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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중간선거 ‘노 웨이브’ 자국중심 더 선명해진다

‘압도적 승리는 없었다(No Wave).’

지난 8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 결과다. 달리 보면 도널드 트럼프 등장 이후 심화된 미국의 극단적 여론분열이 이번에도 계속됐다. 세계는 온통 미국의 선거 결과에 집중하지만 사실 이번 선거의 승패를 좌우한 것은 미국민의 삶이었다. 미국 에머슨리서치가 CNN 등에 공개한 출구조사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유권자의 32%가 이번 선거에서 물가상승이 가장 표심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낙태(27%)·범죄(12%)·총기정책(12%)·이민(10%) 등이 뒤를 이었다. 전자는 전 지구적 고민이기도 하지만 후자는 미국 내 문제다. ▶관련기사 4·5·6면

바이든과 트럼프의 차기 대선 재대결 가능성은 작아졌다. 민주당이 신승을 하더라도 바이든의 인기 때문은 아니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화당에도 트럼프 측근들이 낙선하며 ‘레드 웨이브’에 실패했다는 풀이가 나온다. 재선에 성공한 공화당 론 드산티스 플로리다주지사는 트럼프를 대신할 차기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민주당은 인기없는 바이든으로 2년 뒤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미국민의 이익에 좀더 집중하는 행보를 펼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트럼프에서 바이든으로 바뀌었지만 지난 2년간 미국 대외정책은 큰 변화가 없었다. 미국의 이익을 위해 강력한 도전자가 된 중국을 철저히 견제하는 행보가 계속됐다. 경제적으로 중국과 밀접한 한국이나 독일의 이해따위에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반도체를 비롯한 전 세계 첨단산업의 생산기지를 중국에서 미국으로 옮기라는 압력은 계속 커졌다.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은 구체적 결과물이다. 공화당이 하원 과반을 차지해도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둔 IRA의 골격은 크게 바뀌기 어려울 전망이다.

새롭게 주목할 부분은 바이든의 친환경 정책에 얼마나 제동이 걸릴 지다. 민주당 정부는 화석연료 사용을 제한하면서 신재생에너지를 우대해왔다. 국제유가 상승에도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은 제한됐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증산을 이끌어내는 데도 실패했다. 공화당은 화석연료 사용을 다시 늘리는 방향으로 이번 선거의 최대 이슈가 된 물가를 잡으려고 할 수 있다.

연방준비제도(Fed)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연준의 공격적 긴축은 강달러를 유발해 수입물가 오름세는 진정시켰다. 하지만 여전히 미국 물가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증세를 통한 재정지출 확대를 전제로 한 바이든의 정책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하고 있다는 게 공화당의 시각이다. 공화당의 전통적 감세 정책이 힘을 얻으면 정부의 재정지출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 민주당도 경기침체를 감수하면서까지 긴축 강도를 높여야 할 지 고민에 빠질 수 있다.

우리에 영향을 미칠 미국의 정책변화 방향은 곧 열리는 G20 정상회의에서 드러날 듯하다. 장기 독재 기반을 다진 후 외교행보를 강화하고 있는 시진핑과, 재선을 위해 중국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죄어야 할 바이든의 첫 대면과 함께 양국 간 치열한 외교전이 전개될 것으로 관측된다.

홍길용 기자

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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