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안갯속에 빠진 글로벌 증시에서 한국으로 자금이 흘러들면서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들어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8조8000억원 가량을 사들였다.
특히 지난달부터 순매수 흐름이 뚜렷해지기 시작해 5주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달 들어서만 벌써 1조2000억원 이상을 사들여 강도는 더욱 세졌다.
자연히 외국인 순매수의 증시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실제 최근 일주일 사이 외국인 수급이 집중된 IT업종의 수익률이 9.5%로 다른 업종에 비해 단연 높았다.
기별 없이 찾아온 반가운 손님을 맞느라 해석이 분분하다.
냉정히 보면 국내 증시 자체적으로 나아진 것은 없다. 오히려 레고랜드발(發) 금융불안은 지난주 흥국생명이 신종자본증권 조기상황 권리 행사를 하지 않기로 하면서 더 증폭됐다.
이익도 마찬가지다. 올해와 내년 연간 코스피 이익추정치는 최근 일주일 사이 각각 0.1%, 0.6%씩 하락해 기업 펀더멘털에 대한 우려는 계속되는 상황이다.
가장 첫 손에 꼽히는 외국인 귀환 이유는 글로벌 자금의 중국 이탈, 즉 '차이나 런'(China run)이다. 시진핑 주석의 3기로 촉발된 중국 및 중국과 갈등이 커진 대만에서까지 이탈하는 자금이 다른 신흥국으로 흘러들어가는 것이란 해석이다.
실제 하반기 들어 중국 및 대만에서는 각각 108억달러, 135억달러의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반면 인도와 브라질, 한국으로는 같은 기간 뭉칫돈이 유입됐다.
MSCI 신흥국 추종 ETF에서 28억 달러가 순유출됐지만 중국을 제외한 MSCI 신흥국 지수(MSCI Ex China EM)로는 오히려 소폭 순매수를 기록한 것도 글로벌 자금이 '중국이냐 중국이 아니냐'를 기준으로 삼는 것이란 추측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딱히 나아진 것도 없는 상황에서 외국인 순매수는 신흥국 지수 내 포르폴리오 변화와 연관이 있다"며 "신흥국 증시에서 중국과 비(非)중국으로 구분하려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각국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초기 선행적으로 단행된 한국 비중 축소를 정상화하는 과정에서 일부 자금이 유턴했을 가능성이 있다. 계속된 악재와 우울한 전망에 시달리던 글로벌 자금이 희망을 좇기 시작했단 것이다. 낮아질대로 낮아진 국내 증시 밸류에이션 매력도 무시할 순 없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궁극적으로는 국내 펀더멘털 개선이 필요하지만 단기적으로 변화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글로벌 금융시장 분위기와 '차이나 런' 리스크 역설이 국내 주식시장을 견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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