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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쓸 수 있는 자동심장충격기 2대 뿐이었다..."꼭 필요할 땐 못 쓴다" [이태원 참사]
AED 이태원 파출소와 6호선 이태원역 단 두 곳만 설치
지근거리 녹사평역·한강진역 AED 2대는 쓰지도 못해
신촌‧이태원 등 10개동 108대 중 86대(79.6%) 사용 불가

지난 29일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 핼러윈 인명사고에서 구조된 부상자들이 병원으로 후송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 2014년 이후에만 약 200억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자동심장충격기(AED)를 2만대 이상 설치했지만, 정작 이태원 사고 현장에 사용가능한 AED는 2대 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일반 시민들은 AED를 찾기가 쉽지 않고, 찾았다고 하더라도 심야시간에는 사용할 수 없는 경우가 태반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이태원 참사 당시에도 사고 현장에서 600m 가량 떨어진 6호선 녹사평역의 AED 등은 쓰지 못했다.

1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총 155명의 사망자와 152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이태원 압사 사고 현장 주변에 설치된 AED는 서울 용산구 이태원 파출소와 6호선 이태원역 단 두 곳에만 설치돼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AED는 심정지 환자에게 전기충격을 줘 심장의 정상 리듬을 가져오게 해 주는 도구다. 전문적인 지식이 없더라도 위급상황 발생 시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통해 생명을 살릴 수 있는 장치다. 심정지 골든타임(4분) 이내 CPR과 AED를 사용하면 환자 생존율을 80%까지 올릴 수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과 건축법에 따라 공공보건의료기관, 구급차, 여객기, 철도차량 중 객차, 20톤 이상의 선박, 다중 의료시설과 공공주택 500세대 이상 아파트 등은 의무 설치해야 한다. 그러나 AED 의무 설치 규정은 불분명하다. 실제 복지부의 AED 설치 규정에 따르면 ‘빠른 시간 내에 접근할 수 있는 장소’ 또는 ‘불특정 다수 사람들의 이동이 많은 장소’로만 지정할 뿐 몇 대를 어떤 방식으로 설치해야 하는 지 구체적인 지침이 없다. 이 탓에 응급상황이 발생해도 시민들이 AED를 찾기란 쉽지 않다. 실제 이번 이태원 사고 현장과 직선거리로 600여m에 불과한 녹사평역과 800여m 떨어진 한강진역에 설치된 AED도 사용되지 않았다.

중앙응급의료센터가 ‘응급의료정보제공’ 앱을 통해 AED 설치 장소를 제공하고 있지만, 정작 심야시간엔 쓸 수 없는 경우가 80%가 넘었다. 지하철이나 학교, 응급실이 없는 병원, 영화관 등 등 심야 시간에는 셔터나 문을 닫는 공공기관에 설치한 경우가 대다수인 탓이다. 실제 국내 한 언론이 지난 2020년 4월 22일부터 6월 3일까지 심야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시 서초구 서초4동, 서대문구 신촌동, 마포구 서교동, 영등포구 영등포동, 영등포구 여의동, 용산구 이태원1동, 광진구 화양동, 강서구 화곡6동, 강남구 압구정동, 강남구 역삼1동 등 10개 동에 설치된 108개 AED를 현장조사한 결과 79.6%에 달하는 86대는 쓸 수 없었다. 특히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과 서울 광진구 화양동은 사용 가능한 AED는 전무했다.

복지부는 지난 2014년 이후 AED를 2만대 이상 설치했다. 2014년까지 설치한 AED가 2만1015대인 것을 감안하면 전체 대수는 4만대가 넘는다. AED 한 대 가격은 100만~300만원 수준으로 약 200억원 이상이 소요됐다. 정부는 2020년에도 33억원의 예산을 들여 순찰차 등에 AED를 설치했다. 그러나 이미 설치한 기기를 심야시간 사용할 수 없는 문제에 대한 대책은 아직 없다. 이에 비해 AED 설치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일본은 편의점과 자판기 등에 AED를 설치, 24시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fact0514@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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