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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년 예비비 5.2조원, 33%↑…“용산 이전용” vs “규정상 불가”
야당 3조원 감액 예고
정부 "예비비 증액분은 정해진 용도로만 사용 가능"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철규 의원이 대화를 하고 있다.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 정부가 유사시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활용할 수 있는 예비비 예산을 내년에 5조원이상으로 편성했다. 이는 올해보다 30%이상 늘어난 금액이다.

야당은 늘어난 예비비가 대통령실 이전 등의 용도로 쓰일 수 있다며 감액을 예고했다.

9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의원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 예비비 예산으로 5조2000억원을 편성했다. 이는 올해 본예산(3조9000억원) 대비 33.3% 늘어난 규모다.

이 가운데 목적예비비가 3조4000억원으로 올해(2조1000억원)보다 61.9% 증가했다. 일반예비비는 1조8000억원으로 올해와 동일한 수준을 유지했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지출에 대응하기 위해 용도를 결정하지 않고 예산에 계상하는 항목으로, 예비비 지출이 발생했을 때는 차기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다만 예비비 지출안은 정부가 국무회의를 통해 의결한다.

이 때문에 예비비의 용처와 규모에 대해서는 과거에도 크고 작은 논란이 제기돼 왔다. 특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내년 예비비 증액이 불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이 거의 해소됐고, 재난·재해를 비롯한 관련 소요는 예년 수준의 예비비로도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코로나 발생 이전인 2019년 예비비 예산은 3조원(목적예비비 1조8000억원·일반예비비 1조2000억원)에 그쳤다.

더구나 정부가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 상당의 지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허리띠를 졸라매는 상황에서 예비비를 늘리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야당 일각에서는 정부가 예비비를 충분히 확보해 대통령실 이전 용도로 쓰려고 하는 게 아니냐는 주장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병도 의원은 "긴축 재정을 기조로 하는 정부가 '쌈짓돈'인 예비비를 증액한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며 "예산 편성 시 코로나19라는 특수성이 사라진 현시점에서는 예비비 또한 코로나19 확산 이전 수준인 3조원 수준으로 감액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정부는 내년 방역 상황이 여전히 불확실한 만큼 예비비를 일정 수준 확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급박한 백신 소요나 예기치 못한 자연재해에 미리 대비해야 하는 데다, 환율이나 금리 변동으로 의무지출 소요가 늘어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정부는 올해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목적예비비를 본예산 당시 2조1000억원에서 3조7000억원으로 늘렸다. 이에 따라 최종 예비비는 5조5000억원까지 증가했다. 올해 추경 대비로는 정부안 기준 예비비 예산이 감소한 것이다.

더구나 본예산 대비 증액된 목적예비비의 경우 예산 총괄 규정인 예산총칙에 따라 용도가 제한되며, 재해 대책비나 의무지출 부족액, 감염병 피해지원 등 정해진 목적 외에는 지출할 수 없다. 예산 증액분을 대통령실 이전과 같은 다른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규정상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또 정부 재량으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예비비는 올해와 동일한 1조8000억원으로 동결되고, 일반회계 총액 대비 일반예비비 비중은 올해 0.43%에서 내년 0.40%로 오히려 감소한다. 다만 야당이 예비비 예산 감액을 예고한 만큼 향후 예산 심사 과정에서 논란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osky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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