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집값 뚝·뚝...리스크는 담보대출자 ‘독박’
시중은행 유한책임 주담대 ‘제로’
상환 책임 담보로 한정하는 대출
집값하락 리스크, 차주-은행 분담
은행도 관리 책임 부여 대출 조절
文정부 국정과제불구 도입 안해
대출한도 줄어 차주 비선호 핑계
“당국이 보다 적극적 조치했어야”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서울도심의 아파트 단지들의 모습. 박해묵 기자

집값이 대출원금보다 떨어지더라도 차주는 집값만큼만 책임지고 은행이 나머지를 책임지는 ‘유한책임형(비소구) 주택담보대출’을 시중은행에서 전혀 판매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까지 집값이 폭등하고 가계대출이 급등하는 국면에서 은행의 리스크 관리 수단으로 도입됐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소비자가 선호하지 않아 현실적으로 도입이 어렵다는 반론도 있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은행)에서 유한책임형 주담대를 판매 중인 곳은 하나도 없다.

유한책임형 주담대는 대출받아 집을 샀다가 빚을 갚기 어렵게 됐을 때 대출금 상환 책임을 담보로 잡은 주택으로만 한정하는 대출이다. 집값이 대출금보다 낮아 담보 주택을 처분해도 원금에 못 미치는 경우 추가 상환을 요구하지 않는다. 못 갚은 나머지 대출은 은행이 부담 지게 된다. 채무자의 다른 재산까지 추심을 진행하는 일반 주담대와 다르다.

금융권 관계자는 “은행도 대출에 대해 리스크를 감당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모든 책임을 차주에게 떠넘기고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 장사만 하기 때문에 무분별한 대출이 일어나고 현재의 가계부채 문제로 이어진 것”이라며 “집값 하락 리스크, 차주 상환 리스크 등을 잘 따져서 대출하도록 유도하는 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문재인 정부는 유한책임형을 100대 국정과제로 삼았고, 2017~2018년 디딤돌대출, 보금자리론 등 정책주담대에 유한책임형을 우선 도입하는 한편, 시중은행에까지 확대하려 했다. 실제 금융위원회는 유한책임형을 신규 대출의 2% 이상 취급하면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출연료를 인하해주겠다는 인센티브를 걸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은행들은 소비자가 원하지 않기 때문에 도입이 어렵다고 주장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유한책임형이 되면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출한도를 크게 낮출 수밖에 없는데, 지난해까지의 영끌 투자 열풍에서 어떤 차주가 한도 낮은 대출을 선호하겠는가”라고 말했다.

담보인정비율(LTV)이 낮아 유한책임형의 장점을 소비자들이 체감하기 어려웠다는 지적도 있다. 규제지역은 LTV가 40~50% 이하로 낮기 때문에 담보가치가 반토막 나고, 차주의 상환 능력까지 없어져야 유한책임형의 조건이 발동하는데 현실적으로 일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것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생애 최초 주택구입자의 LTV를 80%까지 완화하고, 수도권 등 상당수 규제지역을 해제해 LTV가 70%까지 높아진 상황이다. 유한책임형의 장점이 체감될 수 있는 조건이지만, 집값 하락 국면에서 은행들이 리스크를 감당하기 꺼려하기 때문에 여전히 도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는 소비자가 원하지 않더라도 해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소비자가 원하지 않아서 못한다는 것은 핑계”라며 “시장 논리로 작동하기 어렵다면 당국이 보다 적극적인 조치를 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주택금융공사의 유한책임형은 대상을 확대하며 꾸준히 증가 추세에 있다. 올해는 전체 정책모기지(보금자리론+적격대출) 8조4402억원의 53%인 4조4810억원이 유한책임형으로 나갔다. 김성훈 기자

paq@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