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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 변화하는 바다, 새롭게 만드는 질서

오랜 기간 바다는 배들이 다니는 길이었고, 고기를 잡는 공간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바다는 우리에게 훨씬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 혹자는 시원한 파도를 가르면서 서핑하는 레저공간으로 바다를 이용할 것이고, 혹자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해양과학기지가 설치된 장소로 바다를 떠올릴 것이다. 이 밖에도 바다는 조력, 파력,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보고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 트래픽의 99%가 인터넷 바닷길이라 불리는 해저케이블을 통해 전송된다.

과거 해양공간은 수산업, 군사활동, 선박 운항 등에 이용이 한정돼 이해관계자 간의 상충 가능성이 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에는 바다의 이용과 개발이 점차 다양화·대형화 되면서 이용 주체 간의 갈등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무분별한 해양개발은 해양환경과 해양자원을 회복하기 힘든 수준까지 황폐화 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바다의 이용과 개발을 둘러싼 변화에 발맞춰 ‘국민은 자유롭고 안전하게, 이용은 질서 있게 이뤄지는 바다’를 목표로 우리 해역의 특성에 맞는 합리적인 공간관리 체계를 확립하고자 지난 10월 5일 해양공간 이용질서 개선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이번 개선방안에는 지속 가능한 해양 이용 환경 조성을 위하여 공간 이용에 따른 책임과 관리를 강화해 난개발을 사전에 방지하고, 해양용도구역을 보다 세분화해 합리적으로 해양공간을 이용하는 데 주력했다. 또한 새로운 해양이용 수요에 대응하고자 국민의 즐거운 해양레저활동을 지원하고 지역사회 경제활성화를 촉진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수익사업모델 개발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기존 해양 용도구역 제도는 해양공간을 어업, 환경, 에너지 등의 9가지 영역으로 평면상에서만 구분했다. 또한 한 공간에서 여러 행위가 중복되는 경우에 입지 규제 기능이 없어 이용자 간 갈등이 빈번했다. 이번 개선방안에는 용도구역을 더 세분화하고 공간적으로도 수평적인 공간뿐만 아니라 해면, 해중, 해저와 같이 수직적 공간도 고려해 개발행위의 입지적정성을 관리할 계획이다.

새로운 해양레저 수요는 더욱 적극적으로 지원할 계획이다. 최근 바닷가 차박·캠핑이나, 바다낚시를 즐기는 낚시여행이 인기를 끌면서 연안지역을 찾는 관광객들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연안 환경오염, 쓰레기 투기 등 지역주민의 불만 또한 증가하고 있다. 이에 새로운 여행 수요에 맞는 편의시설이나 건축물 설치 규제를 완화하고 지역사회가 이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는 관광 수익모델 개발을 추진해 상생할 수 있는 해양레저문화를 정착시키고자 한다.

우리 바다가 당면한 다른 문제는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선이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허가 등을 담당하는 지자체 간 다툼이 발생한 경우 결국 헌법재판소의 권한쟁의 심판을 통해 해결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이러한 분쟁해결 방식은 불필요한 행정력의 낭비를 가져오고, 시간 소요도 상당해 결국 국민의 불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2011년의 경남 남해와 전남 여수 사이 멸치어장을 둘러싼 조업구역 침범 분쟁과 같은 사례도 헌법재판소를 통한 분쟁 조정까지 1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 이에 해양수산부는 해양경계를 확정하는 법률제정을 통해 모호한 해양 경계로 인한 갈등 요소를 해결하고 공간의 효율적 활용을 도모하려 한다.

바닷길, 해양자원, 어장 등과 같은 자연자원은 어느 누구의 소유도 아닌 공유재이기 때문에 바다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증가할수록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공간관리 계획이 필요하다. 국민 모두가 주인인 우리 바다를 합리적으로 이용하고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바다 공간을 온전히 물려주기 위하여 다함께 머리를 맞대서 지혜를 모으고 동참해 나가길 기대해본다.

송상근 해양수산부 차관

th5@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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