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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경제위기를 보는 시각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를 걱정하며 진짜 경제위기가 오는 것인지 묻는 경우가 많다. 이런 질문들은 통상적인 경기사이클을 벗어나 경제가 무너지는 아주 심각하고 충격적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있다. 딱 부러지는 설명을 요구할 때마다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고민이 된다. 불확실성이 많고 상황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통상 경제위기란 수요와 공급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경제원리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정도로 경제나 금융시스템이 손상을 입는 경우를 말한다. 경제가 어려워도 금리나 재정정책 등으로 회복할 수 있거나 특정 산업·부문에 문제가 생겨도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면 위기라 하지 않는다. 일례로 1997년 외환위기는 외화 고갈로 외환 수요·공급 시스템이 무너져 지급불능 상태가 된 경우였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로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스템이 작동불능 상태에 빠진 경우였다. 모두 특정 부문의 문제가 시스템 문제로 비화됐다.

이런 기준으로 본다면 지금의 경제는 경기위축과 시스템 불안이 중첩돼 있다. 무엇보다 경제상황을 선제적으로 반영하는 자본시장은 심각한 시스템 위기에 직면해 있다. 코스피와 코스닥지수는 1년여 전 최고치에 비해 35% 안팎 급락했고, 올 들어 600조원 상당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환율은 30% 이상 급등했다. 외국인 자본이탈 속에 수급 균형이 무너졌고, 기업 자금조달 기능도 잃고 있다. 또 심각한 부문은 정부의 금융 지원으로, 코로나19 파고를 버텨온 소상공인과 취약층이다. 정부는 대출·보증 등 80조원 규모의 소상공인 지원금에 대해 5차례 만기·상환 연장조치를 취해 이들의 부실화를 차단하고 있다. 많은 소상공인이 심각한 위기에 직면해 있지만 이것이 금융·경제시스템 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총력을 다해 막는 아슬아슬한 국면이다.

대외 부문도 시스템 위기가 현재화하진 않았지만 극도로 불안하다. 무역수지는 외환위기 이후 25년 만에 6개월 연속 적자를 내며 누적 적자가 300억달러를 넘어 역대 최대다. 경상수지도 급속도로 악화돼 8월엔 적자를 냈다. 4000억달러를 넘는 외완보유액이 버팀목 역할을 하며 외화 조달·공급 시스템을 지탱하고 있지만 위험도는 높아지고 있다. 외환보유액도 줄어들고 있다.

당국의 대처수단도 제한돼 있다. 한미 금리역전과 고물가에 대처하려면 국내 금리를 큰 폭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러면 경기침체의 골은 깊어지고 자영업자와 취약차주의 대출부실화 및 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한 마디로 취약 부분부터 허물어지며 경제시스템을 위협하는 위기의 시작 국면인 셈이다. 문제는 정부의 태도다. 정부는 한편으론 복합 경제위기라면서도 다른 한편으론 경제 펀더멘털과 대외건전성이 양호해 과거와 같은 대형 경제위기는 없을 것이란 엇갈린 신호를 보낸다. 경제 주체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불안심리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정부의 고뇌가 한편으론 이해가 가지만 상황을 보다 엄중히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솔직한 상황 공유와 함께 추경 편성을 포함한 가용한 모든 비상수단을 검토하고, 경제 주체들의 위기대응을 유도하는 적극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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