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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시사]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과 카카오 사태

카카오 사태의 여파가 거세다. 서비스 정상화 시점과 범위, 사고의 원인이나 피해보상 등이 초기 관심사였다면, 지금은 제도적·정책적 영역으로 논의가 확대되고 있다. 전 국민이 사용하는 서비스라면 좀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했음에도 이에 대한 아무런 규제가 없었다는 지적이 거세다. 이에 따라 국가 인프라 서비스에 준하여 이용자 보호를 위한 높은 수준의 서비스 안정성과 신뢰성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이용자들에 대한 조치와는 별개로, 법적·정책적 대응은 좀 더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 제도의 변화는 산업생태계에 장기적이고 구조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온라인산업 분야와 같이 다수의 사업자가 참여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글로벌화돼 있는 영역은 규제 변화의 효과가 더 광범위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신중한 논의 없이 제도나 정책이 설익은 형태로 급하게 도입돼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이용자 보호 조치의 구체적인 범위와 기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온라인 디지털 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상 전기통신사업자로서 그 서비스에 대해 이용자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이용자의 정당한 의견이나 불만을 처리할 (이용자 보호) 의무가 있다. 하지만 이 내용은 디지털 서비스의 내용·성격 등에 따라서 천차만별일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사업자가 무료 서비스에 대하여 유료 서비스와 같은 수준의 이용자 보호 의무를 부담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이번 사태로 일정 규모 이상의 이용자가 사용하는 서비스에 대해서는 강화된 이용자 보호 의무를 도입하고자 하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취지는 이해되지만 다양한 서비스와 사용자에 대해서 이러한 의무를 어느 정도 범위까지 확대하고 적용할지는 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문제된 정보기술(IT) 보안과 안정성 확보 조치 역시 쉽지 않은 이슈다. 현재 온라인 금융서비스에 대해서는 전자금융거래법 및 전자금융감독규정, 개인정보 처리에 대해서는 개인정보보호법 및 기술적·관리적 보호 조치 기준, 전기통신사업자로서는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IT 규제 및 안정성 확보 조치 등이 이미 적용·시행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서 자체 데이터센터와 백업 시스템 등에 대한 규제 강화가 힘을 얻고 있다. 문제의식은 공감한다. 하지만 서비스·데이터의 내용과 기존에 이미 도입돼 시행 중인 IT 보안 조치들과의 정합성과 균형, 사업자의 IT 시스템에 대한 통제와 운영 가능성 등을 우선 신중하게 살피고 규제를 정비하는 것이 타당한 조치다.

지난 9월 말 정부는 디지털경제와 사회를 구현하고, 국민이 보편적 권리로서 디지털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책방향으로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정책자료집에는 국가 핵심 정책으로 모든 국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디지털사회의 청사진과 그러한 목표를 위하여 고려되고 달성돼야 할 다양한 제도적 과제가 체계적으로 정리돼 있다. 다양한 기술과 사회 문화적 요소들이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된 디지털 서비스의 성격을 염두에 둔 세심한 내용들이 눈에 띈다.

이번 카카오 사태를 계기로, 다수 국민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디지털 서비스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문제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건설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향후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면 유사 사태 발생시 피해와 영향은 더 클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디지털산업·서비스의 다양성과 역동성을 고려해 이번 사태에 대한 정책적 접근은 세심하고 신중하게 ‘대한민국 디지털 전략’에서 제시된 다양한 요소들을 충분히 고려해 체계적으로 검토·논의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노태영 김앤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ra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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