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세상속으로] 비용절감과 안전불감에서 벗어나기

기업 경영 중요한 지표인 ESG(Environment, Social, Governance)는 ‘환경’, ‘사회적 책임’, ‘투명한 경영 활동’을 통한 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한다. 온실가스 및 폐기물 감축 등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안전보건 강화를 통해 기업의 핵심 요소 중 하나인 근로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것이 대표적인 ESG 경영 사례다. 최근 들어서는 사회적 책임 분야의 근로자 안전 확보가 중요한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

안전에 대한 이러한 사회적 변화는 산업안전보건법 전부 개정으로 위험 작업에 대한 도급 제한, 인허가 절차 강화 및 규정 위반에 대한 제재가 강화됐고,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사업주, 경영책임자 등에 대한 안전보건 책임이 강화되면서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우리 산업현장의 안전보건 수준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며, 여전히 산업현장의 사고는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첫 번째는, ‘비용절감 우선주의’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0년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신축공사 현장 화재이다. 우레탄 폼 발포제의 유증기에 용접 불꽃이 튀어 발생한 이 사고는 공기단축을 위해 우레탄 폼 작업과 화물 엘리베이터 설치를 위한 용접 작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발생했다. 현장에는 인건비 문제로 안전관리자조차 없었다. 사고 발생 전 우리 공단에서 현장의 위험요인에 대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했음에도 불구하고, 개선 요구는 번번이 무시됐다.

결국 이 사고는 대형 화재로 이어져 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두 번째는, ‘기업의 안전불감증’이다. 2021년에 발생한 또 다른 물류센터 화재사고는 3년 전 콘센트 문제로 동일한 사고가 발생했음에도 개선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으며, 점검 미흡으로 사고 발생 당시 스프링클러, 비상 방송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현장 근로자의 화재 신고에도 불구하고, 관리자는 이를 무시한 채 상황 파악, 통제, 대피 지시를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앞에서 살펴본 두 사고는 비용을 아끼기 위해 안전을 무시하거나, 안전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인식과 관행이 얼마나 큰 사고를 초래하고 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지를 잘 말해준다. 그렇다면 이러한 ‘비용절감 우선주의’와 ‘기업의 안전불감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무엇이 필요할까? 우리나라는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적으로 코로나19 대유행을 매우 성공적으로 대처한 나라이다. 이러한 성과는 정부 주도의 선별 진료소 운영, 강력한 통제 등이 그 이유일 수 있겠으나, 근본적인 원인은 모든 국민이 방역수칙을 확실히 지키고 주변에 감염으로 인한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 방역 지침을 철저히 따랐기 때문이다.

기업의 안전보건 관리도 마찬가지다. 기업은 근로자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고, 근로자는 작업 전 안전점검 및 안전수칙 등 안전 활동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정부는 사업주, 경영책임자의 처벌 강화와 같은 규제형 정책보다는 기업의 안전보건관리를 위한 지원을 강화하고 안전보건 캠페인을 활성화하는 등 현장의 안전실천 분위기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최근 고용노동부가 추진 중인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 제정의 핵심 방향인 ‘책임에 기반한 자율안전관리체계’의 도입은 이러한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결국, 개인과 기업, 사회의 지속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서는 ‘안전보건’이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인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런 컨센서스가 정부, 기업, 근로자 간에 형성되고, 이를 바탕으로 자율적인 관리 체계가 수립되고 이행될 때 비로소 안전하고 건강한 사회를 앞당길 수 있을 것이다.

우용하 안전보건공단 산재예방소통실장

fact0514@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