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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맥경화 현실화...이러다 대형건설사도 ‘도미노 부도’ [자금경색 고조, 위기의 건설업]
바짝 마른 돈줄에 ‘유동성 초비상’
자구책 안간힘...현금 마련 비상경영 돌입
PF 규모 커 위험성 ↑...채권시장 경색까지
발주처에 “먼저 공사비 지급 해달라” 요청
지방건설사 더 열악...일부는 1차부도 처리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금리에 더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경색으로 건설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사진은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이 단지는 조합이 PF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인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연합]

“사정이 안 좋아도 입 밖으로 꺼냈다가는 금융기관의 대출 심사에 악영향을 미칠까봐 어디 얘기도 못 합니다. 시공순위 한자릿수 건설사들도 지금 ‘돈맥경화’ 탓에 어려움을 느끼는데, 현장에서 만나는 지역 건설사들 사이에서는 ‘이러다가 진짜 망할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상황입니다.”(대형 건설사 사업담당 관계자)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는 금리에 더해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채권시장 경색으로 건설업계에 빨간불이 켜졌다. 이틀 사이 7000억원 규모의 긴급 자금 조달에 나선 롯데건설 뿐 아니라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까지 위기감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건설업계 사이에서는 “대출이 더 막히면 ‘도미노 부도’ 루머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금융권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단과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들까지 단기차입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0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증자(유상증자)에 이어 롯데케미칼로부터 5000억원 규모의 금전소비대차계약을 통해 자금을 조달한 롯데건설 뿐 아니라 주요 건설사들 상당수가 현금 마련을 위해 비상 경영 체제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한 대형 건설사는 최근 공사를 진행 중인 한 사업지 발주처에 “사정이 너무 어려우니 1000억원만 먼저 공사비를 지급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 건설사의 공사비 선지급 요청은 이례적으로, 발주처 측에서는 오히려 “지금 시공사가 무너지면 사업은 물론 업계 전체가 무너질 수 있다”라며 경영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공사비를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 역시 최근 ‘최대한 안정성을 확보하라’는 경영 방침에 따라 대여금 반환을 하지 못하는 발주처를 상대로 빠르게 자산 가압류를 진행했다. 건설사 사업부 관계자는 “예전 같으면 수주전이 진행 중인 다른 사업지의 눈치를 보고 대여금 반환에 추가 유예 기간을 주는 식으로 문제를 해결했을 것”이라며 “그러나 최근 부동산 경기가 극심한 침체를 겪고 있는 탓에 내부적으로 ‘가압류를 하더라도 일단 자산을 확보하자’는 결론이 나왔다”고 했다.

이처럼 대형 건설사들이 선제적으로 자구책 마련에 적극 나서기 시작한 데는 그간 대형 재건축 사업 등을 수주하며 PF 조달 규모기 급격히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PF규모가 커지며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가 늘어났는데, 채권시장이 경색되면서 차환 대신 자체 보유 현금으로 만기 상환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실제 삼성물산은 다음 달 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에 현금 상환을 선택했고, SK에코플랜트 역시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에 대해 1500억원을 이미 현금으로 상환했다. 다른 대형 건설사들 역시 자체 조달 방식으로 회사채 만기에 대응하고 있다.

증자와 차입을 통해 재무 안정성을 보강한 롯데건설의 경우, 반기보고서 기준 아파트 분양자 중도금 대출, 사업비 대출 잔액 관련 우발채무 규모가 7조4416억원에 달한다. 여기에 최근 둔촌주공 사태까지 겹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앞서 둔촌주공은 조합이 PF의 자산담보부단기채(ABSTB) 차환에 실패하면서 시공사업단인 롯데건설과 현대건설, 대우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자체 자금으로 사업비 7000억원을 상환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비교적 현금성 자산이 많은 대형 건설사들과 달리 지방 건설사들의 사정은 더 열악하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연초부터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거부당한 지역 건설사들의 소문을 들었는데, 지금은 누구나 아는 현실이 됐다”라고 했다. 충남 지역 중견건설사인 우석건설이 지난달 전자어음을 결제하지 못하며 1차 부도 처리됐는데, 다른 지역 건설사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실제로 대한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단 2건에 불과했던 건설사 부도는 지난 7월까지 4건으로 늘었다. 모두 지역 건설사로, 최근 치솟은 자재값 탓에 적자 시공을 어렵게 이어가고 있는 중소 건설사를 중심으로 추가 부도 위기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는 “최근 들어 건설업계의 위험이 커지면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르면 이달에 결론을 내리고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할 예정”이라며 “연구가 완료되는 대로 업계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 필요성 등을 정리해 전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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