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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예·적금 ‘오픈런’...금융사 WM성적도 뚝
펀드·방카 등 수수료 수익 하락
내년 자산관리 전략도 안정 초점

# A씨는 얼마전 시중은행에 목돈을 예치하기 위해 이른 시간 방문했다. 아무래도 성과가 부진한 펀드보다는 예금이 낫겠다 싶어 기다렸는데, 오후까지도 가입이 이뤄지지 못했다. 콜센터에 문의했더니 더 높은 금리를 주는 특판 예금이 나와서 순번이 밀렸다는 얘길 들었다. 몇 년전 줄서서 사모펀드에 가입하던 사람들이 이제는 예·적금으로 그대로 옮겨간 셈이다.

고금리로 인한 예·적금에 시중 자금이 밀리면서 펀드, 방카슈랑스 등 투자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외면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금융지주 실적에서도 이같은 현상이 그대로 드러났다. 올 3분기까지 각 금융지주의 자산관리(WM) 수수료는 1년만에 최대 30% 가까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 3분기까지 4대 금융그룹(KB·신한·우리·하나)의 수익증권(펀드) 및 방카슈랑스 수수료 이익은 534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년 전 같은 기간 거둔 관련 수수료이익 6572억원에 비해 18.6%가 줄어든 수치다.

각 그룹별로 봐도 모두 펀드 및 방카슈랑스 수수료가 줄었다. 신한지주가 30% 가까이 떨어지며 가장 크게 급감했고, 나머지 금융그룹도 12~24%대 하락했다. 그나마 신탁 수수료의 경우 부동산 신탁을 중심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성공했지만, 주가연계신탁(ELT) 등 리테일 고객 대상 상품은 관련 지수 부진으로 조기상환이 불발되면서 큰 기여를 하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방카, 펀드 등 모두 고금리 시장 상황, 증시 부진 등으로 투자심리가 꽁꽁 얼어붙었다”며 “하반기 들어서도 지속적인 금리인상 기조가 이어지면서 투자상품이 팔리지 않다보니 자연스럽게 관련 수수료 수익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투자상품 매력이 없어진 것과 달리 예·적금에는 자금이 물밀듯 몰려왔다. 실제로 각 금융지주의 예수부채는 올 3분기까지 큰 폭으로 늘어났다. 대표적으로 KB금융의 경우 3분기 말 기준 예수부채는 390조3000억원으로 1년 전에 비해 33조원이 늘었다. 예수부채란 은행 등 금융사가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조달한 자금을 일컫는다. 쉽게 말해 가계가 은행에 예금을 하거나, 증권사에 돈을 맡기면 예수부채가 된다. 최근 은행권에서는 5~6%대 고금리 적금이 등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예수부채에 따른 이자비용도 올해 급증한 상태다. KB금융, 신한금융의 예수부채 이자비용은 올 3분기까지 각각 2조6853억원, 2조7583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7.6%, 76.8%가 급증했다. 하나금융, 우리금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시중은행 영업점 관계자는 “대부분의 투자자산이 빠지고 있기 때문에 포트폴리오라는게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며 “실제로 예적금 위주로 만기를 나눠 자산을 구성하다 시점에 따라 차차 자산배분을 원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 금융그룹 WM 담당 임원은 “무조건적인 성장 전략에 초점을 둬서는 내년에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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