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가 연중 최고의 쇼핑 대목
핼러윈 사고 여파 소비심리 급랭
업계 12월까지 마케팅 자제 분위기
AFP “한국 경제성장 적신호” 분석
핼러윈 프로모션 관련 안내문과 장식물 등이 철거된 롯데마트(왼쪽)와 서울 중구 명동에서 작업자들이 코리아세일페스타 홍보 현수막을 철거하는 모습. [연합] |
이태원 참사 여파로 핼러윈에 이어 카타르월드컵(11월), 크리스마스(12월)까지 이어지는 유통가의 빅시즌 마케팅 활동이 ‘올스톱’ 됐다.
통상 4분기는 소비가 늘어나는 연중 최고의 대목인데다 특히 올해는 코로나19 엔데믹 전환 이후 처음 맞는 연말이어서 특수가 기대되는 해였다. 하지만 사회적인 추모 분위기 때문에 대규모 할인 행사와 페스티벌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소비심리 위축 우려까지 제기된 상황이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각사마다 연말 특수를 위한 마케팅 활동 자체가 전면 중단되거나 축소됐다.
당초 이날부터 대대적으로 개최될 예정이었던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 행사인 ‘코리아세일페스타’가 개막식이 취소된데 이어 관련 행사가 줄줄이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코리아세일페스타는 지난 2020년 코로나19 사태 이후 3년 만에 대규모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최소한의 마케팅 활동을 통해 할인 행사만 알리기로 했다.
명품 브랜드 구찌도 이날 서울 경복궁에서 열기로 한 패션쇼를 전격 취소했다.
신세계그룹도 19개 계열사가 온·오프라인에서 여는 연말 대규모 할인 행사인 ‘쓱데이’를 아예 중단했다. 올해 쓱데이 행사는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한 후 처음으로 열리는 행사로, 그룹 자체적으로 다양한 이벤트와 대규모의 세일 물량을 준비했었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모든 행사 계획을 취소했다.
롯데쇼핑도 9일까지 진행하는 ‘롯키데이’ 행사와 관련된 광고나 홍보를 최소화하고 상품 할인 판매만 진행한다. 롯데백화점은 오는 3일 크리스마스 분위기로 장식한 서울 소공동 본점 외관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잠정 연기했다. 현대백화점은 28일부터 진행한 라이트닝쇼를 이태원 참사 이후 잠정 중단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태원 참사 49재를 고려해 12월까지 마케팅을 자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말했다.
20일부터 시작되는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었던 주류업계도 자중하는 분위기로 급전환 됐다. 우선 브랜드 캠페인이 최소화됐다. 카타르월드컵 공식 스폰서인 오비맥주는 불과 닷새 전만 해도 전방위 광고 캠페인을 시작했지만, 이태원 참사 이후 주춤했다. 오비맥주 내부적으로도 사태의 추이를 지켜본 후 마케팅 규모와 시기, 오프라인 파티 행사 진행 여부 등을 최종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쇼핑 대목인 현 시점에 유통업체들이 사회적 분위기를 고려해 마케팅을 자제하면서 모처럼 살아난 소비심리가 다시 위축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안그래도 고물가·고금리 흐름 속에 갈수록 지갑 열기가 어려워지고 있는데 이태원 참사까지 터져 소비 분위기가 얼어붙는 게 아니냐는 예상이다. AFP통신도 이날 “이태원 참사 여파로 소비심리가 더욱 빠른 속도로 얼어붙으면서 한국 경제 성장에 적신호가 켜졌다”고 분석했다.
한편 8년 전 국가적 재난이었던 세월호 참사 당시에도 소비심리가 크게 위축된 바 있다. 당시 통계청이 발표한 2014년 4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당시 소매 판매는 전월보다 1.7% 줄었다.
이정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