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금융위기와는 또다른 복합위기
스태그플레이션 이미 진입했다고 판단
내년, 한국 경제 더 어렵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현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해 IMF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지만, 복합적 위기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특히 자금경색 시장 해소가 안되면 금융시장이 마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해묵 기자 |
[헤럴드경제=성연진 기자] “지금은 자금 시장 경색이 가장 급하다. 묶여있는 자금 시장을 풀지 못하면 금융시장이 마비된다. 물가, 환율 등도 중요하지만 자금경색을 푸는 게 우선이다.”
전광우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7일 한국경제가 또다른 위기 상황에 직면했다고 진단했다.
전 이사장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쓴 2008년~2009년 초대 금융위원장을 지내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금융정책 합을 맞췄다. 당시 이 총재가 부위원장, 김 위원장이 금융정책국장이었으니, 사실상 전 이사장이 현 금융·통화정책 수장들의 멘토인 셈이다.
전 이사장은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해 정부가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위기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는 다르다고 선을 긋는 것과 관련해 “우리 경제가 외환보유고나 대외부채 구성 등이 나아진 면도 있지만 나빠진 상황이 있다. 당시엔 특정 위기가 진폭제가 돼 나타났지만 현재는 동시다발적 복합 위기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한국경제가 “금융과 실물 모두 흔들리고 대외경상수지와 산업경쟁력도 약화된 데다가, 외환시장과 국내 채권시장이 한꺼번에 흔들리면서 해외 시장에서의 한국 국가 신인도 이슈가 나오는 등 매우 복합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 이사장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모든 것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대안이란 것은 없다. 레고랜드 사태 이후 흥국생명 사태까지 시장에서 대기업도 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으로 급속도로 경색이 되고 있다면, 부작용을 최소화하되 과감하게 시장 유동성이 돌아갈 수 있도록 풀어주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밝혔다.
이어 “물가나 환율 문제 문제만 보면 금리를 더 올려야 하지 않느냐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게 하면 상환부담이 커지고 가계와 기업 모두 부채가 급속도로 늘어난 상황에서 정책 카드를 쓰기 어려워진다”면서 “현재로선 자금경색이 가장 급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특히 환율 시장과 관련한 통화정책 방향과 관련해선, “한미 금리차 관련한 얘기가 나오지만, 환율은 국제 상황에 따라 많이 바뀐다. 금리차는 하나의 요소이지 그것 만으로 외환시장이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면서 “실제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이달 자이언트 스텝(정책금리를 한꺼번에 0.75%포인트 인상)을 결정한 이후 국제 시장에서 달러 환율은 오히려 조금 약화됐다”고 전했다.
전 이사장은 “그렇게 때문에 한국은행도 금리인상을 무리하게 할 것이 아니라 현재 마비 상태인 시장에 과도한 경색이 이뤄지지 않는 쪽으로 협조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성장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한국 경제의 체감 경기가 이미 스태그플레이션(경제불황 속 물가 상승이 나타나는 상태)에 진입한 것으로 봤다. 경기침체 리스크도 커졌다고 진단했다.
전 이사장은 “스태그플레이션의 기술적 진입 여부를 떠나서 실제 체감으로 느껴지면 이미 진입한 것이다. 상황은 내년에 더 가시화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특히 최근 국내 정치는 물론, 지정학적 문제가 과거 위기 상황보다 훨씬 나쁜 상황이라는 것도 위기 경각심을 높여야할 요소”라고 밝혔다.
그는 “이미 올라간 금리도 내년 경기를 약화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때문에 “과감히 금리를 올리는 것보다 시장의 유동성이 어느 정도 풀리고, 그로 인해 인플레이션 압박이 있더라도 자금 공급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인플레이션 압박은 경기가 침체되면 사그라들 수 밖에 없다고도 덧붙였다.
yjsung@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