷하다. 실제로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1차의 경우, 최근 전용 133㎡가 14억175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는데, 고점(22억원) 대비 8억원 가까이 하락했다. 같은 크기의 매물 역시 몇 달 전까지 18억원 수준에서 형성됐는데, 최근에는 매물이 늘어나면서 15억원 이하의 이른바 ‘급급매’까지 나왔다. 전세 시세가 최고 15억원 안팎에서 거래됐던 지난 2020년 수준으로 회귀한 셈이다.

송파구 역시 ‘대장 아파트’로 불리는 잠실동 리센츠와 엘스 등이 모두 하락하며 역전세난을 보이고 있다. 리센츠 전용 84㎡의 경우 최근 전세 매물이 12억원대에 형성됐는데, 지난 2020년 9월 아파트 전세 계약 금액이 최고 14억원에 달했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2억원 가량 더 낮아진 셈이다. 같은 크기의 엘스 역시 전세 매물 시세가 11~12억원 사이에 형성돼 2년 전 가격보다도 낮다. 재계약을 할 경우 집주인이 오히려 세입자에게 돈을 돌려줘야 하는 셈이다.

최근 전세 가격 하락은 임대차 2법에 따른 재계약 수요가 늘어난 상황에서 연이은 금리 인상 여파로 전세자금대출 이자가 연 6∼7%대까지 치솟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사 수요가 적어진 데다가 고금리 영향으로 월세 전환 비율이 급격히 늘어나며 전세 가격은 오히려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서울 아파트 전세 수급지수는 지난 6월 94.2, 7월 91.3, 8월 87.7 등으로 낮아지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 8월 0.25% 떨어지며 2019년 4월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 수요 몰리던 강남 마저 세입자 구하기 전쟁=높은 전월세 가격 상승률 덕에 웃었던 강남3구 집주인들 또한 최근 세입자 구하기에 분주하다. 높은 전세 보증금이나 월세를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는 줄었는데, 매물이 늘면서 가격을 내리는 경우가 늘고 있어서다. 앞서 반포동 남 씨가 보유 중인 아파트의 전용 84㎡는 최근 세입자를 기다리고 있는 반전세 매물이 30건을 넘겼는데, 거래가 체결되는 수보다 매물이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최근 보증금 조건을 급하게 바꾸는 집주인이 늘었다.

반포동의 한 공인 대표는 “최근 보증금 1억원에 월세 600만원대로 보증금을 제시했던 집주인이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는 크게 낮췄다. 반면, 보증금 8억원에 월세 300만원대를 제시했던 집주인은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조금만 올렸다. 두 케이스 모두 실질적으로는 가격을 낮춘 셈”이라고 설명했다. 반포동의 다른 공인 대표 역시 “높은 월세나 전세 보증금을 감당할 수 있는 세입자의 수가 많지 않다. 그러다보니 중대형 평수를 중심으로는 오히려 세입자 품귀 현상이 계속되는 분위기”라며 “여기에 더해 매매에 실패한 집주인 중 상당수가 ‘전세로 돌리자’는 움직임이 이어지며 전월세 매물은 더 늘어나고 있다”고 했다.

전세의 경우에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매물은 크게 늘었는데 정작 체결되는 건수는 크게 줄어서 같은 크기 아파트의 경우, 20억원이 넘게 전세계약이 체결됐던 몇 달 전과 달리 최근에는 호가가 크게 하락해 10억원 중반대 매물도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실제로 강남3구의 부동산 전·월세 매물은 최근 급격하게 늘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최근 한 달 사이 서울 강남 3구의 전·월세 매물은 2만2607건에서 2만5046건으로 10.78% 증가했다.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구가 15.1% 증가해 가장 높은 증가율을 보였고, 서초구는 10.2%, 송파구 역시 4.3% 증가했다.

사정은 서울 내 다른 아파트 단지도 비슷하다. 전월세 매물은 5만8657건에서 6만7383건으로 8726건 증가했다. 비율로 따지면 한 달 사이 14.8%가 증가한 셈이다. 구별로 살펴보면 마포구가 39.8% 상승해 가장 많이 늘었고, 강북구와 강서구가 각각 33.9%, 30.0% 증가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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