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모친인 고(故) 손복남(사진) CJ그룹 고문이 지난 5일 향년 89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이날은 CJ그룹의 창립 69주년이기도 하다.
지난 6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 마련된 손 고문의 빈소에 정·재계 인사들이 방문해 조의를 표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비롯한 재계 인사들이 이날 고(故) 손복남 CJ그룹 고문의 빈소를 찾았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김윤 삼양홀딩스 회장,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대표이사도 빈소를 찾아 조문했다.
손 고문은 경기도지사를 지낸 고 손영기 씨의 장녀로,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의 누나이자 CJ그룹 이재현 회장, 이미경 부회장의 어머니이다. 손 고문은 1956년 이병철 선대회장의 장남인 고(故)이맹희 CJ그룹 명예회장과 결혼하면서 삼성가와 인연을 맺었다. 손 고문은 총명한 머리와 곧은 심성으로 일찌감치 이병철 선대회장의 총애를 받았다. 이 선대회장은 집안 대소사를 꼭 맏며느리인 손 고문과 상의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고인은 CJ그룹의 근간을 이뤄낸 주역으로도 평가 받는다. 고인은 시아버지 이병철 선대회장으로부터 안국화재(현 삼성화재)의 지분을 물려 받았다. 이후 1993년 삼성그룹이 제당에서 분리될 당시 안국화재의 지분을 제일제당 지분과 맞교환해 이를 이재현 회장에게 모두 증여하며 CJ제일제당 지배구조를 확고히 했다. CJ가 문화사업에 진출하는 계기가 된 1995년 미국 드림웍스 지분투자 당시 손 고문은 창업자인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등을 집에 초청해 직접 식사를 대접하며 성공적 협력관계를 조성했다. 2010년대 초반 글로벌 한식 브랜드 이름을 비비고로 정할 때도 “외국인들도 부르기 좋고 쉽게 각인되는 이름”이라며 힘을 실어주었다.
손 고문이 연결점 역할을 한 조부, 며느리, 손자 3대(代)간 정신적인 유대는 이병철 선대 회장의 창업정신이 이재현 회장이 이끈 CJ그룹의 경영철학으로 정립되는 과정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호암은 사업보국, 인재제일, 합리추구라는 창업이념과 생활태도로서 스스로를 낮추고 비우는 자세를 강조했다. 이를 누구보다 잘 이해했던 손 고문은 평소 이 회장에게 “겸허(謙虛)를 늘 마음에 두고,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도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CJ그룹 고위 관계자는 “이재현 회장은 어머니의 가르침을 CJ의 온리원(ONLYONE) 경영철학(최초, 최고, 차별화를 추구하여 초격차역량을 갖춘 일등기업이 된다)으로 정립해 그룹 발전 초기부터 CJ를 작지만 최고의 회사,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회사로 만들고자 했다”고 전했다. 신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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