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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권시장 위기 “이제 시작”...내년 외화채권 100억弗 만기 도래
물량 43%가 은행 발행분
KB〉신한〉하나〉농협은행 順
대부분 5년물, 차환-상환 고민
자금조달 여건·환율환경 악화
추가 금리부담 차환에 나설 듯
신뢰 추락 가산금리 급등 전망
상환요구 온다면 환율부담 가중

레고랜드에 이어 흥국생명까지 외화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미이행을 번복하면서 국내 채권 시장 불안감이 높아진 가운데, 내년 만기가 돌아오는 국내 은행 발행 외화채권(KP) 규모만 100억달러(한화 13조6000억원)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환율 레벨과 금리인상 기조 등을 고려하면 은행 입장에선 만기 도래 물량으로 짊어져야 할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보험사들의 조기상환권(콜옵션) 미행사 등으로 KP물에 대한 신뢰도가 많이 꺾여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들로선 내년 만기 도래하는 KP물에 대해 추가 금리 부담을 짊어지더라도 차환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이미 암묵적으로 통용되던 ‘조기상환 책임’ 금기가 깨진 만큼, 채권 시장의 불확실성은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내년 만기 도래 KP물 240억달러 규모...은행권에서만 100억달러= 10일 헤럴드경제가 NH투자증권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 내년 만기를 앞두고 있는 KP물 규모는 239억9786달러로 집계됐다. 올해보다 약 22% 늘어난 수치다. 이 가운데 104억3148만달러(43.5%)가 은행들이 발행한 물량으로 집계됐다. 사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26억8512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뒤를 이어 신한은행(15억2236만달러), 하나은행(12억4864만달러), NH농협은행(9억500만달러), 우리은행(8억3977만달러) 순이었다.

이밖에 대구은행, 부산은행, 시중 5대은행 해외점포에서도 5억달러 밑으로 만기도래 물량이 분포돼있다. 발행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이 5년 만기로 발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KP물은 국내 기업이 외국인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발행하는 외화 표시 채권을 뜻한다. 보통 기업들은 외화를 조달하기 위해 발행을 하는데, 2017~2018년 당시 은행들은 차환 수요와 미국의 금리인상을 앞두고 선발행 차원에서 KP물 발행을 대거 늘렸다.

여기에 당시만 해도 스왑 베이시스(달러 스왑 금리(CRS)와 국내 금리(IRS)의 차이) 역전폭이 유지되면서 조달 매력이 올라온 것도 있었다. 외화자금조달이 국내자본조달보다 더 어려울 때 스왑베이시스는 벌어진다. 당시만 해도 스왑 베이시스 역전폭이 벌어지지 않고 유지됐기 때문에 그만큼 외화자금조달이 환경이 양호했다는 얘기다.

▶자금 조달 여건 악화...환율도 부담=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급격한 금리인상에 더해 레고랜드발 사태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자금 조달 여건이 악화된 상태다.

설상가상 흥국생명의 5억달러 규모 외화 영구채 콜옵션 미행사 번복으로 한국 KP물에 대한 외국 투자자들의 시선이 차가워졌다는 점도 부담이다. DB생명도 3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콜옵션 행사를 내년 5월로 변경하면서 한국채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트렸다.

신한은행이 최근 모집에 성공한 4억 호주달러 규모 캥거루본드에서 가산금리가 3개월물 호주달러 스와프금리(BBSW Bank Bill Swap Rate)에 195베이시스포인트(bp)를 더한 수준으로 높게 확정된 것이 이를 방증한다. 올 초에 발행한 채권 가산금리가 보통 90~100bp로 책정됐던 것을 고려하면 그만큼 리스크를 높게 졌다는 얘기다.

물량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은행들의 경우 달러채를 별도로 환헤지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조달한 외화자금을 외화대출, 외화채권 매입 등 외화로 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문제는 환율 여건도 만만치 않다는데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7~2018년 평균환율은 각각 1130.84원, 1100.58원이다. 만일 환노출로 거래가 된 경우 내년 상환을 선택할 시 추가적인 환차손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 1500원을 넘보던 환율이 최근 1360원대로 떨어지긴 했지만, 발행 당시보다 20% 이상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은행이 자금 상환을 위해 환전을 할 경우 환율이 올라간 만큼(20% 이상) 부담을 더 져야한다는 얘기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의 공적기능 등을 감안했을 때, 생명사처럼 콜옵션 행사를 안하겠다고 버틸순 없을 것”이라며 “만일 상환 요구가 온다면 높아진 환율에 대한 부담이 가중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은행들은 차환이냐, 상환이냐 선택지를 놓고 저울질할 전망이다. 다만 자금 상황 등을 고려했을 때, 금리를 조금 더 높게 주더라도 차환을 할 것이라는 의견이 높다. 금리 수준을 예단하기 어렵지만 가산금리가 지속적으로 높아지는 점을 고려하면 100~150bp 가량은 얹어줘야할 것이라는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금리인상 속도조절에 나서더라도 당장 금리 밴드가 급격히 떨어지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연말 연초가 넘어가면 자금 수요가 진정되기 때문에 지금보다 나을 것으로 본다”면서도 “지금 환율과 금리 상황, 시장에 미치는 시그널 등을 생각했을 때 일단은 차환을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서정은 기자

lu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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