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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리사주 때문에 퇴사도 못해"…주가는 폭락했는데 금리는 2% 뛰었다 [오르는 금리, 무너진 투심]
스톡옵션 대박 노렸는데
주가는 2200선 밑으로
대출 부메랑으로 돌아와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연합]

[헤럴드경제=서정은·박자연 기자] 대내외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면서 무너진 증시에 스톡옵션과 우리사주 매입으로 ‘대박’을 꿈꿨던 월급쟁이들이 직격탄을 맞았다. 잃어도 타격이 덜한 여유자금으로 투자했으면 좋았으련만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지 않다보니 레버리지를 일으켜 우리사주를 매입한 회사 직원들이 상당수다. 기대만큼 영끌 규모도 정비례했으니, 이들이 지금 잠 못이루는건 당연지사다. 한국은행은 올해에만 두 번의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을 포함해 2%포인트나 금리를 올렸을 뿐 아니라 다음달에도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있는 상태다.

“우리사주 때문에 퇴사도 못해”…신기루 된 ‘벼락부자’ 꿈

노동으로 돈을 버는 월급쟁이의 욕망에 불을 지피기 시작한 건 과거 SK바이오사이언스, SK바이오팜 등 스톡옵션으로 차익을 거두는데 성공한 사례가 나오면서 부터다. 스톡옵션의 경우 회사 주식을 일정 한도 내에서 싸게 살 수 있기 때문에 타이밍만 잘 잡으면 엄청난 차익을 누릴 수 있다. 실제로 은행 영업점에서는 스톡옵션으로 대박낸 젊은층들이 강남 아파트를 사겠다며 방문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이같은 희망에 찬물이 끼얹어진 상태다. 한 상장 공기업 직원은 직장인 커뮤니티에 “주가가 삼분의 일토막이 났다”며 “큰 꿈을 안고 회사에서 대출을 받아 우리사주를 매입했는데 우리사주 때문에 퇴사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지난 13일 코스피는 또 다시 2200선 밑으로 떨어졌다. 크래프톤,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등 공모주 열풍과 증시 호황 시기 상장한 기업들은 신저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국민주로 불렸던 카카오 계열사들의 경우, 금리 인상으로 성장주에 불리한 투자 환경이 조성되면서 그 낙폭이 더욱 커지는 모습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스톡옵션을 저렴한 가격에 받은 이들의 경우 고점 대비 수익이 급격하게 줄어든 상황이며, 우리사주를 매입한 이들은 손해가 막심하다. 특히 공모주 열풍에 금융사에서 억대의 우리사주 대출상품을 이용해 자사주를 매입한 직원들은 주가 하락으로 마음 고생을 하고 있다.

우리사주 대출 금리 5.22% 급등했는데…부메랑이 된 대출

대출을 일으켜 우리사주를 매입한 이들의 경우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 또한 가중되고 있다. 상장시 공모가를 크게 상회하며 관심을 받았던 기업 뿐만 아니라 우리사주 대출 연장을 이어가고 있던 기존 상장사 직원들도 금리 인상에 따른 이자 부담에 골머리를 앓기는 마찬가지다.

한 상장사 우리사주조합의 경우 약 1년 전인 지난해 9월 1년 만기로 우리사주 대출을 진행했다. 기준이 되는 금리는 6개월 변동으로, 은행채에 1%대 가산 금리를 더한 수준이었다. 당시 해당 대출 금리는 3.06% 수준이었으나 그 사이 기준금리만 2% 가까이 뛰면서 올해 연장 금리는 5.22%로 급등했다. 대부분 우리사주 상품은 상장 또는 대출 초기에는 저금리로 나가더라도, 변동금리가 적용되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그대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

반대매매 위험 직면에 100억 복지기금 조성…박탈감·시장교란 우려도

조직 내 사기는 물론 주주들로부터도 주가 관리에 대한 비판을 받게 되자 각 기업 및 임원들은 서둘러 주주환원책을 발표하고 있다.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은 물론이고 최근에는 고통받는 직원들을 달래기 위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대표적인게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100억원대 복지 기금을 조성해 반대매매 우려, 대출 상환 부담으로 애로를 겪는 직원들을 지원할 예정이다. 주가 급감으로 1인당 2억원대의 손실을 떠안는 직원들을 위해서라면 어쩔 수 없다는 판단이다. 카카오뱅크 직원들 또한 “우리사주 매입 직원들이 신용불량자 되게 생겼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다만 직원 달래기의 일환으로 나타나는 일련의 행위들이 일반 주주들의 상대적 박탈감과 시장 교란을 유발할 수 있다는 논란으로 번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투자는 자신의 판단으로 하는데 회사가 직원들을 대상으로 왜 이런 보상을 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도 나오는 상황이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사주 자체가 복지제도이기 때문에 회사가 사내 기금을 조성하는 것 자체를 문제로 볼 수 없다”면서도 “투자 자체를 누가 강요한 게 아니고 본인이 선택한 결과인데 이에 따른 책임을 회사에게 묻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카카오페이 역시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의 손실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달 한국증권금융에 예금 질권을 설정하고 담보금 145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카카오페이 주가는 상장 직후인 지난해 11월 29일 종가 기준 23만8500원으로 최고가를 기록했으나, 이후 하락을 거듭해 13일에는 전날보다 4.97% 내린 3만4400원에 거래를 마감했다. 지난 5일부터 6거래일 연속 최저가를 경신한 것이다.

카카오페이가 상장 직전인 지난해 10월 28일에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보면 우리사주조합은 공모가 9만원에 카카오페이 주식 총 340만주를 배정받았다. 증권신고서상 직원 수 849명을 기준으로 1인당 평균 4005주를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공모가 기준 주식 평가 가치는 1인당 3억6045만 원이었으나, 이날 종가 기준으로는 1억3777만 원에 그친다.

카카오페이 직원들은 이번 지원으로 일단 ‘급한 불’은 껐지만, 카카오페이 주가가 최소 5만원대로 올라서야 담보 비율 60%를 유지하며 반대매매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공포의 밤이 상당기간 계속될 수 있다는 얘기다.

nature68@heraldcorp.com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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