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거래요?...‘집값 얼마나 빠졌냐’는 문의만 간혹 있어요” [빅스텝 덮친 주택시장]
영끌족 몰렸던 노도강 비명
지난주 서울 동북권 매매수급지수 71.0
전국 시군구권역 통틀어 3년만에 최저 수준
다주택자·영끌족 급매물 출회에도 거래실종
“당분간 내집 마련 수요 살아나기 어려울 것”
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악의 거래 빙하기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2030세대의 매수가 몰렸던 노도강이 더욱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사진은 서울 노원구 일대의 아파트 단지의 모습. [헤럴드경제 DB]

“올해는 초반 몇 건을 빼고는 매매 계약서를 못 썼어요. 급매물도 꽤 있는데 거래 문의가 아예 없죠. 집값이 얼마나 빠졌냐는 문의만 겨우 있는 정도입니다.” (서울 노원구 상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분위기요? 완전히 죽었죠. 다주택자가 던진 급매물이 있고 드물지만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매수자가 금리인상 부담에 뺀 물건도 있지만 거래가 안 돼요. 겨울이 오래 갈 것 같아요.” (도봉구 창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서울 아파트 시장이 최악의 거래 빙하기를 겪고 있다. 특히 지난 2년간 2030세대의 매수가 몰렸던 노도강이 더욱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매수세가 쪼그라들면서 실거래가는 고점 대비 25% 이상씩 빠져 2년간 오른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한국은행이 지난 12일 빅스텝(한 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을 단행하면서 거래 위축과 가격 하락이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중저가 아파트가 즐비한 노도강 지역에 보다 큰 타격이 가해질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13일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동향에 따르면 지난주 노도강이 포함된 서울 동북권의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71.0으로 9월 넷째 주(72.0) 대비 1포인트 내리며 70선을 겨우 지켰다. 이는 서울(77.7)은 물론 전국 평균(84.3)을 크게 하회하는 수치로 서울 5대 권역은 물론 전국 시군구권역 모두를 통틀어 도심권과 함께 가장 낮았다.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많은 매수자 우위의 시장 분위기가 노도강 지역에서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매매수급지수가 70선 초반까지 떨어진 것은 2019년 상반기 이후 3년여 만이다.

매수세가 없다 보니 매물이 쌓여도 거래는 실종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 8월 노도강의 아파트 거래량은 95건으로 7월(85건)에 이어 두 달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555건)의 5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대선 효과로 거래량이 늘었던 올해 3월(222건), 4월(239건)과 비교해도 약 60% 감소한 수치다.

9월 거래량을 살펴봐도 이날 기준 53건으로 잠정 집계됐다. 아직 거래 신고기한이 남아 있으나 7~8월과 비슷한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노도강 일대는 주택가격이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해 젊은 층을 중심으로 매수 움직임이 강하게 일었던 곳으로 상대적으로 대출 금리 상승의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수요 위축이 뚜렷하다고 업계는 분석한다.

실제 일선 공인중개사들은 시세보다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도 거래가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재건축 호재가 있는 30년 이상 구축 아파트도 매매가 약세를 피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매수자 대부분이 집 살 때가 아니라며 관망하고 있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라는 것이다.

도봉구 쌍문동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호가가 고점 대비 30~40% 빠졌지만 거래는 안 된다”면서 “올해 들어선 돈을 한 푼도 못 벌었다고 보면 된다”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기준금리 3% 시대가 10년 만에 열린 데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밝히고 있어 당분간은 거래절벽 현상이 완화되기 어렵다고 진단했다. 특히 대출 의존도가 높은 젊은 층의 시장 진입이 되살아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봤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시중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6~7% 수준까지 높아지며 이자 부담이 늘면 차주의 대출한도는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현 주택가격 수준을 감당할 수 있는 수요층이 그만큼 이탈한다는 의미로 위축된 내 집 마련 수요가 쉽게 살아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희 기자

ehkim@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