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약층 대출·부동산 연착륙 주장
한편에선 리스크 관리 최소 요건
“소득 절반 채무상환 ‘약탈적 대출’”
청년층은 장래소득 이미 반영해
정부가 대출 규제를 잇따라 완화함에 따라 규제 완화의 효과를 실질적으로 내기 위해서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까지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이 계속되고 경제 주체 모두가 빚을 줄여나가야 하는 상황에서 DSR을 섣불리 풀었다가는 차주의 건전성이 훼손되고, 특히 젊은층의 경우 집값 바닥이 확인되지 않은 지금 무리하게 빚을 내서 집을 사도록 할 경우 ‘주거 사다리’를 놓기는 커녕 ‘썩은 동아줄’만 내려보내는 결과가 될 거라고 지적한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가 내년부터 규제지역 내 무주택자와 기존 주택을 처분하기로 한 1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담보인정비율(LTV)를 50%로 단일화하기로 하자, 일각에선 DSR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DSR이 40%로 제한돼 있기 때문에 LTV를 풀더라도 소득이 낮은 사람은 규제 완화 효과를 볼 수 없다는 주장이다.
가령 연소득 7000만원 차주가 10억원이 넘는 주택을 구입하려 할 경우 LTV만 따지면 5억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지만, DSR 때문에 연리 5%, 만기 40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의 조건으로 대출받을 수 있는 금액이 최대 4억8400만원에 그쳐 규제 완화 효과가 반감된다는 것이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10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2억6629만원이라는 점에서 평균 수준의 아파트 구입도 DSR에 걸리는 것이다.
또 거래가 완전히 얼어붙은 부동산 시장을 녹이고 연착륙을 유도하는 측면에서도 여력이 있는 사람은 대출을 받도록 DSR을 완화해줄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소득이 낮은 계층은 대출을 받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LTV와 DSR이 동시에 완화돼야 한다”라며 “지난 정부부터 대출 규제를 계속해왔기 때문에 가계대출 건전성이 큰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하지 않으며, 부동산 시장 연착륙을 우선시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반면 보다 많은 전문가들은 DSR을 풀어서는 안된다고 주장한다.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는 “LTV는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DSR은 리스크 관리를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기 때문에 함부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다”라며 “미국도 43%로 정하고 있고 다른 선진국에서도 잘 지키는 비율이며, 40%는 선진국에서도 (리스크가) 부담스러운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DSR이 더 커져서 소득의 반 이상을 원리금으로 낸다면 은행을 위해서 일하는 ‘약탈적 대출’이 된다”라며 “DSR을 풀었다가 담보가치가 떨어지면 회복이 어렵고, 금융 불안정성이 커지는 등 여러 부작용이 있다”라고 말했다.
신용상 금융연구원 금융리스크연구센터장도 “소득에서 세금 등 의무지출이 절반 가까이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DSR 40%는 과도한 규제가 아니다”라며 “40%를 넘어서 대출을 허용해주면 소비 생활, 미래 대비 등이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은 미국 금리에 종속적인데, 지금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지, 경기 침체가 올 것인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라며 “지금 DSR을 풀면 오히려 시장 변동에 취약한 계층이 빚을 내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우려했다.
특히 청년층은 현재도 장래소득이 인정돼 DSR이 상당히 완화된 상태기 때문에 더 풀어줄 경우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가령 연소득 7000만원의 25~29세 청년은 장래소득으로 31.9%를 더 인정받아 연소득이 9240만원이라 상정해 DSR을 계산하는데, 이 경우 6억4000만원까지 대출이 가능해져 지금도 현재소득 기준 DSR 52.9%까지 대출이 되는 상황이다. 여기서 DSR을 50%로 더 완화하게 된다면 DSR 66.1%까지 대출이 돼 금리 변동, 집값 하락에 더 취약해진다는 지적이다.
금융위는 현 시점 DSR 완화를 검토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1일 “(DSR 완화는) 굉장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생각은 갖고 있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김성훈·김광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