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손인규 기자]코로나 상황을 안정화하는데 백신과 치료제가 큰 기여를 했지만 진단기술 역시 적지 않은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마스크와 백신이다. 팬데믹 초기에 마스크 수요가 급증하면서 마스크 대란이 일었고, 이후 백신이 개발되면서 접종 순서를 기다리던 때가 있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응에 가장 앞섰던 것은 바로 ‘진단시약’이다.
증상의 원인조차 파악하기 어려웠던 팬데믹 초기 상황에서 바이러스를 진단할 수 있는 진단키트는 유일한 대응책이었다. 특히 빠른 검사 시간과 높은 민감도 및 특이도를 보이는 국내산 코로나19 진단키트가 K-방역의 선두주자로 활약했다.
국산 진단키트의 신속한 개발과 상용화 뒤에는 팬데믹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한마음으로 뭉친 국내외 제약사들의 협업이 있었다.
한국로슈진단의 경우 스위스 본사의 지원을 받아 핵산추출시약 200만 테스트 이상을 질병관리청과 검사기관에 공급, PCR 검사가 신속하고 원활히 수행될 수 있도록 지원했다.
독일계 제약사인 머크(Merck)는 코로나 분자진단 키트에 들어가는 시약 개발을 위해 송도의 ‘주문합성랩’을 통해 본래 소량 생산만 가능한 물질을 대량생산 할 수 있게 공정 개발했다. 분자진단은 세포 내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분자 수준의 변화를 수치나 영상을 통해 검출해 내는 진단기법. 일반적으로 4-6달이 소요되는 진단 시약 개발 과정을 머크는 기술력을 통해 두 달 만에 완성 제품을 제공했다.
항암과 난임, 신경면역 등 스페셜티 케어 분야에서의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머크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도 힘을 보탰다. 셀트리온의 국내 최초 항체치료제 개발에 필요한 원부자재 등의 지원에서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과 규제 관련 협업 업무를 진행했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mRNA 백신 생산을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다발성 경화증 환자들의 안전한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위해 글로벌 임상사례를 의료진에게 공유했으며, 저소득 국가의 코로나19 치료제 긴급 승인에 필요한 기술적 지원 제공 및 유통 네크워크 확보에도 협력했다.
한편 354년 역사의 세계 최장수 제약사 머크는 독특한 역사 때문에 미국 MSD와 혼동하는 경우가 많다. 두 회사의 기원은 독일 머크(Merck)로 같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지사였던 MSD가 미국 정부에 매각되면서 완전히 분리된 다른 회사가 되었다. 이로 인해 머크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만 'EMD 세로노(Serono)'로, 국내를 포함한 그 외 전 세계에서는 '머크(Merck)'라는 기업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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