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아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를 기록했다. 올 6월에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8년 이후 약 24년 만에 처음 6%대에 올라선 이후 5개월째 5%대 후반 이상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석유류 가격상승세가 한풀 꺾였지만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오르면서 3개월 만에 오름폭이 다시 확대됐다.

올해 1~10월 평균 물가상승률은 5.1%를 기록해 올 연간 물가 상승률이 1998년(7.5%) 이후 24년 만에 처음 5%대에 올라설 가능성이 커졌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물가가 높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연간 상승률은 4.7%였다. 환란 이후 최악의 물가 터널을 지나고 있는 셈이다.

2일 통계청의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물가는 1년 전보다 5.7% 올랐다. 물가는 지난 6월 6.0%, 7월 6.3%로 치솟은 후 8월 5.7%, 9월 5.6%로 다소 낮아졌으나 석 달 만에 다시 올랐다. 물가가 5개월 이상 5%대 후반을 지속한 것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관련기사 3면

품목별로 보면 전기·가스·수도가 23.1% 오르면서 통계 작성이 시작된 2010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도시가스가 36.2% 급등했고, 전기료(18.6%)와 지역난방비(34.0%)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나타냈다. 지난달부터 전기·가스 등 공공요금이 일제히 인상된 여파다.

전기·가스·수도의 물가 기여도는 9월 0.48%포인트에서 10월 0.77%포인트로 확대됐다. 공공요금은 상품·서비스 등 다른 분야 물가의 연쇄 상승 압력이 된다는 점에서 고물가가 쉽게 해소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다른 부문의 물가상승폭이 다소 둔화됐지만 절대 수준은 여전이 높은 상태다.

지난달 공업제품은 6.3% 올랐는데, 석유류가 10.7%, 가공식품이 9.5% 각각 상승했다. 석유류는 지난 6월 39.6%까지 오른 뒤 7월 35.1%, 8월 19.7%, 9월 16.6%로 둔화하고 있다. 이로 인해 공업제품의 물가상승 기여도는 6월 3.24%포인트에서 9월 2.32%포인트, 10월 2.20%포인트로 낮아졌다. 특히 휘발유(-2.0%)는 올해 들어 처음 전년 동월 대비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농축수산물도 5.2% 올라 전월(6.2%)보다 상승률이 낮아졌다. 이 가운데 농산물이 7.3% 오르면서 전월(8.7%)보다 오름세가 둔화했다. 다만 채소류(21.6%)는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특히 작황이 좋지 않았던 배추(72.3%)와 무(118.1%)가 큰 폭의 오름세를 지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서비스 상승률은 전월(6.4%)과 같은 6.4%로,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식물가 상승률은 8.9%로 전월(9.0%)보다는 낮아졌지만, 치킨(10.3%)이나 생선회(9.2%)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컸다. 보험 등 외식외 개인서비스도 4.6% 올랐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8% 올라 전월(4.5%)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이는 2009년 2월(5.2%) 이후 13년8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농축수산물 가격은 오름세가 둔화했지만 전기·수도·가스의 오름세가 확대되며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가)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해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