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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동산 침체 ‘이삿짐센터의 비명’
거래 실종에 중개업소도 고통
전세 갱신·월세전환 늘며 이사 실종
이사업체 “금융위기때보다 더 심각”
인테리어·대형 가전업계도 속앓이
서울 시내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전세 매물 정보가 붙어 있다. [연합]

“IMF 당시에도 이사 수요는 있었어요. 그런데 자립형사립고가 나오면서 학군을 옮기려는 이사 수요가 줄기 시작했고, 이제는 부동산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지난달에 단 두건 일을 맡았습니다. 그 마저도 수입이 좀 되는 아파트 이사는 진짜 씨가 말랐어요.”

서울 광진구에서 10년 넘게 이사 업체를 운영하고 있다는 한 이삿짐 업체 대표는 최근 경기를 “IMF·금융위기 때보다 더하다”고 평가했다. 극심한 부동산 경기 침체 탓에 주택 매매가 뚝 끊기자 이사업체 역시 일이 끊긴 것이다. 대표는 “아파트를 사서 가는 게 아니더라도 전세를 옮기면 이사 수요가 생기는데, 지금은 그마저도 없다”라며 “전세를 사는 사람은 갱신하거나 월세로 전환해 계속 살려고 하지 이사를 가지는 않는다”라고 토로했다.

연일 고공행진 중인 금리에 부동산 시장이 역대 최악의 불경기를 맞으면서 관련 업계까지 피해가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부동산 관련 업계인 공인중개업뿐만 아니라 이사 업계와 인테리어 업계, 대형 가전업계까지 멈춰버린 거래 탓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경기 하남시에서 대형 가전제품 도매업을 운영하고 있는 조모(49) 씨 역시 최근 상황을 두고 “역대급 불경기”라고 말했다. 이사를 하는 경우, 주요 가전제품을 바꾸는 경우가 많아 이른바 ‘이사 특수’ 기간이 있는데, 지난 여름은 예년보다 수요가 크게 줄었다고 했다.

조 씨는 “특히 에어컨의 경우, 이사에 맞춰 새로 사는 경향이 강한데 이번에는 이사를 하는 사람이 극히 적은 탓에 판매 실적도 덩달아 떨어졌다. 워낙 불경기인 탓도 있겠지만, 이사 특수가 사라진 탓에 지금은 다른 대형 매장에서도 상설 행사처럼 ‘이사 가전 할인’ 현수막을 걸어놓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서울 중구에서 인테리어 업체를 운영 중인 장모(58) 씨 역시 “원자재 가격 상승 탓에 단가가 올라가면서 아예 인테리어를 하지 않는 경우가 늘었는데, 그마저도 이사를 하지 않으니 일이 더 줄어들었다”라며 “지난 겨울에는 이사철 특수가 실종됐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폐업을 걱정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사철에 더 바쁜 것으로 알려진 법무사와 세무사들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서울 광진구의 한 법무사 사무소 관계자는 “공인중개사의 소개로 업무를 맡은 건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찾기가 힘들다”라며 “직접적인 피해는 아니더라도 영향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부동산 관련 업체인 공인중개업체의 경우에는 사정이 더 심각하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홈페이지에 올라온 공인중개사무소 양도 게시판에는 하루 100건이 훌쩍 넘는 매물이 올라오는 실정이다. “초급매”라며 권리금을 포기하겠다는 글도 다수 올라올 정도로, 아예 공인중개업을 포기하겠다는 경우가 늘면서 지난 8월 개업 공인중개사 수는 11만8888명으로 지난 7월부터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관련 업계가 연일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상황은 더 악화하고 있다. 전세 거래 중 상당수가 신규 거래가 아닌 갱신 거래인 탓에 이사 수요는 더 줄어들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규 아파트 단지가 아닌 이상 이사철 특수는 실종된 지 오래”라며 “기존 아파트의 경우, 전세 가격 상승 탓에 갱신 계약을 하려는 사람이 대다수인데, 이 같은 현상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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