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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 부동산 정책 희망 고문은 이제 그만

언제나 그랬듯 연일 정치권이 시끄럽다. 이태원 참사를 둘러싸고 네 탓 공방이 이어진다. 이른바 ‘정치 실종의 시대’다.

구심점을 잃은 정치 무능의 후폭풍은 민생을 덮친다. 하락세를 거듭하는 부동산시장 또한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야심 차게 발표한 부동산정책들이 입법부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무산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먼저 세금 이야기를 꺼내지 않을 수 없다. 치열했던 지난 20대 대선에서 부동산정책 공약은 뜨거운 화두였다. 양당 후보 모두가 규제완화를 외쳤다. 실수요자들의 세부담 경감도 빠지지 않았다. 가파르게 오른 집값, 이에 따라 후행적으로 따라 상승한 공시가격이 세금부담을 급격히 늘리며 민심을 악화시켰기 때문이었다. 새 정부는 출범과 함께 세부담 완화작업에 착수했다. 우선 올해 종부세에 지난해 공시가격을 적용해 보유세 부담을 덜어주고자 했다. 하지만 지난 6월 국회의 무관심 속에 관련법안은 불발됐다. 부랴부랴 1가구1주택자들의 세부담이라도 경감해야 한다는 판단하에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액을 기존 11억원에서 올해 한시로 3억원 특별 상향하는 보유세 완화방안을 내놓았다. 공시가 11억~14억원의 주택 한 채를 보유한 9만3000명의 국민은 국회만을 주시했다. 하지만 끝내 이 법안 또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부자감세’ 프레임을 내세운 민주당의 반대에 제동이 걸렸다. 결과적으로 집값이 급락하는 부동산 침체의 상황 속에서 올해 주택분 종부세를 내야 하는 국민은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게 됐다. 시세가 공시가격보다 낮아지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는데 세금납부자는 120만명을 돌파한다니, 아이러니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국회에서 발목이 잡히는 사례는 비단 이번 종부세 사례에 그치지 않을 것 같다. 서울과 수도권 등 핵심지 주택 공급의 주력인 재건축사업의 최대 걸림돌로 지목돼온 재건축부담금 완화방안 역시 같은 처지다. 정부는 부담금을 내지 않아도 되는 면제 기준을 초과이익 3000만원 이하에서 1억원 이하로 상향시키고, 부담금을 매기는 초과이익 기준 구간도 2000만원 단위에서 7000만원 단위로 넓히기로 했다. 재건축부담금을 줄여 수요가 높은 서울에 양질의 주택 공급 확대를 유도키 위해서다. 하지만 이 정책 또한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사항이다. 종부세와 마찬가지로 또다시 야당의 ‘부자감세’ 프레임에 갖힐 가능성이 농후해보인다. 아니 현 분위기라면 확실시 된다. 이 밖에도 도심지 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신설하려는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가칭 도심복합개발법 제정사항이고, 1기신도시 정비사업을 위해서도 특별법이 필요하다.

여소야대의 원내 지형도는 현 정부의 치명적인 아킬레스건으로 지목돼왔다. 그럼에도 국민은 일말의 기대를 했다. 상식과 합리성을 갖춘 정책이라면 야당의 ‘반대를 위한 반대’가 득세하지 않을 것이라 믿었다. 여당도 협치에 전념할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정권 출범 반 년을 지난 지금, 기대가 실망으로 변한 것도 모자라 곳곳에서 체념의 한숨이 들려온다. 어지러운 정국의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국민의 몫이 될 것이다. 낮은 지지율의 정부, 서로 네 탓 공방을 벌이는 의회. 기능을 상실한 정치에 그 어느 때보다 차가운 겨울이 다가온다.

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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