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EU 등 경기 위축·수요 부진이 원인
[헤럴드경제=김성훈 기자] 4분기 수출이 1년 전보다 1% 가량 줄어들 것이라고 한국수출입은행(수은)이 전망했다. 수출 기업들은 환율 불안과 원재료 가격 상승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수은은 ‘3분기 수출실적 평가 및 4분기 전망’ 보고서에서 4분기 수출액은 전년 동기(1767억 달러) 대비 1% 내외 감소한 1750억 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하는 것은 2020년 3분기(-3.4%) 이후 2년여만이다. 수은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폭 확대 등으로 경기 둔화가 가속화돼 소비 심리 위축이 심화될 경우 수출 감소폭이 더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수출액 감소 원인은 주요 수출대상국 경기 위축이 지목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공급 불확실성과 고물가 영향으로 미국, 유로존 등 대부분 선진국에서 성장 둔화가 나타났으며, 중국도 둔화세가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수출대상국 경기지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은 지난해 4분기 4.4%에서 올해 3분기 1.8%로 계속 하락하고 있고, 우리나라 수출에 3~6개월 선행하는 미국 공급자관리협회(ISM) 제조업 신규주문지수도 3분기 기준선(50)보다 낮은 48.8로 떨어지며 경기 위축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분석이다.
수출 물가 역시 원유,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진정되고 있고 반도체 단가도 하락 전환함에 따라 하락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주요 산업별로는 원유 가격 하락 등에 따라 석유화학, 석유제품 수출 증가 폭이 축소되고, 글로벌 경기 하향 및 소비심리 위축으로 반도체도 수출 감소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자동차는 친환경차 등의 판매호조가 이어지고 있으나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전기차 수출 차질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됐다.
수은이 수출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수출액이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34%로 전기 조사(24%) 때보다 높아졌다. 대기업은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 36%, 중소기업은 33.8%로 대기업의 전망이 더 비관적이었다.
산업별로 감소 전망 응답은 플랜트·해외건설이 40%, 섬유류 40%, 석유화학 39.7%, 전기전자 39.2%, 철강·비철금속 36.6% 등이 높은 편이었다. 반면 신재생에너지(37.5%)와 자동차(34%)는 증가 전망이 더 높았다.
수출지역별로는 중동(38.5%), 동남아(38%), 중국(36.6%) 등의 감소 전망이 높았고, 증가 전망이 더 높은 지역은 중남미(46.2%) 밖에 없었다.
수출 주요 애로사항으로는 원화환율 불안정을 꼽은 응답이 52.1%로 전기(39.7%)보다 크게 높아졌다. 원재료 가격 상승 응답은 두번째로 높은 46.9%였지만, 전기(61%)보다는 낮아졌다. 이밖에 중국 등 개도국의 저가 공세(19%), 소비·투자 부진(13.1%), 해상물류 불안정(12.3%)이 뒤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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