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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영상의 현장에서] 실망만 남긴 전문건설공제조합 공모제

“전문성이 없음은 물론 그 선임 과정까지 총체적 문제점 투성이입니다. 이 정도면 6만명에 가까운 조합원들을 무시한다고 볼 수 밖에요.”

전문건설공제조합이 시끄럽다. 최근 낙하산 인사라고 지적받는 이은재 이사장과 관련해서다. 전문건설공제조합은 1988년 설립해 5조 5000억원의 자본금을 보유한 건설전문 금융기관이다. 전문건설업체들의 공사 시행에 필요한 각종 보증과 자금 융자의 핵심 기관이다. 그래서 이사장 자리에는 높은 보상이 주어진다. 업무추진비를 포함해 연봉이 3억 4000여 만원에 달한다. 전문성은 물론 금융에 대한 높은 식견까지 갖춘 인물이 필요함은 물론이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다. 낙하산 논란이 단골 이슈였다. 주로 정치권이나 국토교통부 고위직 출신들이 선임돼 왔다. 유대운 전 이사장 역시 더불어민주당 출신으로 2017년 문재인 정부 정권교체 이후 취임했다. 그래서 도입된 게 ‘이사장 공모제’다. 조합은 올해 4월 창립 34년 만에 최초로 공모제를 실시한다고 했다. 당시 조합은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책임경영을 실천하기 위한 조치”라며 “공정성과 투명성을 한층 더 높여나갈 계획”이라고 했다. 이 말을 온전히 믿을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기대감은 있었다.

하지만 역시나였다. 투명한(?) 공모제를 거쳤지만 또 다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일고 있다. 내부에서는 ‘공모제라는 형식을 빌려 조합원을 기만한 처사’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과정은 이랬다. 조합이 공모제를 실시하자 8명의 후보자가 나왔다. 그중에는 이 이사장과 같은 정치인도, 일반 경영인도, 전 대형 건설사 대표도 포함돼 있었다. 이후 조합은 6명의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서류심사를 진행했고, 1차 면접심사에 참여할 이사장 후보로 5명을 추렸다. 그런데 5명의 후보 중 두 후보가 중도에 포기하면서 3명의 후보만 1차 면접심사에 올랐고, 2차 면접심사에는 이은재 전 의원과 한 건설 전직 경영인이 참여했다. 이후 운영위원회는 이 이사장을 단독 후보로 결정했다. 최종 선임이 이뤄진 총회는 더욱 큰 실망을 안겼다. 의장이 선임안에 대한 반대 의견을 물은 뒤 반대 의견을 가진 대의원이 손을 드는 ‘거수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히 누가 손을 들 수 있었을까. 예상대로 만장일치였다.

금융권에서는 “무늬만 공모제에 공산당식 찬반 투표, 거기다 경력 어디를 봐도 전문성을 찾을 수 없다”는 비판이 들끓는다.

경력만 봐도 그렇다. 이은재 전 의원은 건국대 정치행정학과 교수 출신이다. 2008년 한나라당 비례대표로 국회에 입성했고, 20대 국회의원 선거 때는 새누리당 후보로 서울시 강남구병에 출마해 재선에 성공했다. 국회에서는 건설이나 금융 분야와 관련이 없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위원회 등에서 활동했다.

과거 조합이 공모제를 홍보하기 위해 낸 보도자료의 제목은 ‘자산 6조 전문건설공제조합, ’이사장 공모제‘ 도입...전문경영인에 키 맡긴다’였다. 6만여명의 수장을 맡은 ‘경영인’은 있지만 ‘전문’은 눈을 씻고 찾아도 없다.

sa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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