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 확대 73조·시장안정펀드 12조원 등
은행채 발행 자제하고 CP 등 매입 나서기로
5대 금융지주가 최근 자금시장 경색을 풀기 위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유동성 및 자금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레고랜드 사태로 촉발된 시장 혼란이 자칫 잘못하면 금융기관의 건전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최우선으로 시장 안정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특히 인플레이션에 경기 둔화 우려감이 커지는 상황에서 최근의 자금 경색은 급속한 경기 위축을 불러올 수 있다는 점도 금융지주사들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끌어냈다. ▶관련기사 15면
금융당국의 ‘50조원+α(알파)’ 유동성 공급 대책에 이어 5대 금융지주까지 95조원을 지원하기로 하면서 경직된 채권시장 흐름은 다소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재로선 자금 경색 해소가 가장 중요한 과제이고, 은행으로부터 유동성 공급이 이뤄지면 채권 시장도 나아질 것”이라며 “또 시장안정 신호를 주는 효과도 예상된다”고 밝혔다.
5대 금융지주 회장단은 1일 은행연합회 뱅커스클럽에서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주 회장들을 만난 건 약 3개월만이다.
5대 금융지주는 이 자리에서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 참여에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에 10조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금융지주가 자금 공급에 나선 것은 기업 자금 조달이 채권 시장 경색으로 막힌 것을 대출 확대로 숨통을 트여주기 위함이다.
김 위원장은 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주식, 채권, 대출 등의 기업 자금조달 방법 중 채권과 대출이 양대축인데 부담이 커진 회사채시장 대신 (대출이란) 대안을 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부적으로 5대 금융지주는 은행채 발행을 자제하고 공기업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에 대한 자금 공급 확대, 특은채·여전채·회사채·기업어음(CP) 및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에 나선다. 또한 머니마켓펀드(MMF) 운용 규모와 제2금융권에 대한 크레디트 라인을 유지하는 등 자금시장 안정을 위한 동원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기로 했다. 또 소상공인, 중소기업, 대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을 적극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취약차주에 대한 지원에도 나서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정부 대책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 원활한 자금 순환을 위한 시장 참가자들의 노력과 협조가 필요하다”면서 “금융권이 시장 안정, 실물경제 및 취약 차주 지원 등 시장 원칙에 기초한 자금 중개 기능을 통해 자금 시장의 원활한 역할을 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금융 시장 안정을 위해 유동성 공급을 요청하고 실물 경제로의 자금 흐름이 막히지 않도록 중소기업 등 자금 수요가 높은 실물 부문 자금 공급을 지속해서 제공할 것을 당부했다.
금융지주회장들도 전세계적 긴축과정에서 위험에 대한 인식이 불가피하게 커지고 있지만 최근 우리 시장의 반응은 과도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이런 위기 상황에서는 집단지성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자금 경색이 이뤄진다면 시장에 모든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이런 시각에서 금융계는 역할을 최대한 하겠고 디테일 한 부분은 이른 시일 내에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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