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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으로 달려간 최호권 영등포구청장 “문래동 정신 살리는 변화 이끌겠다”
문래동 철공소 골목 현장탐방 동행 취재
기계 제조업체 장기 이전방안 모색 약속
최호권(왼쪽)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24일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방문, 지역 방범대장과 함께 현황을 살펴보고 있다. [영등포구청 제공]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 “현장에서 듣는 목소리는 보고받는 서류와 또 다르네요.”

24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방문해 이곳저곳을 둘러보고 또 오랫동안 한 자리에서 생업을 지켜온 장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 최호권 서울 영등포구청장의 소감이다.

‘영등포 속으로!!’라는 슬로건과 함께 취임 100일을 전후해 다양한 방식으로 현장을 방문하고 있는 최호권 구청장은 이날 젊은이의 ‘핫 플래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문래동 철공소 골목으로 발길을 옮겼다.

이날 현장탐방의 시작점인 철공소 갤러리 골목은 최근 3~4년 사이 달라진 문래동의 모습 그 자체였다. 쇠 깎는 소리와 기름 냄새가 전부였던 이 곳에 이제는 아담한 갤러리와 감성 가득한 식당, 커피숍이 대세가 됐다. 도심 제조업이 하나 둘 씩 변두리로 이전한 사이, 값 싼 임대료를 배경으로 신세대의 감성이 새 둥지를 튼 것이다.

과천과학관장 시절 전시품 제작을 위해 직원과 수 차례 문래동 철공소를 드나들었던 경험이 있던 최 구청장은 “말로만 듣던 문래동의 변화를 직접 와서 보니 느낌이 또 다르다”며 “과거 우리나라의 근간이던 전통 제조업에서 이제는 문화 강국으로 변신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축소판”이라고 문래동의 변신을 설명했다.

하지만 이 같은 빠른 변화는 반대편에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들고 있음을 최 구청장은 동시에 확인했다. 1979년 이 곳에서 문을 열고 40년 넘는 시간동안 한 자리에서 기계부품 제조를 하고 있는 박상철 부영테크 대표는 최 구청장에게 빠른 변화가 가져온 문제점을 가감없이 전했다.

최호권(왼쪽) 서울 영등포구청장이 24일 문래동 철공소 골목을 방문, 이 곳에 문을 연 갤러리를 둘러보고 있다. [영등포구청 제공]

크고 작은 철공소가 모여, 주변 대형 제조업체에 다양한 제품을 만들어 제공했던 ‘기계산업’의 집적효과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전통 기계산업의 발전과 진흥을 위해 이곳에 창업하는 젊은이에게 다양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홍대와 강남에서 이전해온 술집들 뿐이다. 그 사이 그나마 버티던 공장들도 계속 경기도 외곽, 심지어 해외로 이전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됐다.

최 구청장은 “작은 부품을 만드는 수 많은 철공소가 모여 하나의 거대한 완성품을 완성해가는 기계산업의 특성이 계속될 수 있도록 청년 창업지원의 포커스를 재조정해 나가겠다”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철공소와 연관성이 높은 정보통신(IT)와 인공지능(AI) 기반 4차 제조 창업에 지원을 집중하겠다는 의미다.

전날 이 곳 철공소에서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젊은 사장들과 간담회를 별도로 가진 것도 이런 소신의 일환이다. 최 구청장은 이들 젊은 사장과의 만남에서 “도시형 일자리와 산업을 이어간다는 자부심을 지켜주기 위해서 영등포구 차원에서도 소상공인 2세들의 목소리를 구정에 적극 담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교통·환경·비용의 문제로 재구성과 변화가 불가피한 문래동 도심 기계산업의 이전과 육성 방안도 함께 제안했다. 최 구청장은 “문래동이 기계산업 단지에서 문화 예술 중심 지역으로 변화해 나가는 것을 행정으로 막을 수는 없다”며 “장기적으로 연구용역 등을 통해 문래동 기계 업체들의 이전 방안을 심도있게 검토해 나가겠다”고 했다.

최호권 구청장은 50년 동안 기계산업 단지로 문래동의 장점을 유지할 수 있는 이전의 필요성도 강조했다. 집적효과가 생명인 도심 기계산업 특성 상 접근성이 우수하면서도 비용 부담 없이 함께 계속해 나갈 수 있는 새 산업단지를 다른 지방자치단체들, 그리고 중앙정부와 손잡고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 구청장은 “장기적으로는 업체들이 임차료와 기반시설 부담을 덜고, 수도권 지자체는 일자리와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상생의 이전을 연구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두시간 가까이 현장에서 다양한 구성원의 목소리를 들은 최 구청장은 “현장에서만 알 수 있는 소중한 말들을 많이 들었다”며 “이번 탐방이 끝이 아니라, 내년에는 더욱 자주 다양한 영등포구의 현장을 방문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choij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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