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재건축 단지도 대출 이자 급등에 ‘몸살’
광명 재개발 조합은 고심 끝에 “금리 인상 수용”
미국발 고금리 여파로 국내 대출 이자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재건축·재개발이 한창인 주요 정비사업지가 휘청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이자 인상을 통보하자 사업 지연과 고금리 수용 사이에서 조합들의 선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연합] |
[헤럴드경제=유오상 기자] 미국발 고금리 여파로 국내 대출 이자가 연일 고공행진을 이어가면서 재건축·재개발이 한창인 주요 정비사업지가 휘청이고 있다. 최근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대출 이자 인상을 통보하자 사업 지연과 고금리 수용 사이에서 조합들의 선택이 엇갈리는 모양새다.
6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 상호금융기관과 이주비 대출 협상을 진행하던 서울 서초구의 한 가로주택 정비사업 조합은 지난 3일로 예정됐던 대출협약서 체결을 중단했다. 애초 예산 부족을 이유로 사업비 지원이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냈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측이 예산을 일부 확보했다는 소식을 전하자 조합 측이 상호금융기관과의 대출을 중단한 것이다.
한 정비업계 관계자는 “조합 측에서는 7%에 달하는 대출 이자를 굉장히 부담스러워 해 사업 연기를 검토하기까지 했었다. 그런데 HUG의 대출 지원을 받으면 3%대 이주비가 가능하다는 얘기가 나오자 논의를 중단시킨 것”이라며 “대출 이자가 2배 가까이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당장 HUG 지원을 못 받더라도 차라리 사업을 연기해 내년에 다시 지원받는 게 금전적으로 이득이라는 판단까지 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의 한 재개발 조합 역시 최근 이주비 대출 연장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금리 탓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애초 3.8%대 대출 이자를 예상하고 신용대출까지 받은 조합원이 상당수인데, 최근 연장 협상 과정에서 대출 이자가 6%대로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조합원의 경우 7% 이상으로 대출 이자가 오를 수 있다는 소식에 일부 조합원은 “사업이 지연되더라도 협상을 다시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까지 꺼낸 상황이다.
한 조합 관계자는 “기존에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에 가산금리 2%를 붙여 3.8%대의 대출 이자를 감당했는데, 연장 협상에서 은행은 아예 7%로 장기 고정금리를 제안했다. 조합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도 있는 금리”라며 “이 때문에 ‘나중에 금리가 낮아지면 어떡할 것이냐’는 식의 반발이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최근 시중은행으로부터 5.5%가 넘는 대출 이자를 제안 받아 충격에 빠진 광명뉴타운 11구역 조합은 조합원 사이에서 불안감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는 등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조합은 지난 1일 대의원회를 열고 은행이 제시한 금리 인상안을 수용할지 새로 이주비 대출 금융기관을 선정할지를 두고 표결에 나섰는데, 장시간 토론 끝에 인상된 금리를 수용하자는 의견이 96%에 달했다.
앞서 조합은 코픽스에 1.48%의 가산금리를 적용하는 안을 협상해왔는데, 은행 측이 최근 가산금리를 0.8%p 추가로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조합 내 이견이 계속됐다. 조합 관계자는 “0.8%p 가산금리 추가 인상을 거부하면 은행 측에서는 아예 대출 진행이 어렵다는 의사를 전했다”라며 “사업 지연의 문제와 처음 입찰에 참여했던 다른 은행들의 조건을 감안했을 때 금리 변경을 수용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라고 했다.
조합이 사업 지연 카드를 꺼내면서까지 대출 이자 상승에 민감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상황은 점점 더 악화하는 모양새다. 소규모 조합이 주로 대출을 받는 신협과 농협 같은 상호금융은 아예 부동산 관련 집단대출을 중단한 데다가 대형 시중은행들 역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조합 대출 문제로 발등에 불이 떨어진 것은 시공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서울에서 재건축 시공 가계약 협상을 진행 중인 한 대형 건설사 사업부 관계자는 “대출 이자 상승으로 위험성이 커지면서 원활한 대주단 모집을 위해 계약안에 조합 집행부의 연대책임 조항을 포함시켰는데 이를 두고 조합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라며 “과거 다른 사업장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았던 내용인데, 대주단 구하기는 더 어려워지고 조합의 불안감은 커진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osyoo@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