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자금 이탈 계속되는데
부동산PF 부실 우려 커지며
건설·증권사 경계감 높아져
한미 통화정책 방향, 변수로
정부가 5대 금융지주에서 단군이래 최대인 95조원의 ‘갹출’을 이끌어냈지만 자금시장 불안은 여전하다. ‘돈맥경화’를 풀기에는 역부족이란 평가다. 증권가를 중심으로 초단기물의 금리 상승이 당분간 불가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오는 3일(한국시간)로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와 24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이 단기 자금시장 안정화의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2일 서울채권시장에 따르면 전날 양도성 예금증서(CD) 91일물과 기업어음(CP) 91일물 금리가 각각 3.970%, 4.670%로 마감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때인 2009년 이후 최고 기록을 또 경신했다.
CD, CP와 함께 ‘초단기물 3종 세트’로 통하는 통화안정증권(통안채) 91일물은 같은 시간 3.255%를 기록하며 전거래일 대비 0.004%포인트 하락했다. 일단 숨고르기에 들어갔지만 한 달 전 금리가 2.776%였던 점을 감안하면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수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CP와 CD의 금리차(스프레드) 역시 0.700%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기업 자금 조달에 쓰이는 CP 금리는 CD에 가산 금리를 더해 결정된다. CP와 CD 금리의 격차가 커졌다는 것은 그만큼 기업 신용 위험도가 커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날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김주현 금융위원장이 주재한 간담회에서 연말까지 95조원 규모의 시장 유동성 및 계열사 자금 지원을 통해 시장 안정에 기여하겠다고 의견을 모았다. 시장 유동성 공급 확대에 73조원,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및 증권시장안정펀드(증안펀드)가 12조원, 지주 그룹 내 계열사 자금 공급 10조원 등이다. 이 발표 이후 국고채 시장은 다소 안정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단기물의 경우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CP의 경우 시장에서 기관들 자금이 계속 빠지고 있는데다 이제는 그동안 반영이 안 됐던 부분들까지 (시장에) 다시 반영이 되면서 발행 금리가 계속 높게 찍히고 있다”면서 “연말까지는 이런 구도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단기시장 안정의 열쇠는 여전히 한국은행이 쥐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혜영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금리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 빠른 시간에 시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면서도 “11월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관련) 조금은 톤다운 되는 언급이나 추가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조금 보수적인 입장이 나올 경우 단기물도 안정이 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시장의 우려 역시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고랜드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태 이후 중소형 건설사와 증권사들의 자금 위기 상황도 시장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 담당 애널리스트는 “특정 중소 건설사가 PF 사태로 부도가 난다고 하면 건설 섹터 전반으로 이 같은 우려가 확대될 개연성이 크다”면서 “대형 건설사의 경우 유동성 리스크가 (중소형사 대비) 상대적으로 괜찮다고는 하지만 주가 등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대근·김상훈·권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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